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해석한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
존스홉킨스대 뇌과학자
☓ 구글 디자인 아티스트가 밝혀낸
아름다움에 끌리는 뇌의 비밀
누구에게나 바쁘고 경직된 삶에 지쳐 탈출구를 찾고 싶은 날이 있다. 탁 트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캠핑, 새로운 감동을 전해줄 책과 영화, 새로운 세계로 입장하는 듯한 가상현실 게임…. 새로운 감각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와 결핍을 회복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발동될 때, 우리 뇌를 환기시키는 창의적 활동은 그 힘을 발휘한다.
예술은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각 시대의 동향을 만들어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약의 일종으로 시를 처방했고, 인디언들은 벽화를 그려 생활상을 기록했으며, 독일의 시민 예술가들은 베를린장벽을 정치적 항의를 담은 대담한 작품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이렇듯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지금껏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작품을 감상하거나 직접 참여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를 연구해온 수전과 아이비는 그간 밝혀진 다양한 연구 결과와 더불어 직접 예술가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예술이 가진 다채로운 힘에 대해 소개한다. 미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해석하는 분야 '신경미학', 뇌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는 '신경가소성' 개념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방대한 이야기는 흔히 직감으로만 알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 우리가 예술에 한 걸음 가까워지게 만든다.
우리 삶 곳곳에 녹아든
신경미학의 세계 탐구기
주의력 결핍, 알츠하이머, 인지 장애 같은 질환에 뇌 신경망을 활성화시키는 게임이나 음악감상 같은 미적 경험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학계뿐만 아니라 건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병원이 마비되었을 당시 뉴욕의 한 병원은 의료진이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재충전할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 요소를 녹인 공간을 설계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영적 세계와 연결된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한 감각을 고조시켜 영감을 주는 건축물들이 설계되고 있다.
예술의 힘은 학습에서도 발휘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한 교수는 종강 후 일 년이 지나면 학생들이 강의 내용의 10퍼센트밖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는 수업에 음악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뇌의 기억, 추론, 말하기 영역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을 공략해 수업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게끔 유도한 것이다. 2008년, 스타벅스도 예술의 힘을 빌려 브랜드 충성도와 매장별 평균 매출이 나날이 떨어지는 곤경을 극복했다. 창의성 양성 전문가를 고용한 워크숍 자리에서 문화의 대표 아이콘인 가수 비틀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리더들의 대화는 스타벅스가 세련된 감각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이후 스타벅스의 3년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이 책을 읽고 "예술은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하는 마법이다"라고 한 세스 고딘의 말처럼, 예술에 깃든 아름다움의 감각은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할 만큼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일상을 지탱해줄
나만의 예술 루틴 만들기
예술이 가진 창의적 에너지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골 깊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퇴역 군인들의 고통스러운 전시 기억, 화재 출동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마주하는 끔찍한 사고 현장 목격 같은 트라우마는 자체적인 치유가 어렵다. 가만히 두면 내면에서 쉽게 고립돼버리곤 하는 이런 트라우마는 자신을 투영한 가면을 만들거나 세밀화를 그리는 작업을 거치며 조금씩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쉽사리 말로 꺼내기 힘들었던 상처를 예술로 표출하는 치유 과정을 거치며 잃어버린 내 안의 목소리를 되찾는 것이다.
이처럼 삶에 예술을 들인다는 것은 건강하고 풍성한, 다시 말해 '잘' 사는 인생을 가꾼다는 의미다. 가벼운 낙서나 일기 쓰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불안을 가라앉히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후 연극 공연이나 전시회를 관람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것. 이런 나만의 작은 예술 루틴이 모여 풍요로운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결과물은 중요치 않다. 아름다움을 누리는 과정 자체가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이며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수전 매그새먼(Susan Magsamen), 아이비 로스(Ivy Loss)
수전 매그새먼은 존스홉킨스 의대 산하의 국제예술마인드 연구소 창립자이자 총괄 경영자다. 동 대학의 뇌과학과 연구조교수이기도 한 수전은 뇌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아이비 로스는 구글 하드웨어 제품 개발부의 디자인 부총괄이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마법 같은 아이디어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는 아이비는 팀을 이끌며 200건이 넘는 국제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디자인계의 여성상'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