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극을 보러 다녀온 이후로 공연예술에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손쉽게 향유할 수 있는 책과 영화와는 달리, 공연예술의 경우,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을 따로 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말 그대로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시간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소 부담감이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중들이 잘 알법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쓰릴 미>와 같은 2인극 뮤지컬까지 약 3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책 <30일 밤의 뮤지컬>은 나와 같이 뮤지컬에 흥미가 생긴 입문자들에게, 그리고 시간 내서 뮤지컬을 직접 보러 갈 시간이 없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30일 밤의 뮤지컬>은 문화전문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의 경험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직접 뮤지컬을 보고 느낀 감상부터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등을 소개해 이미 해당 작품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작품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입문자들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한 시청각 자료들을 QR 코드를 삽입하여 작품을 모르는 이들도 굉장히 몰입하여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뮤지컬은 제한된 공간에서 그날의 배우와 관객만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똑같은 작업을 매일매일 하고, 일일이 찾아가서 보는 그 원시성이 '무대'의 매력이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공연장이 멈춰 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공연이 다시 무대에 오르고, 앞다퉈 객석에 앉는 그날을 찰리처럼 순수하게 열망했는데, 역시 무대에서 순수한 꿈은 이루어지나 봅니다."] - p.350
이 책을 읽으면서 이름만 알고 있던 뮤지컬에 대해 알게 된 부분도 많았지만, 저자의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그리는 글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뮤지컬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프랑켄슈타인>과 <빌리 엘리어트>였다.
이 두 작품은 뮤지컬 이전의 소설과 영화로 먼저 접했던 작품이었다. 으레 공연예술이 그렇듯, 가장 좋은 장면을 고르고 골라 편집되는 영화와는 달리, 뮤지컬은 그날의 배우와 관객만이 느끼는 '고유성'이 있다. 그렇기에 작품을 이미 알고 있더라도 뮤지컬만이 주는 차별화된 매력 때문에 자연스레 관람객들이 극장으로 발걸음하게 되는 것 같다.
["극을 쓴 리 홈은 "[빌리 엘리어트]가 어떤 메세지를 줄 수 있다면 주어진 운명에 맞서 저항할 수 있고, 스스로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 p.103
시간에 쫓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중요하지 않은 일정들은 나중에 해야지 하며 미뤄두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특히, 이동시간에서 틈틈이 볼 수 있는 책과 영화와 같은 콘텐츠를 보는 시간은 많은데,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공연과 전시 같은 경우에는 예매하기 직전 '차라리 이거 볼 시간에 집에서 쉴까' 하는 나태한 생각이 드는 순간 엉덩이를 떼기 어려워진다.
이랬던 나에게 책 <30일 밤의 뮤지컬>은 뮤지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