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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7일, 극단 산이 올린 연극 <짬뽕>을 보고 왔다.

 

연극 <짬뽕>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여, 광주의 한 중국집 ‘춘래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극의 주인공은 춘래원의 사장인 ‘신작로’이다. 신작로는 동생인 지나와 함께 광주에서 중국집을 운영한다. 그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꿈을 가진 평범한 소시민이다.

 

신작로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의 식구 때문이다. 그에게는 ‘지나’가 있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 친구 ‘미란’이 있고 그가 아끼는 동생인 ‘만식’이 있다.

 

신작로와 그의 주변인은 부자도, 어딘가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나쁘거나 누군가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평범하다. 지나가다 한 번쯤 마주칠만한 주변인이고 혹은 우리 자신이거나 지인일 수도 있는 소시민이다.

 

연극이 시작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춘래원을 배경으로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작로, 지나, 만식, 미란끼리의 소소한 대화나 춘래원을 찾은 손님들이 등장한다. 사실 이런 장면은 집 근처 중국집을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장면이 계속해서 연극 <짬뽕>에 드러난 이유는 그 시대 광주에 살았던 사람, 그 시대 광주에 죽었던 사람들 모두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연극은 너도나도 많이, 그리고 쉽게 찾는 중국집을 배경으로 전개되기에 그 시대 광주 시민들의 삶이 더욱 잘 드러나 있어 그들에게 찾아올 미래가 더 두렵고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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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춘래원의 배달원인 만식이 배달 도중 군인들과 마주치며 시작된다. 짬뽕 둘, 짜장 하나, 탕수육 하나. 배고팠던 군인은 만식에게 음식을 놓고 가라며 협박하지만 만식은 그러지 않고 결국 실랑이가 벌어지다 총까지 발사된다.

 

만식은 잘못한 게 없지만 잘못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단순히 군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후 만식은 폭도가 낙인찍히고 이 때문에 춘래원 사장인 작로는 큰 고민을 한다.

 

극 중 경찰의 고문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은 작로의 꿈이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그만큼 작로가 심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걸 드러내 주는 동시에 무고한 시민들이 어떻게 유죄로 분류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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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이 연극의 결말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말부에 작로의 독백이 있는데 그의 말을 들으며 그가 꿈꿨던 미래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작로의 현실을 곱씹게 된다.

 

연극 <짬뽕>을 본 후 작로와 식구들의 피크닉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누구보다 목표가 뚜렷하고 봄을 갈망했던 인물이었기에 연극의 결말이 더욱더 인상 깊었다.


연극 <짬뽕>은 6월 1일 일요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계속되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보러 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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