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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은 타샤 튜더의 전통 가옥과 그 안을 채운 손수 만든 물건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Corgiville Christmas』, 『Pumpkin Moonshine』, 『1 is One』 등 다수의 그림책을 남긴 타샤 튜더는 칼데콧 상 수상 작가이자 70여 년간 100권에 가까운 책을 출간한 화가다. 그러나 그는 단지 그림책 작가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 버몬트의 30만 평 정원을 일구며, 직접 옷을 짓고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들며 살았던 자급자족의 아이콘이었다. 92세까지 성실하게, 그리고 자기 손으로 살아낸 그의 삶이 책 곳곳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타샤의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과 함께, 그녀가 직접 만든 생활 도구들이 가득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공간은 그녀와 아들 세스가 함께 지은 ‘코기 코티지’로, 1740년대 뉴햄프셔 농가를 본떠 전통 방식 그대로 지어졌다. 웰시코기와 함께하는 작은 시골집이라는 뜻이다. 손으로 다듬은 솔송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못 등 그녀의 손길이 깃든 재료로 구성된 이 집은, 전통과 실용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집짓기 과정에서 전기 도구 사용을 최소화하고, 참나무로 만든 나무못을 사용해 기둥을 고정하는 등 18세기 방식 그대로였다.

 

집 안에는 천장에 말린 꽃다발이 매달려 있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닭을 위한 전용 출입구가 달린 닭장까지도 그녀의 아이디어다.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손수 짠 모직물, 직접 끓여 만든 비누까지 모든 것이 ‘쓸모’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타샤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실용에서 비롯된다. 모든 물건과 공간에는 정성과 애정이 깃들어 있으며, 쓰임새 없는 장식을 거부한 그녀의 철학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책의 원제는 Tasha Tudor’s Heirloom Crafts. 하지만 타샤는 “내가 하는 건 공예가 아니에요”라며 이 표현에 강하게 반발한다. 그녀에게 있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쓸모 있는 삶의 일부’이지, 전시를 위한 장식이 아니었다. 예쁘지만 쓰임새가 없는 것은 그녀에게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녀는 직접 물푸레나무 껍질을 벗기고 두들겨서 바구니를 만든다. 그런데 만약 바구니가 야채를 부엌으로 옮기거나 빨래를 빨랫줄로 내가는 데 쓰이지 않는다면, 바구니를 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집 안의 많은 물건들은 다 제 쓸모가 있고 필요한 때가 되면 나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대목에서 나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때때로 예쁘다는 이유로 파우치나 소품들을 중복해서 사곤 한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긴 하지만, 결국 제자리를 갖지 못한 물건들은 공간을 어지럽히고 만다. 타샤처럼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 갖는 삶’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눔’이었다. 타샤는 바느질을 스코틀랜드 출신 유모에게 배워 자녀들의 옷을 지었고, 해마다 가을이면 친구들과 함께 애플사이더를 만들었다. 남은 사과껍질은 비료로, 즙은 선물로. 양모 염색 역시 그녀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미역취와 인디고 같은 염료를 사용해 실을 물들이는 작업에는 이웃들이 함께했고, 그들에게는 따뜻한 식사로 보답했다. 일이 끝나면 헛간에서 무도회를 여는 모습은 한 편의 영화처럼 따뜻하고 유쾌했다.

 

이처럼 타샤의 삶은 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였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우정의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개인주의가 익숙해진 요즘, 타샤의 삶은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과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타샤의 집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어린 시절 읽던 시간여행 소설 속으로 들어간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실제 ‘코기 코티지’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길 만큼, 그 공간은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풍요롭다. 물론 혼자 사는 것이 더 편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타샤처럼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풍요로움이 아닐까. ‘내 것’을 먼저 챙기기보다, 타샤처럼 먼저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샤의 집』은 그런 삶의 방향성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일러주는 책이었다. 단순한 전통 수공예의 소개를 넘어,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예쁘고도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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