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모르는 타인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가깝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친절하기에도 벅찬 요즈음 일보다 공부보다 사람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무인도로 떠나 산다면 어떨지 꿈꿔본 적도 있다. 누워서 쉬고 싶은데 그냥 쉬자니 찔리고 책이라도 봐야겠다 하던 때에 불편한 편의점이 손에 감겼다.

 

타인에 대한 불편한 오지랖이 존재하는 편의점이 있다면 가고 싶을까. 불편해도 이유가 있으니까 가겠지, 하면서 입안 가득 과자를 넣었다. 왜 굳이 불편한 편의점에 가려는 걸까.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저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지만 술술 편하게 읽히고 각 챕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 없이 펼쳤다가 통째로 다 읽겠는 걸 하면서 이리 누웠다 저리 눕기를 반복했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놓질 못했다.

 

편의점이 불편해도 찾게 되는 이유는 주인공 독고씨 역할이 크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노숙자 독고씨는 발음이 어눌하고 냄새도 나서 존재 자체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든다. 맥주 마시려는 사람에게 옥수수수염차를 따르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알바생에게 매장 교육 영상을 찍어보라는 등 반갑지 않은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독고씨의 배려하는 마음씨, 한결같은 무뚝뚝함, 담백한 위로와 공감은 손님들로 하여금 굳이 불편한 편의점으로 입장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독고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얻는 사람들. 두터운 신뢰가 곳곳에 형성된다.

 

눈이 마주치면 경계부터 하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나 재빨리 뛰어가야만 하는 우리 사회에 불편한 편의점은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편의점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12시에 양옆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벅터벅 들어가 술이든 과자든 도시락이든 집어 들고 계산대에 올리는 그 기분. 겨우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긴 허해서 편의점 컵라면으로 달래는 그 기분. 만약 이런 상황에서 독고씨와 같은 알바를 만난다면 처음에는 이 사람 뭐지 싶다가도 같이 맥주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곁들이고 싶을 것 같다. 독고씨처럼 옆자리를 지켜주는 들어주는 사람이 곳곳에 있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여유롭고 따뜻하지 않았을까.

 

“들어주면 풀려요.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풀릴 거예요.”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모두 힘든 싸움을 하는데 서로에게만큼은 친절해야지. 머리로는 알지만, 불친절이 불쑥 튀어나온다. 잘 한다고 하는데 어긋날 때가 있고 무심할 때 오히려 돈독해지기도 한다.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 나는 소통을 원하더라도 상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결국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니까.” 과자를 씹으며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소통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답이 안 나온다. 다시 태어나면 좀 나을까. 불편한 편의점에서 나도 독고씨와 참참참을 나누며 예리한 그의 시선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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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컬쳐리스트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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