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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 '입덕'과 '탈덕'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①
대중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예인을 접하며 그들에게 호감을 느껴 ‘입덕’하거나, 실망과 가치관 충돌로 인해 ‘탈덕’을 경험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 인지부조화 이론과 균형 이론 같은 심리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전편에서는 이러한 이론들로 ‘입덕’과 ‘탈덕’의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균형 이론을 바탕으로 ‘탈덕’의 심리적 과정을 분석하고, ‘사회적 조율’이라는 개념을 통해 ‘입덕’과 ‘탈덕’을 또 다른 관점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균형 이론에 따르면, ‘입덕’을 통해 연예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연예인의 태도와 자신의 태도가 크게 충돌하지 않는 이상 연예인의 태도를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로 ‘탈덕’을 하면 개인은 어떠한 심리적 반응을 보일까? ‘탈덕’은 연예인이라는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은 연예인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상과 부정적인 관계를 맺거나, 연예인이 부정적으로 여기는 대상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이를 나와 연예인 A의 관계에 적용해 보자. 만약 내가 어떤 이유로 연예인 A을 ‘탈덕’했다면, 나는 연예인 A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유기견 보호에 대해 기존에는 긍정적이었더라도, 균형 상태를 이루기 위해 이를 ‘의미 없는 일’로 여기는 등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연예인 A가 부정적으로 여겼던 ‘펫샵 이용’에 대해서는 내가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균형을 맞추려 할 수도 있다.
한편, ‘입덕’과 ‘탈덕’ 현상을 ‘사회적 조율’이라는 개념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사회적 조율이란 사람들이 타인의 태도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타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비호감인 경우 자동적으로 기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균형 이론과 유사하지만, 타인에 대한 호감 여부가 태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 이론과 관련하여, 2005년 Sinclair, Lowery, Hardin, Colangelo가 진행한 실험을 ‘입덕’과 ‘탈덕’ 현상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들은 참여자들이 실험자의 반인종차별주의 견해를 채택하게 될 확률은 실험자가 호감 갈 때와 호감 가지 않을 때 중 언제가 더 클지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참가자들은 호감이 있거나 없는 실험자들과 교류했으며, 실험자들은 "Eracism"이라는 단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아무 문구도 없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후 참여자들은 잠재적 편견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수행했는데, 실험자에게 호감을 느낄 때 참가자들은 호감을 느끼지 않을 때보다 인종차별적 태도를 훨씬 덜 나타냈다.
이는 참가자들이 연구자에게 호감을 느낄 경우에만 그의 견해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호감을 가진 대상일수록 사회적 조율을 통해 그 견해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적 조율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자 하는 심리적 동기에서 비롯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수용을 추구하기 위해 그 사람의 견해에 자신의 태도를 맞추는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실험 속에서 실험자의 티셔츠에 적힌 "eracism" 문구를 연예인들이 참여한 ‘블랙아웃 화요일(blackouttuesday)’ 캠페인으로 대체해 보자. 연예인에게 ‘입덕’했다는 것은 이미 그 연예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캠페인에 참여했던 보아, 박재범, 티파니, 수현, 에릭남, 태양 등 한국 연예인에게 호감을 가진 팬이라면, 연예인의 반인종차별 입장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탈덕’한 팬은 연예인에게 비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같은 캠페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세 가지 이론을 통해 ‘입덕’과 ‘탈덕’ 현상을 분석해 보았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대중이 연예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예인은 자신의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깊이 인식하고, 신중한 언행을 보여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에 지지를 표하며 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입덕’과 ‘탈덕’을 경험하는 우리도 일정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적인 반응이기에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연예인의 태도와 신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올바르지 않은 태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연예인에게 무조건적인 영향을 받기보다 건강한 소비와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을 지키며,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