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피드백 모임이 다가온다는 건 또 한 달이 속절없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 밀려오는 일들을 손쉽게 감당할 수 없는 나약함에 곁에 있는 행복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3명의 에디터를 만나 소심한 푸념을 꺼내두곤 했다.
서로가 기고한 글에 대한 피드백을 넘어, 한 달 간 각자 살아온 삶을 나누었다. 음악, 희곡, 회화 등 모두 다른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나눈 이야기는 생각보다 ‘일상적’이었다.
예술인이라고 해서 꼭 심각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사실 혼자만으로 작품에 대해, 예술에 대한 사색에 머리가 아플 지경인 사람들이라서일까.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럼에도 흥미로웠던 건 사소한 이야기들 속 예술적 영감이 묻어있었다는 것이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결핍’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난 한 단어에 꽂히면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온갖 생각을 다 하고 난 뒤엔 그 단어를 무척이나 아끼거나 미워한다.
피드백 모임이 상기시킨 ‘결핍’은 한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였던 ‘찰나’를 밀어내고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한 달에 한 번뿐이었지만, 반대로 한 달이라는 공백은 서로를 알아가기에 꽤나 훌륭한 장치다. 우리는 한 독립서점에 방문해 서로에게 주고 싶은 책을 골라 선물했다. 그리고 선물 받은 책은, 읽고 나서 구매자에게 다시 돌려주자는 소소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난 넘겨받은 책을 항상 들고 다니며 이 모임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했다. 틈이 날 때마다 읽었고, 인상 깊었던 페이지를 접어두거나 밑줄을 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돌려받을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더라. 친구와 연인, 가족이 아니더라도 떠올릴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었다.
독감에 걸려 하루를 참석하지 못한 탓에, 유독 짧게 느껴진 이번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이다. 하지만 참석한 3번의 모임을 되돌아보면, 나누었던 대화가 결코 짧지 않았음을 곧바로 알 수 있다. 함께했던 3명의 에디터님도 같은 생각이길 바라게 된다. 선물 받았던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이 책을 읽지 못한 다른 두 에디터의 감상이 문득 궁금하다.
그러나 나는 길로 나아갔다
길 한복판으로
공사 현장으로
전속력으로
흔들리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고
리듬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도 구두는 필요하다고
함구한 채로 포효했다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붙들어 맨 풍경이었다
지나치되
지나치치만은 않아서 기억이 되었다
- 오은 시집 『없음의 대명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