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연주자들이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며 점점 하나가 될 때, 그리고 음악이 하나가 되어 연주가 될 때가 아닐까.
<스윙걸즈>는 바로 그 과정을 유쾌하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일본 시골 마을의 평범한 여고생들이 얼떨결에 재즈 빅밴드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토모코와 친구들은 사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다. 한여름, 지루한 수학 보충 수업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밴드에 들어가지만, 예상치 못한 계기로 진짜 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처음엔 어설프고 실력도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점점 빠져들고, 결국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성장 과정이다.
음악에 대한 재능도, 계획도 없던 아이들이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점점 빅밴드 재즈의 리듬을 몸으로 익혀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과정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처음엔 악보를 볼 줄도 모르고, 제대로 된 악기가 없어, 헌 악기를 구해오고, 연습할 공간조차 부족하지만, 그러한 제약 속에서도 방법을 찾아 나간다. 흥미를 느끼고, 조금씩 몰입하고, 어느 순간 진짜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있다.
한 여름의 감성을 곁들인 <스윙걸즈>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은근히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생각을 뒤집는다.
처음엔 수학 보충을 피하려고, 혹은 친구 따라 어쩌다 시작했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빅밴드 재즈를 동경하면서도 오랫동안 숨어만 있던 수학 선생님이 결국 학생들 앞에서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음악이 특정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누구나, 언제든, 스윙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즐기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게 되면서 하나의 팀이 되고,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한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 역시도 어느새 몸을 들썩이며 영화 속 재즈 리듬에 맞춰 스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스윙걸즈>는 결국 어떤 일을 시작하고, 즐기고, 몰입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한여름의 밝은 감성과 경쾌한 템포로 그려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지고, 일단 해보자는 용기가 생긴다. 그러니, 스윙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