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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스토리, 이를 정교하게 담아내는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수많은 조건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건 OST일 때가 많다.


OST는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달리는 별과도 같다. 스토리와 연출, 연기력이 완벽하더라도 음악이 아쉽다면 여운은 쉽게 흩어진다. 반대로 잘 만들어진 OST는 시간을 뛰어넘어 그 시절의 감정을 생생하게 불러낸다. 몇 마디의 전주만으로도 작품의 장면이 떠오르고, 그 드라마를 시청했던 계절과 분위기, 그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OST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드라마의 세계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서사다. 몰입을 극대화하고, 장면을 각인시키며, 작품의 감정을 관객의 기억 속에 단단히 묶어 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특정 드라마가 잊히지 않는 이유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기억 속에 남은 건 장면이 아니라 음악이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몇몇 작품들, 그 중심에는 늘 OST가 있었다. 음악이 남긴 여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2016년을 떠올리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바로 <태양의 후예>다. 당시 안 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방영 다음날이면 만나자마자 전날의 이야기를 나누며 과몰입하곤 했다. 마지막 회차에서 38.8%라는 요즘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그 파급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방영 당시 매 회차를 본방사수하며 포토에세이를 구매하고, 공개된 회차를 닳도록 반복해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드라마의 OST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여러 번 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시절 이 드라마를 즐겼던 시청자라면 누구나 OST 한 소절만 들어도 당시의 장면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보통 한 작품을 떠올릴 때는 특정 명장면과 함께 몇몇 대표곡만 기억나기 마련이지만, <태양의 후예>는 OST 전체가 드라마의 모든 순간에 깊이 스며들어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켜주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이야기에서 OST는 서사와 감정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결국, <태양의 후예>와 <사랑의 불시착>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스토리와 연기만이 아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OST가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고 감정을 오래도록 각인시켰다. 사실 두 작품 모두 한 곡만 꼽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 높은 OST를 가지고 있지만, 굳이 하나씩 고르자면 <태양의 후예>의 'ALWAYS', <사랑의 불시착>의 '다시 난, 여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선 <태양의 후예> OST ALWAYS는 ‘그대를 바라볼 때면 모든 게 멈추죠’라는 첫 소절이 흘러나오면, 헬기에서 내리는 유시진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동으로 재생된다. 'ALWAYS'는 유시진과 강모연의 애틋한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는 곡으로, 윤미래의 절절한 목소리가 낯선 땅에서의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한층 깊게 만들어준다.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감정의 핵심을 관통하는 음악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의 '다시 난, 여기'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주인공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곡으로, 특히 후렴구의 “I’m still, and I’m here”이라는 가사는 ‘난 여전히 여기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애틋하게 전해진다. 무엇보다 점점 고조되는 멜로디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서사를 자연스럽게 설득하며, 시청자들이 작품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로 작용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을 만큼 매력 있는 작품이다. 눈에 띄는 악역이 있는 것도, 극적인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것도 아니지만, 현실 속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 자체에 담긴 따뜻함과 잔잔한 감동이 시청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다.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는 음악이다. 매 회차에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합주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처럼 OST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곡은 다섯 주인공이 직접 부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다. 이 노래는 단순히 그 장면의 감정만을 극대화하는 게 아닌 그들의 우정과 각자의 삶,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추억까지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해당 드라마를 집필한 이우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응답하라 1988>에서 '혜화동'이 쌍문동의 골목과 청춘의 우정을 상징했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그런 역할을 한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다섯 친구의 케미와 함께 드라마 전체가 응축된 듯한 따뜻한 감정이 전해진다.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이 한 구절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따뜻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는 누군가 인생 드라마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바로 이 드라마를 얘기할 정도로, 여전히 마음속 인생 드라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방영 이후 지금까지 이 작품을 능가하는 드라마를 만나지 못한 이유에는 OST의 힘이 크다. 이 작품은 앞선 드라마들과 달리, 가사가 있는 곡뿐 아니라 가사 없는 BGM OST마저도 완성도가 높아 극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혜진과 성준이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나온 <태양의 후예>와 <사랑의 불시착>이 애절한 사랑을 중심으로 감정을 끌어올렸다면, 이 드라마는 첫사랑의 설렘과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분위기가 중요한 작품이다. ‘쿵쿵쿵’은 바로 그 핵심을 가장 잘 채워주는 곡으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감정을 완벽하게 관통하는 OST다.


쿵쿵쿵 대는 가슴이 말해

이 소릴 들어봐 살며시 라라라

멋진 음악 같아 더 아름다워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라는 서사와 함께, 아역 시절의 풋풋한 장면부터 현재의 혜진과 성준의 사랑까지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곡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의 OST는 가사 있는 곡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전반에 깔리는 BGM들은 섬세하게 상황을 받쳐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른 방송에서도 <그녀는 예뻤다>의 BGM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소개된 드라마의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OST는 단순히 장면을 장식하는 역할을 넘어, 드라마의 감정선을 형성하고 이야기를 강화하는 결정적인 힘을 가진다. 중요한 장면에서 흐르는 한 소절의 음악만으로도 시청자는 그 장면과 감정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으며, 드라마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된다. OST는 등장인물과 스토리, 그리고 시청자 사이를 잇는 다리와도 같은 존재다.


결국 스토리와 연기가 드라마의 뼈대라면, OST는 그 위에 숨결을 불어넣는 음악이다. 장면이 사라져도 노래가 남고, 그 노래가 다시 장면을 불러낸다. 좋은 OST는 끝난 이야기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들며, 시청자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드라마를 이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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