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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

“응, 그냥 그렇지. 별일 없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화이다.

 

일상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다. 우리는 종종 “요즘은 별일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그 말은 대개 안부에 대한 성실한 대답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것을 생략한 표현이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어서라기보다는, 굳이 꺼내 설명할 만큼의 사건은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가슴 아픈 일이 있었더라도 굳이 꺼내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삶은 그렇게, 별일 없는 얼굴로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런 감각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포착한 영화가 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 <하나 그리고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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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에 등장하는 일상은 익숙하다. 학생은 학교에 가고, 누군가는 첫사랑을 시작하며, 직장인은 회사의 문제로 하루를 소모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지구를 구하는 영웅도, 인생을 걸고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옆집에서, 회사나 학교에서 마주칠 법한 얼굴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하루를 과장 없이 따라간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영화의 사건들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가장 서툴고도 뜨거웠던 첫사랑과의 재회, 친구의 전 연인에게 생겨버린 감정, 우연히 마주하게 된 누군가의 감추고 싶은 얼굴.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난다고 말하기엔, 지나치기 어려운 순간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물들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너무나 평범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극적인 순간을 확대하거나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저 카메라를 두고, 인물들이 그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도록 둔다. 관객은 자신이 지나온 장면들을 조용히 자신의 삶과 겹쳐 보게 된다. 팅팅과 영화 데이트를 한 후 패티는 ‘영화를 보기 시작한 후, 사람들의 수명이 3배 늘었다’고 말한다. 이는 현실을 닮아 있는 영화를 통해 자기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의미다. <하나 그리고 둘>이 바로 그렇게 수명을 늘려주는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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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어린 남동생 양양은 어른들의 삶 사이에 불쑥 끼어드는 존재다. 그는 어른들이 잊고 지낸 시선을 대신 건네는 인물이다. 누구도 볼 수 없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로 사람들의 뒤통수를 찍는 양양의 행동은, 누구나 한때는 가졌을 투명하고 순수했던 마음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싶어 했던 가장 투명한 마음.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설명되지 않았던 세계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태도는 이 영화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양양이 낭독하는 편지는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앞에 선 한 아이의 가장 정직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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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교차’다. 영화는 결혼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난다. 삶의 가장 기쁜 순간과 가장 슬픈 순간이 하나의 시간 안에 공존한다. 아버지 NJ의 첫사랑은 딸 팅팅의 첫사랑으로 겹쳐진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마음들이 오르내린다. 팅팅이 패티를 만나는 교차로에는 수많은 차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지나간다. 우리의 삶 역시 하나의 선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늘 다른 누군가의 삶과 맞물리고, 엇갈리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다시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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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은 이러한 삶의 구조를 설명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카메라의 시선과 인물들의 표정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이 영화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넘어 여러 삶이 동시에 흘러가는 세계의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영화가 개봉 후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특별한 삶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이미 살아가는 삶의 결을 아름답고 유려한 미장센을 통해 조용히 드러낸다. 별일 없다고 말하며 흘려보낸 하루들이 사실은 수많은 교차와 감정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끝까지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인물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고, 그 하루하루는 여전히 ‘별일 없는’ 날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묻는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였을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뒷모습은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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