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원작 <줄리어스 시저>를 재해석한 연극 '킬링 시저'는
미장센이 탁월했다.
가운데 메인 무대를 둘러싼 반원 무대가 있었고, 배우들은 양옆 계단을 타고 올라가 반원 무대 위에서 관객석을 바라보며 공연을 펼쳤다. 이러한 입체적인 무대 구성은 배우들에게 시선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며, 마치 로마 공화정을 연상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극을 관람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미장센은 '조명'이었다.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회색 등 매 장면마다 예술 작품을 그리듯 무대를 향해 쐈다. 특히 무대를 안개가 자욱히 끼어 인물 주변 배경을 블러 처리한 것처럼 구성한 조명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시저, 카시우스, 안토니우스, 브루터스, 7명의 코러스가 등장한다. 시저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암살되는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이고, 안토니스와 카시우스는 한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두 캐릭터는 서로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다.
안토니우스는 시저의 측근 장수로 시저 암살 후 시저 암살파를 진압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인물이며, 카시우스는 시저 암살 음모의 주동자로 이상주의자인 브루터스에 비해 현실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브루터스가 시저에게 칼을 겨누도록 조력함과 동시에 브루터스의 죄를 직시할 수 있도록 한다.
시놉시스
로마 공화정의 정점에 선 줄리어스 시저. 전쟁에서 승리하고 민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그는 점점 더 신격화되며 황제의 자리에 다가간다. 그러나 원로원과 귀족들에게 시저의 존재는 위험 그자체다.
그를 막지 않으면 로마의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원로원 의원 브루터스, 카시우스, 그리고 동료들은 암살을 결의한다.
그렇게 해서, 시저가 쓰러진 날 로마는 다시 자유를 얻었는가?
시저 없는 공화국을 꿈꿨던 암살자들은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한다.
혼란 속에서 민중은 다시 한 명의 지도자를 원하고, 시저의 충직한 후계자 안토니우스와 시저의 피를 물려받은 '옥타비아누스'가 새로운 권력 다툼을 시작한다. 암살자들은 혁명을 외쳤지만, 그들이 막으려 했던 새로운 시저가 탄생하고 만다.
극의 암살자들은 이상과 현실, 정치적 명분과 인간적 야망, 그리고 역사의 순환을 파헤치며 묻는다. "누가 진정한 시저인가?"
죽음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로마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브루터스는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지고 합리화를 반복한다. '내가 독재자 시저를 죽임으로써 로마 제국의 자유를 되찾았다. 아니, 정말 되찾았는가? 시저를 죽인 행위는 정당했는가?' 브루터스는 시저를 죽임으로써 치러야하는 대가도 있었다. 정의롭게 세상을 구하고자 했지만, 자신을 옥죄는 주변의 말들과 죄책감과 새롭게 등장한 다음 독재자의 권력이 브루터스를 갉아먹고 있었다. 브루터스는 극중에서 현실감각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줄리어스 시저는 다시 옥타비아누스 시저로
권력은 대물림된다는 암울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킬링시저>는 단순히 시저를 죽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대 사회 속에서도 권력의 부정부패와 남용, 자유 억압 등 1000년이 흘러도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오세혁 작가는 다음과 같이 창작 계기를 밝혔다.
원작을 보면서 인물들이 저마다 정의와 로마, 자유를 외치면서 모여드는데 각자가 생각하는 것들이 다 달랐던 것 같다.
시대가 흘러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 자유, 행복을 외치는 걸 보면서 그 속에 정말 국민, 자유, 행복이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킬링시저를 통해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 4/30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넥스트랩 기자간담회 인터뷰 내용 중
뫼비우스의 띠처럼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가 되고 다시 과거의 이야기가 된다. 시저는 어떤 측면에서는 영웅이었지만 로마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로마를 통치하면서 군림한 독재자이기도 했다. 브루터스는 용감한 역모자이기도 했지만, 지나친 이상주의 때문에 세상과 상황을 역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켰던 비운의 원로원 의원이었다.
브루터스가 꿈꾼 세상은 (극중에서는) 오지 않았다. 브루터스의 죽음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만약 극 뒷이야기가 있다면 브루터스가 꿈꾼 세상은 찾아올 수 있었을까?
연극 <킬링시저>는 2025년 5워 10일 토요일부터 7월 20일 일요일까지 약 3개월 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화~금요일에는 20시에,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15시에 시작하니 연극 관람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