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결혼했을 때 두 사람은, 결혼한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세상물정을 알 만큼 아는 20대 후반. 두 사람 모두 씁쓸하기보다는 달콤한 연애를 여러 번 겪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은(두 사람은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 서로 알고 지낸 지 조금 되었을 때였다. 두 사람은 “진짜 연애”를 위해 서로를 아껴두고 있었다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 진짜 사랑을 위해 그토록 오래(하지만 너무 오래는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사실이 바로 자기들의 현명한 분별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의 친구들 중에는 일찍 결혼한 사람이 많았는데, (두 사람이 느끼기에는) 그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들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반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황량한 삶을 사는 것 같았으며, 필사적인 마음 또한 낭만적인 사랑에서 우러난 결혼을 할 것 같았다.
두 사람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기뻐하는 친구들의 반응 또한 두 사람의 행복을 확인해주는 증거였다. 두 사람은 이 집단 또는 무리에서 똑같이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했다. 서로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항상 변화를 보이는 이 사람들의 집단을 ‘한 무리’라고 표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두 사람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삼가는 태도와 겸손함, 유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며 찾아오는 대상이 되었다. 두 사람은 믿어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결합된 남녀였다. 십중팔구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 덕분일 것이다. 모두들 이렇게 외쳤다.
“당연하지! 바로 이거야! 왜 우리는 이런 걸 생각하지 못했지!”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결혼했다. 선견지명과 현실적인 분별력 덕분에 두 사람에게 놀라운 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벌이가 좋은 일을 하고 있었다. 매슈는 런던의 대형 신문사 차장급 기자였고, 수전은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유명한 기자가 되거나 부장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질은 갖추지 못했지만, 단순한 ‘차장급’ 기자를 훨씬 넘어서는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뒤에서 꾸준히 지탱해주고 영감을 불어넣어서 주목받게 해주는 중요한 사람들 중 하나. 그는 자신의 이러한 위치에 만족했다.
수전은 상업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광고들을 익살스러운 태도로 대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강한 애정을 품지는 않았다.
결혼 전 두 사람은 각자 쾌적한 아파트를 갖고 있었으나, 둘 중 한 곳을 신혼집으로 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파트를 포기하고 상대의 아파트로 들어와야 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굴복한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사우스 켄싱턴에 새 아파트를 마련했다.
그 바탕에는 결혼생활이 안정되면(두 사람은 여기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이런 생각 자체가 그들 본인의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장난처럼 받아들인 것에 더 가까웠다) 주택을 구입해서 아이를 낳자는 분명한 합의가 깔려 있었다.
그 뒤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면 이렇다. 두 사람은 새로 마련한 멋진 아파트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인기 좋은 젊은 부부로서 파티를 열기도 하고 남의 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다 수전이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고, 두 사람은 리치먼드에 주택을 구입했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 그다음에 아들딸 쌍둥이를 낳은 것은 정말이지 이 부부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