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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장애’라는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와 유머를 잃지 않는 연극이 있다.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브랜드 ‘연극열전’의 20주년 기념 시즌 [연극열전 10]의 여섯 번째 작품 <킬 미 나우(Kill Me Now)>가 오는 6월 6일부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을 만난다. 2016년 국내 초연 당시 전 회차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고 평균 객석 점유율 95%라는 기록을 세우며 강한 인상을 남긴 이 작품은 이후 세 차례의 재연을 거치며 관객들 사이에 ‘인생 연극’으로 회자되었다.

 

브래드 프레이저(Brad Fraser)의 <킬 미 나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남긴 작품이다. 극은 돌봄과 자립, 사랑과 책임, 삶과 죽음이라는 삶의 핵심적인 문제를 무겁게 끌어오되 그것을 감상적이거나 도식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장애’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극복의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개인에 주목한 점에서 작품은 기존의 가족극과 분명한 결을 달리한다.

 

<킬 미 나우>는 단순한 눈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삶의 복잡하고도 찬란한 층위를 마주하게 된다. 조이가 처음으로 성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의 떨림, 제이크가 혼자 눈물을 삼키는 밤의 고요, 가족과 친구들이 보여주는 작은 애정의 몸짓들. 이 모든 장면이 겹겹이 쌓이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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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쌍의 부자가 있다.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아들의 보살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아버지 ‘제이크’, 그리고 선천성 장애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면서도 또래 소년들과 다르지 않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독립을 갈망하는 17세 소년 ‘조이’. 두 사람은 누구보다 깊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관계에는 작고 반복적인 균열이 스며든다. 아버지는 아들의 성장을 마냥 기뻐할 수 없고 아들은 점점 더 자립하고 싶은 욕망에 흔들린다. 그리고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제이크의 질병은 이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흔들어 놓는다.

 

이번 시즌에는 이 작품의 핵심인 ‘인물’의 심리를 가장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배우 11인이 모였다.

 

제이크 역에는 모든 시즌에 출연하며 작품을 함께해 온 이석준과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돌아온 배수빈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조이 역에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세 배우 최석진, 김시유, 이석준이 참여해 3인 3색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할 예정이다. 특히 ‘조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희생이나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도전하며 갈등하는 주체로 그려지는 만큼 세 배우의 해석이 만들어낼 감정의 결은 공연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제이크의 연인인 ‘로빈’ 역에는 전익령과 이지현, 제이크의 동생 ‘트와일라’ 역에는 이진희와 김지혜, 조이의 친구 ‘라우디’ 역에는 허영손과 곽다인이 참여해 다채로운 시너지를 만든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극에 온기를 더하고 인물 간의 관계를 보다 풍성하게 채워줄 예정이다.

 

2025년 현재 한국 사회 역시 돌봄의 구조, 초고령화, 청소년의 자립 문제 등과 직면해 있다. <킬 미 나우>는 바로 이 시대적 맥락 안에서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이번 시즌 역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진정성 있는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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