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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오래된 꿈이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꿈. '내가 쓴 문장들이 과연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은 언제나 막연했고, 그래서 더 쉽게 미뤄두었다.

 

저자는 이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낸다. 공학도 출신으로 인문분야 전업 작가로 살아가기까지. 그는 글로 먹고 살며 체득한 경험을 비교적 건조하고 분석적인 태도로 풀어낸다. 흔히 작가가 되면 너무 힘들다며 차라리 시작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임승수는 막연한 만류 대신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출판은 환상적이고 예술적인 세계만은 아니며, 그 간극을 알고도 이 길을 택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는 출판을 특별한 재능이나 소수의 성취로만 여기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 반복해서 고민해온 주제, 쉽게 놓지 못한 질문들 속에 이미 '책이 될 만한 무엇'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의식적으로 구조화하고, 독자와 시장이라는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가다. 출판은 꿈이기 이전에 기획이며, 감각이기 이전에 선택의 문제라는 그의 시선은 때로 냉정하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오히려 신뢰를 준다.

 

좋은 문장을 쓰는 법에서 시작해 주제 선정, 원고 분량, 투고와 계약, 출간 이후의 홍보까지 출판 전반을 폭넓게 다룬다. 그러나 중심에 놓은 질문은 분명하다. '어떻게 잘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글이 책이 되는가'. 저자는 자신의 출간 경험과 원고를 쓰고 투고했던 과정을 구체적으로 끌어와 글이 어떻게 기획되고 다듬어지며 하나의 상품으로 완성되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이 여느 작법서와 다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장의 미학보다 출판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글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준다.

 

나 역시 글을 쓰려면 다양한 소재는 물론, 없는 소재 속에서도 계속 글을 쌓아가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뒷심이 부족했다. 다양한 연재 플랫폼을 기웃거려도 3일도 채우지 못하고, 결국 글을 이어갈 만한 소재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왔다. 짧게 쓰고,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는 정도의 익숙한 형태의 글쓰기로.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과연 작가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재능이 있을까 하고. 물론 소재가 고갈된 것이라기보다, 그 소재를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전개와 상상력의 확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도움이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을 낭만화하지도 지나치게 비관하지도 않은 채, 그 사이 어딘가에서 현실적인 좌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은 어쩌면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책이 독자와 시장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솔직함은 오히려 필요한 친절에 가깝다.

 

이 책은 출판을 꿈꾸는 이들에게 학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오래 남는 질문을 건넨다. 그 질문은 다시 글 앞에 앉게 만든다. 여전히 출판은 멀고, 나는 여전히 그 문턱 밖에 서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막연한 동경 대신, 조금은 구체적인 시선으로 그 문턱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늘의 별처럼만 보이던 출판이라는 꿈을, 비록 아직 닿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진 빛으로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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