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지구괴물: 변종생체테러 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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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위한 폭력은 도덕적인가?”
영화, 입체음향,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
실험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는 예술실험집단 ‘하띠하띠 아트만’이 2025년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신작 연극 <지구괴물: 변종생체테러 Z-9>(이하 <지구괴물>)를 선보인다.
알베르 카뮈의 『정의의 사람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이 작품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초강대국 아르본 제국의 독재에 맞서는 저항군의 투쟁을 그린다. 이들은 정의를 위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생체병기 Z-9’를 사용한다.
<지구괴물>은 이처럼 모순된 저항군의 이야기를 통해 증오와 폭력의 연쇄를 끊어낼 해답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관객들에게 사회적, 도덕적 질문을 던지며, 갈등과 대립 속에서 각자의 정의를 추구하는 것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 연극은 뉴욕과 베를린에서 주목받은 세계적인 작곡가 Mike von der Nahmer가 작업한 사운드와 ‘오디오가이’의 입체 음향을 결합해 다차원적인 몰입감을 제공하며, 영화감독과 그래픽 디자이너가 협업한 환상적인 미디어아트가 무대에 생동감을 더한다. 또한, 실시간 송출로 배우들의 숨결이 화면에 전달되어 현장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촉지적 감각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하띠하띠 아트만은 2022 밀양 공연예술축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며, <살고있는가>, <헤뽀빠> 등의 관객 친화적인 실험극으로 주목받아왔다. 연출을 맡은 백유진은 실험적 상상력과 정제된 감각을 통해 시청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연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되며,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공연을 앞두고, 공연을 앞두고 하띠하띠 아트만의 대표이기도 한 백유진 연출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하띠하띠 아트만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띠-하띠 아트만(Hati-Hati Atman)’은 우리가 현대 사회 속에서 점차 잃어가는 본질적인 것들을 비유적이고 표현주의적인 방식으로 무대 위에 기록하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 단체입니다.
단체 이름은 인도네시아어로 ‘조심히’를 의미하는 ‘하띠-하띠(Hati-Hati)’와 산스크리트어로 ‘절대 변치 않는 내면적이고 초월적인 자아’를 뜻하는 ‘아트만(Atman)’의 합성어예요. “절대 변치 않는 너의 초월적인 자아가 늘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몸짓과 소리를 통해 관객이 공연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느끼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촉지적 감각’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관객과의 직접적이고 감정적인 교감을 중요시하며, 디지털 시대의 단절된 소통을 넘어, 대면 예술을 통해 강렬하고 진솔한 연결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Q. 이번 작품은 아르본 제국이라는 미래의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예전 작품도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보다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데, 이러한 배경을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표현하기 위해 연출님이 주의를 기울이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무대가 본질적으로 비사실적인 공간이며, 시간을 재구성하고 공간을 재정의하는 초현실적 캔버스라고 생각해요. 가상의 세계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과정은 이러한 초현실성을 극대화하여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현실 너머의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지구괴물>도 물리적 제약을 초월하여 시각적·청각적 몰입과 배우들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세 가지를 특히 중점적으로 고려했는데요. 첫째, 입체 음향을 통해 관객이 소리의 방향과 깊이를 직접 체감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소리는 보조적인 요소가 아니라 관객이 상상 속 세계를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언어로 기능하죠. 둘째, 미디어아트와 실시간 영상을 결합하여 무대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했습니다. 프로젝션 맵핑과 그래픽 영상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무대를 만드는데, 관객은 이를 통해 가상의 세계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소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셋째, 배우들의 움직임과 연극적 표현을 핵심 매개체로 활용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연극성에 초점을 둔 배우들의 몸짓, 시선, 숨, 그리고 호흡은 실제로 보는 것보다 더 강렬한 상상력을 선사합니다.
Q. 하띠하띠 아트만은 무대에서 ‘촉지적 감각’을 선보인다고 했는데, 촉지적 감각이란 무엇인지 연출님께 좀 더 듣고 싶어요. 이번 작품에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촉지적 감각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촉지적 감각’이란 단순히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 무대 위의 모든 요소가 관객의 감각을 깨우고 작품을 체험하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저에게 촉지적 감각은 무대 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이에요. 관객은 이야기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을 신체적으로 체험하고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까지 하게 되죠.
이를 위해 <지구괴물>에서는 소리와 이미지가 하나의 독립된 언어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입체 음향은 공간의 깊이와 방향을 재정의하여 관객이 소리를 ‘듣는’ 걸 넘어서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빛은 무대를 유기적으로 변화시켜 공간을 살아 움직이는 조각처럼 인식하게 만들고, 미디어아트는 인물이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레이어를 형성합니다.
Q. 연출님이 이번 공연에 참여하며 관객에게 중요하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지구괴물>은 증오와 폭력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증오와 폭력은 우리를 편리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곧 우리를 파괴하기도 하죠. 관객이 이 극에서 폭력의 고통스러운 연쇄를 목격하는 동시에,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라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저항하고 책임을 질지,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있는지도 탐구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도 연결되는데요, 극이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은 명쾌한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우리의 행동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각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책임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길이겠죠.
Q. 그렇다면 연출님이 이번 작품을 만들며 ‘정의를 위한 폭력’이라는 딜레마에 관해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면 어떠했는지 들려주세요.
‘정의를 위한 폭력’이라는 딜레마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맞닥뜨리는 깊고 고통스러운 질문이죠. 전쟁과 증오가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문제고, 저 역시 연출가로서 관련된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이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어요. 폭력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더 큰 파괴의 연쇄 속으로 스스로를 던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도요.
Q. 마지막으로, <지구괴물>을 보러 올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구괴물>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 우리의 현실에 대한 깊은 질문이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대화입니다. OTT 콘텐츠가 절대 제공할 수 없는,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대 위 모든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예술적 실험으로의 초대입니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여러분은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여정에 초대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함께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 극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질문과 대화의 시간, 그 특별함을 놓치지 마세요.
극장에서, 무대 위에서 뜨겁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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