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새를 좋아하는 가족을 따라 탐조를 여러 번 갔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집 주변의 새를 찍는데 머물렀지만, 점점 탐조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갈수록 가족끼리 멀리 나가서 새를 찍기도 했다. 심지어 여행을 갈 때에는 일부러 새가 많이 모이는 곳으로 빙 둘러 가기도 했다.


사실 새에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가족이 들려주는 새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흥미로웠다. 이 새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이 새는 왜 이러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웠다.

 

특히 그중에서도 얼가니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인간에게 경계심이 거의 없고 쉽게 잡혀주기에 그런 이름이 붙은 새. 얼가니새라는 이름이 재미있는 동시에, 단순히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얼간이‘라는 이름을 새에게 붙여도 되는지, 너무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가족이 도도새라는 이름도 바보를 뜻하는 말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더더욱 그런 생각이 커졌다.


그 이후부터는 묘하게 집을 나오는 길에 마주치는 새들에게 더더욱 눈길이 갔다. 새는 우리 일상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으면서, 또 미지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언어화되지 않은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던 어느 날, <호라이즌>을 읽게 되었다.

 

<호라이즌>을 읽으며 오랜만에 얼가니새를 다시 마주했다. 얼가니새가 등장하는 대목을 읽으며 전의 탐조 경험을 떠올렸다. 과연 인간은 새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는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호라이즌>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globe-940369_640.jpg

 

 

<호라이즌>은 작가 배리 로페즈가 72개국을 여행한 경험을 모은 책으로 인간과 지구, 그리고 자연에 대한 성찰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여행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 책에서 여행은 단순히 어딘가 낯선 곳에 갔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여행을 통해 낯선 존재들과 조우하고, 그 역사를 배우면서 인류의 역사, 지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탐구한다.

 

 

아무리 여러 차원에서 엄밀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그곳을 아무리 여러 번 여행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한 장소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는 장소 자체가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명료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래서 장소들을 다시 방문할 때 나는, 거기서 내 이전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처음에 썼던 글에 담긴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한 장소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새로운 감정을 촉발하는지, 그리고 그 감정에 담긴 진실이 한때 내가 아주 신중하게 수집했던 사실들을 어떻게 변용하는지에도 흥미를 느꼈다.

 

- p.49

 

 

<호라이즌>에서는 아프리카, 북극, 갈라파고스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인류와 자연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환경을 세밀한 묘사, 그리고 풍부한 정보량으로 몰입도 있게 그려낸다.

 

9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 사진 한 장 없지만 오히려 작가의 글을 통해 함께 그 현장들을 탐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과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해 본 것처럼, <호라이즌>은 작가의 이야기들에서 시작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그리고 시선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 배리 로페즈에게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마주하고 자신을 새롭게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자연을 통해 인간 자신을 성찰하고, 우리의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여행이다.

 

여행지들의 고유 특성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이 수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낯선 것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작가가 여행을 통해 얻은 성찰이 아닐까.


작가는 또한 기후 위기에 대해 지적하며,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다만 이 책이 단순한 경고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여행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실천의 의지를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호라이즌_앞표지.jpg

 


이 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책을 덮으면 표지에 담긴 수평선이 새롭게 보인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의 행동이 결국 지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기원을 돌아볼 때 우리가 곧잘 빠지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환경 변화에 반응해 단순히 변화만 한 것이 아니라) 완벽을 향해 진화해왔다는 오해이며, 또 하나는 현생인류가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넘어오는 동안 잃은 것은 그게 무엇이든 없어진 게 잘된 일이라는 오해다. 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향상’된다는 생각은 진화 이론에서 전혀 근거 없는 개념이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현대로 오는 과정에서 ‘잃은’ 것은, 예컨대 일상에서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하려는 의지 같은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충분히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 p.526

 



IMG_1943.jpe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