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올해로 4년째, 나는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써왔다. 200여 편의 문장이 쌓였고, 그 속에 4년의 시간이 눌러 앉았다. 종종 나 자신에게 묻는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까지 쓰고 있는 걸까?

 

사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조용했고, 눈에 띄지 않았다. 세상은 심심했고, 학교는 그저 지나가는 공간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의실과 집을 오가는 하루, 무난하고 안전하지만 온도가 없는 일상. 인싸가 될 성격도 아니었고, 새로운 시도는 부담스러웠다. 세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일 뿐, 기대나 설렘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타이핑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글이 내 첫 성공 경험이 되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글에 대한 자신감은 말에 대한 자신감으로 번졌고, 사람과의 대면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고, 첫 원고를 제출하던 날, 손끝이 떨렸다. 글이 기사로 검색되고, 헤드라인에 오르던 순간의 전율은 세월이 흘러도 흐릿해지지 않는다. 한 편 한 편에 정성을 다했고, 문장 속 불필요한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수십 번을 고쳐 썼다. 새벽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문장에 내 숨을 불어넣었다.

 

문화예술은 나에게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예술이 전해주는 그 몽글몽글한 감정의 정체, 본질을 이해했을 때 밀려오는 짜릿함의 근원.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흘러가는 감정을 글로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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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흘러간다. 그러나 기록은 남는다. 남은 기록은 다시 감정을 불러온다."

 

일기장, SNS, 블로그를 가리지 않고 썼다. 처음엔 단지 나를 위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는 동안 나의 시선이 확장되었다. 전에는 스쳐 지나가던 전시와 공연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무심코 흘려들었던 음악이 내 귀 안에서 철학이 되었다. 전시는 나에게 다가와 한 권의 책처럼 깨달음을 주었고, 공연은 카타르시스가 되어 삶의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 변화는 삶 전체로 번졌다. 글을 쓰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친구를 모아 밴드를 만들었다. 공연을 올리고, 팀워크상과 올해의 동아리 수상도 이뤘다. 원하던 분야에서 인턴을 하며 적극적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 개척부문 경기도지사상을 받았고, 독립서점에서 인터뷰집을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좋아하는 원하는 직무를 찾아 지역문화재단에서 큐레이터 보조 인턴도 하게됐다.

 

예술에 대해 글을 쓰니, 보는 것도 많아지고 생각도 깊어졌다. 한때 아트페어에 가면 눈치만 보던 내가, 이제는 갤러리스트와 작품의 의미를 논하고, 작가와 예술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그 모든 것이 글로부터 시작됐다. 타이핑은 내 안에 조용히 쌓이며 자존감을 만들었고, 그것이 곧 용기가 되었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이제는 기대되고 즐겁다. 그때 느꼈던 나만의 감정을 나누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것은 곧 '우리의 감정'이 되었고, 나는 외로웠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글로써 나는 함께가 되어갔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쓴 글은 여러 포털 뉴스탭에 걸렸고, 낯선 독자들의 피드백이 도착했다. 그중 하나,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보러 왔어요." 이 짧은 문장은 나의 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었다는 증거였다. 나를 위해 쓰던 글이, 이제는 누군가의 선택이 되고 움직임이 되었다.

 

타이핑은 나의 호흡이다. 문장을 쓰면 감정이 정리되고, 하루의 조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인다. 그 작업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사실은 기적같고도 즐거웠다. 그리고 그 순간 결심했다. 글을 평생의 일로 가져가야겠다고.

 

"한 문장이 한 사람을 버티게 한다면, 그 문장은 이미 생명을 가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글은 나를 지탱하고, 동시에 나로 하여금 누군가를 지탱하게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평생 정중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타이핑하며 살고 싶다.

 

내게 글은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다시 사랑하게 만든 선물이다. 나의 문장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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