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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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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을 처음 펼쳤을 때와 덮었을 때의 당혹감이 생생하다. 마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을 만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재현하려는 것이 작가의 세계가 아니라 좀 더 모호한 형태의 온전한 세계인 것처럼 보인다.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책에는 목차와 저자에 대한 설명, 으레 예술 작품에 붙어있는 흔한 해설도 없다. 본문의 내용은 짧은 글과 그림의 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위치나 양, 내용이 정해져있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그림과 관련 있어 보이는 글들을 짧게 흘러가는 생각처럼 기록되어 있다.

 

추천사와 해설이 있지만, 칼만의 그림 세계를 자세하게 분석하기 보다는 다소 추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아마 책이 의도한 불확실성과 후술할 작가와 독자의 관계 때문에 이러한 구성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칼만은 연속된 이미지와 짧은 텍스트를 통해 발생한 공백을 독자가 자유롭게 채워 넣도록 하고 있다. 책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들고', '가지고 있는' 행위로 시작해서, 물체가 무언가를 '담는' 이미지로 연결한다. 그림이 어떤 인물과 물건을 묘사할 때, 인물과 물건의 관계는 일상의 그것과 다르다.

 

칼만의 그림은 스케치를 드러내지 않고 뭉뚱그리듯 색채를 칠한다. 인물의 구체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물과 물건, 인물과 물건을 담고 있는 배경을 묘사하는 것을 초점으로 둔다. 물론 어떤 그림에서는 인물의 독특한 표정을 묘사하는 데 애를 쓰기도 한다.

 

칼만의 이러한 독특한 질감과 짧은 텍스트로 인해 독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그림의 기호를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제가 일종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대한 휴머니즘적 상상력인 것을 고려할 때, 아마 책의 추상적인 구조는 의도한 것이다.

 

책은 또 독특한 방식으로 이 책에서 작가는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대표적으로, 이 책의 날개의 처음과 끝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당신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들고 있군요. 한 권의 책을요. 무언갈 붙들어야 한다면, 바로 이것이죠. 꼭 잡아요, 사랑하는 친구여, 꼭 붙잡아요.

 

한 마디 더, 들고 있어도 되지만, 내려놓아도 돼요. 하지만 또 다른 책을 들겠죠.

 

 

책에서 반복되는 '들고 있는 것'과 '담고 있는 것'의 이미지가 책을 들고 있는 나라는 현실적 독자에게도 퍼져나가길 원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창의적이고 신비롭지만, 나 같은 폐쇄적인 성향의 독자에게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작가가 독자의 시선을 인식하고 모습을 드러낼 때, 그 것에 대해 해석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이 '표현하기'보다는 '보여주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작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보조하기에는 메시지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비슷한 패턴의 그림과 열려있는 텍스트는 독자들에게 다소 혼란스러움을 준다.

 

내가 이해한 여자들이 무언가를 'hold'하는 행위는, 작가가 의도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애당초 여자는 왜 그래야 하며, 남자와는 무엇이 다른가? 작가는 아마 독자들에게 해석의 문이 열어두기 위해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독자와의 관계를 열놓은 것치고는 생각의 교류가 다소 차단된 느낌이다.

 

하지만 동시에 책이 주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짧게 소개된 그녀의 가족사나 아픈 역사는 이상한 지점에서 앞서 제시한 키워드들과 만난다. 여자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물체들이 무언가를 담는다는 이미지, 어린 아이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버티고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묘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부분을 포함해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정말 묘한 방식으로 전달되지만, 속이 또 막 뚫리진 않는, 독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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