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지 하야마 개인전
끊임없이 연결된 디지털 시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SH 갤러리는 2025년 4월 3일부터 4월 26일까지 일본 출신의 현대미술가 테이지 하야마(Teiji Hayama)의 개인전 Transition: 전환(轉換)의 시대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흐려지는 정체성과 감정의 변화를 탐구하는 하야마의 새로운 회화 시리즈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하야마는 1975년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 스위스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런던의 Central Saint Martins에서 유학 후 뉴욕, 런던,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Jean Pigozzi, 알타니 가문(카타르), 타이팅거 컬렉션, KAWS 등 저명한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끊임없이 연결된 디지털 시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하야마는 이러한 질문을 그의 독창적인 회화 속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유령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면서도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하학적으로 분리된 블록들은 개별적 정체성의 파편화를 상징하며, 소셜 미디어 피로감으로 인해 해체된 듯한 인물들은 현대인의 내면적 긴장과 단절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특정한 시대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색감과 질감을 지니며 오래된 TV 화면에서 튀어나온 듯한 왜곡된 초상들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Test Card Elvis 2025 63x53 Oil on canvas
하야마의 작업은 철저한 연구와 직관적 탐색에서 시작된다. 그는 방대한 이미지 자료를 축적한 뒤, 이를 바탕으로 초상화의 구도를 구성하며 형태와 균형을 조율해 나간다. 구성이 충분히 정리되면, 그는 붓을 들고 본격적인 유화 작업에 들어간다. 색채와 질감을 쌓아 올리며 화면에 깊이와 생명력을 더하는 과정은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이어지는 그의 독창적인 제작 방식의 연장선이다. 이는 현대인의 삶이 디지털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그는 “우리는 기술이 압도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방향으로 끌려다니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정체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 Transition: 전환(轉換)의 시대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의 초상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불안과 집착, 그리고 소외의 기록이다.
전시 오프닝 리셉션은 4월 3일(목)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며, 작가는 영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 세계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면으로 그 이야기를 먼저 만나본다.
Green Woman, 2025, 55 x 48 cm, Oil on canvas
Q. 이번이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입니다. 한국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또한, 한국 관객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대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추상적이고 구상적인 작품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작품들을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반응도 궁금합니다.
Q. 이번 전시 제목으로 "Transition"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I 중심의 세상에서 비즈니스와 인간관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인간이 이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위치시키는지, 저는 이 전환적 단계를 제 작품에 반영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을 "Transition"이라고 지었습니다.
Q. 디지털 시대에 인간관계와 자기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계신가요?
디지털 시대에 고도로 발전한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우리는 거기서 동료애를 얻는다는 환상을 안고 살아가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다층적인 초상화와 기하학적으로 분리된 블록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Q. 초상화 속 인물들은 피로하거나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이 소셜 미디어 시대의 자기 표현 방식이나 현대 사회의 압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초상화 속 인물들의 지루한 표정에는 소셜 미디어에서 완벽한 자신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관심과 자기 승인을 얻으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납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의 바다 속에서 오프라인 상태로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Q. 최근 예술계에서는 AI처럼 너무 빠른 기술의 발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시대에 작가님은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작가님이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예술이 꼭 예술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은 하나의 비전일 수도, 하나의 아이디어일 수도 있습니다. 마르크 뒤셸이 〈샘〉(Urinal)으로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듯이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예술이란 결국 한 사람만의 독창적인 비전이라는 신념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Ai-Da" 같은 로봇 예술가에서 비롯되든, 인간 예술가에서 비롯되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일무이한 비전입니다. 어떤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는지의 여부도 거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예술가들은 첨단 기술을 위협으로 여기며, 마치 "예술의 종말"처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분야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혁신이 오히려 예술가와 예술계를 자극하여 예술적 변화를 이끌고, 전혀 다른 방식의 창작과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