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불후의 명작은 세기를 지나 영원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추억을 간질인다. 파노라마처럼 삶의 순간들을 담아 낸 영화, 그리고 음악.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1988)>이다.
‘삶’이라는 영화에 엔딩 곡이 있다면, <시네마 천국>의 메인 테마 곡이 아닐까.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가 작업한 <시네마 천국>의 사운드트랙은 듣는 순간, 우리를 시칠리아의 조그만 동네 극장으로, 또 각자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데려다 준다.
한-이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해당 전시는 영화 <시네마 천국>을 사랑하는 한국의 관객들에게, 이곳의 수많은 토토들에게 전하는 한 통의 편지 그 자체였다. 눈이 많이 내렸던 1월 5일의 오후, 나는 사랑과 진심이 꾹꾹 담긴 편지를 뜯는 듯 설레는 기분으로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을 찾았다.
갤러리아포레 전시장에 발을 딛는 순간, 감상자들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함께 영화 <시네마 천국>의 세계로 빨려 들어 간다.
‘이머시브 Immersive(몰입형의, 몰입감 있는)’ 전시는 급부상하고 있는 뉴미디어아트 전시의 한 종류이다. 시각적 영역을 넘어 ‘오감 만족’, 화이트 큐브 넘어 ‘배리어 프리’로 나아가는 해당 전시 형태는 공간 자체가 감상자들을 에워싸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역시 영상 매체와 공간의 구성적 활용을 통해 훌륭한 몰입을 선사했다. 특히 아카이빙과 공간 연출을 적절히 섞어, 연출과 음악, 미술에 대한 정보들을 충분히 제공하면서도 영화의 흐름과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위는 <시네마 천국>의 전세계 포스터 디자인을 아카이빙 해둔 전시의 일부이다. 오직 영화적 공간의 재현과 연출에만 신경을 썼다면, 충분히 알찬 정보와 감동을 담은 전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해당 전시는 폰트 디자인의 변천사, 등장 인물들의 의상 스케치 디자인, 촬영 당시의 비하인드, 오마주한 실제 미술 작품 등 풍부한 아카이브 자료를 공개하여 영화 그 이상의 흥미를 충족해주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이탈리아의 표현주의 화가이자 정치가인 알도 레나토 구투소의 작품을 오마주하여 특정 장면들을 연출했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로웠다.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 감화되었던 구투소가 그의 이전 작품에 대해 감동적인 평론을 남겼던 것에 대한 보답이자 존경의 의미로 그의 작품 두 점을 인용했던 것이다.
토토의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차례로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처럼, 이번 전시 역시 토토의 일대기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먼저, 토토의 유년기를 가득 채웠던 영화에 대한 열정, 동네 극장에 대한 사랑, 그곳에서 상영 기사로 일하는 알프레도와의 세대를 뛰어 넘은 우정이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
조각조각 잘린 필름들과 손때 묻은 듯한 책상이 그대로 재현된 공간을 지나면, 대형 스크린들이 사방을 채우고 있는 방에서 토토의 청년기를 마주하게 된다.
토토가 그의 첫사랑이었던 소녀, 엘레나와 함께 가로질렀던 밀밭을 재현한 공간을 지나치면, ‘영화관 밖의 삶’을 살게 된 토토의 장년기에 다다른다.
오래된 우정과 첫사랑을 마음 속에 묻어둔 채 로마에서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살고 있던 토토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자신이 꿈을 키웠던 오래된 영화관 ‘시네마 천국’에서 밀려오는 추억에 잠기는 모습으로 영화와 전시는 끝이 난다.
전시를 나가기 전,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차례로 만나볼 수 있게 한 공간과 ‘세상의 모든 토토에게’ 바치는 편지 부분이 가장 마음 깊이 남았다.
“세상의 모든 토토에게. 토토야, 넌 혼자가 아니야. 이 편지를 읽는 너와 또 무수히 너와 닮은 다른 모든 이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비록 우리의 이야기가 서로 다를지라도 모두가 자신의 영화 속 토토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네 꿈을 찾아, 다음 문을 열길 바라며.”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연출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함께 완성한 영화 <시네마 천국>이 아마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성장과 사랑과 우정의 삶의 순간이 있다’는 메세지를 아름답게 담아내었기 때문아닐까.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이러한 영화의 문법과 주제의식을 충실히 따르며 그 감동을 더 깊어지게 했다.
영화를 200% 즐기기에도, 추억에 잠겨 지난 삶을 회상하기에도 좋은 전시라고 총평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