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예술을 즐기고 있나?
고등학교 때 나는 연극을 했다. 요즘에도 연극이나 뮤지컬을 종종 즐기는데 연극동아리 활동이 그 밑바탕일 것이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갈 때는 스태프를 하고 싶었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감정 표현이 적은 편이고 어떻게 해야 감정 표현을 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당시 선생님의 '배우를 해보아야 연극을 제대로 해본 것'이라는 신념 때문에 어쩌다 보니 배우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게 된 배우는 나에게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다.
연기를 할 때에는 나에게 주어진 배역의 감정에 집중해서 억지로라도 표출해야 한다. 그 배역을 연구하면서 캐릭터의 삶을 쌓아가고 감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그 역할을 그나마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당시 나에게 '연극을 하는 행위'는 감정 표현이 서툰 나에게 있어 일종의 감정 배출 창구였다.
공연을 보는 것도 비슷하다. 공연을 보고 있으면 배우의 감정에 이입하게 되고 평소에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보게 된다. 이렇게 다양하게 느끼다 보면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다른 사람의 행동까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런 공연예술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지금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때엔 공연 예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누군가에겐 소설이, 시가, 음악이 그런 존재일 것이다. 대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해주는 존재.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예술이 삶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내 얘기에 공감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이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에 예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어느 날 유튜브를 보면서 한 덧글을 보았다. '예술이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예술'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도 "예술이네!", 멋진 풍경을 볼 때에도 "여기 진짜 예술이다."하며 말이다.
우리는 돈을 벌면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가고, 좋은 물건을 산다. '예술'인 듯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땀과 노력의 이유는 '예술'이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며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예술'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