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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4일, 밴드 오아시스의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1994년 데뷔 초기부터 내부적인 갈등과 다툼을 숨기지 않았던 노엘, 리암 갤러거 형제는 두 손을 꽉 맞잡은 모습으로 화해를 알리며, 16년 만에 같은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의 재결합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7만 5천 명의 관객들은 ‘Hello’를 시작으로, ‘Live Forever’,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등 연이어 쏟아지는 추억의 명곡에 크게 열광하며 꿈같은 순간을 만끽했다.


오아시스의 화려한 컴백을 기념하며, 이들의 가장 빛났던 시절을 담은 영화 <슈퍼소닉>이 9년 만에 국내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 1994년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오아시스는, 이듬해 록 음악 명반으로 꼽히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어 1996년 8월, 이틀간 25만 명을 모은 전설적인 넵워스 공연을 통해 오아시스는 단순히 잘 나가는 밴드를 넘어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임을 증명해 보였다. 영화는 밴드 결성부터 넵워스 무대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오아시스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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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시작이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밴드의 주축인 갤러거 형제는 맨체스터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도망쳐 나오는 등 녹록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특히 노엘은 아버지의 심한 폭력으로 인해 길거리에서 기절한 정도였지만, 특유의 시니컬한 태도로 아픈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지나간 건 지나간 일이야. 그런 일이 삶에 영향을 주어선 안돼. 그렇지 않으면 그 짐을 평생 지고 다녀야 하니까.”


아버지를 피해 방 한구석에서 기타를 치며 일찍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던 노엘과 달리, 리암은 처음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문제아로 불리며 동네 친구들과 사고를 치거나 싸움에 휘말리는 등 끊임없이 방황했다. 그런 리암의 자신감 넘치고 활기찬 성격은 오히려 거칠고 반항적인 록스타 이미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타고난 끼를 숨길 수 없었던 리암은 ‘레인’이라는 밴드를 결성하며 형 노엘보다 먼저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밴드의 크루로 일하다가 그만둔 노엘이 합류하면서, 마침내 우리가 아는 밴드 ‘오아시스’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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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형제의 불화가 생각난다. 두 형제는 직설적인 언행과 자유분방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지만, 성격만큼은 확연히 달랐다. 영화에서 노엘은 자신을 독립적인 ‘고양이’, 동생 리암은 끊임없이 놀아달라고 보채는 ‘개’에 비유하며 두 사람의 상반된 성격을 설명했다. 진중하고 내성적이며 뮤지션으로서 프로페셔널한 노엘과 달리, 리암은 충동적이고 외향적이며 제멋대로인 인물이었다.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듯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음악에서만큼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노엘이 섬세한 감성으로 뛰어난 멜로디를 써 내려갔다면, 리암은 노래를 한 번만 듣고도 포인트를 잡아내며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보컬로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폭발적인 창작력을 발휘하며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키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 내내 짜릿한 전율을 안겨준다.


어느 날 노엘이 집에서 혼자 쓴 곡을 멤버들에게 들려줬을 때, 모두가 그가 직접 작곡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 한다. 듣자마자 명곡임을 직감하게 한 그 노래는 바로 ‘Live Forever’였다. 이 외에도 멤버들이 중국 음식을 먹는 사이에 완성했다는 ‘Supersonic’, 약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하루에 한 곡씩 녹음하며 탄생한 ‘Champagne Supernova’ 등 영화는 우리가 잘 아는 오아시스 명곡들의 탄생 비화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다.


멤버들이 털어놓는 흥미진진한 뒷이야기와 함께 익숙한 오아시스의 노래가 영화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올 때면, 마치 그 곡이 만들어지던 순간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른다. 특히 영화는 흐릿한 TV 클립과 홈비디오 영상, 사진 등을 콜라주처럼 엮고,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효과를 활용해 가며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노엘과 리암이 과거를 회상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레이션으로만 들려오는데, 그들의 현재 모습을 비추지 않기에 관객은 그 시절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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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성공 뒤에는 언제나 어두운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갤러거 형제의 라이벌 의식은 서로의 경쟁심을 자극해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마음속에 피어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서로 다른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갔다. 영화는 두 형제의 크고 작은 싸움뿐 아니라, 초창기 멤버의 탈퇴와 교체 등 밴드가 겪은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내부적인 혼란과 갈등조차 초고속으로 정상을 향해 질주하던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이들은 데뷔 3년 만에 열린 영국 넵워스 공연에서 25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그 공연은 1990년대 브릿팝 전성기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남게 되었다.


매트 화이트크로스 감독은 "사람들은 항상 음악을 사랑하지만, 온 나라 전체가 한 밴드의 매력에 빠졌던 것은 실로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세기를 지배했던 록 음악은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인기가 시들해졌고, 오아시스 역시 2009년 해체 이후 예전처럼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이어가진 못했다. 온 나라가 한 밴드의 음악에 열광하며 전국이 들썩이던 풍경은 인터넷 이전 시대의 마지막 낭만처럼 보였다. 그런데 16년이 지난 지금, 오아시스가 기적적인 재결합 소식을 알리면서 그때 그 넵워스의 뜨거운 열기가 다시 살아났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공연 티켓을 두고 예매 전쟁을 벌였고, 공연장에 모인 팬들은 오아시스의 음악을 목청껏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세상은 디지털화되었고 록은 더 이상 주류 장르가 아니지만, 오아시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모든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영화 내내 거만할 정도로 자신들의 음악과 성공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오아시스 멤버들은 넵워스를 추억하며, 그때 그 뜨거운 열기를 만든 것은 자신들이 아닌 오아시스의 노래를 사랑해 준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한 건 없어. 우리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해낸 거야. 사람들은 그때 느낀 감정들을 잊지 않지.”


우리 모두 가슴 터질 듯 행복하고 황홀했던 순간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오아시스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오아시스의 재결합을 바라는 팬들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그들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 세웠고, 끝난 줄 알았던 밴드의 한 페이지는 새롭게 쓰이고 있다. 그렇게 오아시스의 가장 빛나고 찬란한 시절을 담은 ‘슈퍼소닉’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모두가 상영관을 떠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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