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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I Tell’em Down, now.”

 

제니의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 된 곡, ZEN의 첫 가사다. 제목 그리고 내려놓으라는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곡 은 제니의 JENNIE에서 앞 글자를 변형시킨 제목으로, 동시에 불교 용어 ‘선(善)’을 뜻한다. 불교에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불안정한 상태와 욕심, 집착, 미움, 질투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번뇌에서 벗어날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에 다다른 자만이 진정으로 고유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뮤직비디오에도 다양하게 연출된 것을 볼 수 있다.

   

번뇌를 뜻하는 안무가들이 검은 옷차림으로 전통 금관을 형상화한 옷을 입은 제니 앞에 서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이처럼 흑백과 컬러를 절묘하게 조합한 미감을 보여준다. 컬러는 외면의 모습을 상징하고 흑백은 내면의 모습을 상징한다.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또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하는 모습 뒤에는 온갖 까만 깃털이 소용돌이치는 제니의 본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흑백에서도 검정색과 흰색의 대비를 통해 번뇌와 지향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노래가 하이라이트로 달려가고 있는 1분 정도를 보면, 어두운 조명 사이 제니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 아래에는 이전처럼 어두운색 옷을 입은 사람들 대신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지만, 흔들리는 정서를 표현한 듯 어김없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Shape me”라는 가사와 함께 빠른 템포에 맞게 제니의 다양한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I’ma keep it Z, Zen.”

 

가사에서는 알파벳 끝까지 다다라 ZEN에 이르겠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뮤직비디오에서 잘게 쪼개지는 박자 끝은 반드시 흑백의 제니 모습인데,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 뒤 아무도 정의할 수 없는 아이코닉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스스로 정의해 나가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어서 제니가 연꽃 속에서 태어나는 듯한 장면을 중심으로. 다 다르게 흔들거리던 모든 존재는 다 같은 인격체로 대체된다. 밝음과 어두움, 각양각색과 단일 무색이 세상에 흩어져 있다가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다. 문광스님은 “흔들렸던 모든 것은 다 자신,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 세상과 내가 절묘하게 일치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듯, 끝에서 알게 된 ZEN, 선은 ‘지혜’의 올빼미를 상징화 한 제니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Zen, presents B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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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작은 초에 불을 붙였던 일이 있었다. 심지(心地)는 빙글빙글 꼬아져서 만들어지기에, 가끔 타오르다가 꼬임이 풀려 그 끝이 동그랗게 말리곤 한다. 마치 연잎처럼 보이는 이 모습을, 불교에서는 ‘길상(吉上)하다’라고 본다. 더 나아가 활활 타올라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이 가냘픈 실타래가, 어떤 불길에서도 강인하게 빛난다. 심지가 ‘마음의 본바탕’이라는 뜻을 가진 것, 그리고 그것을 잘 들여다보고 보살핀다면 강인한 꽃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신비로움이 제니의 음악과도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단단하게 묶였다가 풀렸다를 반복하던 오랜 기다림 끝에서 제니의 음악을 만났다. 아티스트의 견고한 정체성과 깊은 내면,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깊은 눈과 뿌리에 대해서 한 편의 자신감 넘치는 영화처럼 보여준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제니가 이루고자 했던, 더 환히 타오르는 자신, JEN이자 ZEN, BLESS 같다. 흔들리지 않고 그 끝에 있는 자신을 견고한 모습으로 마주하겠다는 뜻 같다. 나는 과연 ‘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들 때면, 제니의 음악을 들어야겠다. 곧 발매될 정규 앨범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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