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소통 단절의 시대. 나는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착한 대화, 친절한 대화 그런 거까진 바라지도 않고 그저 ‘보통의 대화’를 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 같다.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는 시간이 상대방과의 거리와 비례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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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의 대화 즉 AI나 스스로 몇 번이고 정제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과 직접 마주 보고 바로바로 답이 나와야 하는 대면적 대화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럼 또다시 온라인상의 대화를 주로 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악순환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하거나 전화로 하면 5분도 안 걸릴 일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문자를 보내 시간이 배로 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가 가장 웃으며 읽었던 부분은 무분별한 영어 사용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실제 필자도 평소에 억지스러운 한국식 영어를 자주 사용하고 자주 듣는 사람으로서 씁쓸한 웃음으로 읽어 나갔다.

 

[이를테면 ‘제가 팔로 업할 테니까 저희 쪽으로 토스 좀 해주세요. 좀 더 디벨롭해 보고 계속 커 뮤 할게요. 중간중간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와 같은 문장.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이러하다. ‘제가 후속 작업할 테니까 저희 쪽으로 일 넘겨주세요. 좀 더 보완하면서 계속 이야기합시다. 중간중간 보시고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85p]

 

누가 내 카톡방을 훔쳐보고 쓴 거 같았던 구절이다. 실제로 팔로업, 디벨로, 피드백은 나의 피와 살 같은 단어이다. 과장하자면 저 세단어가 없으면 대화가 이어나가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대학교 신입생 때 ‘레퍼런스’라는 단어가 뭔지 몰라서 검색을 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냥 ‘예시’라고 하면 되는 그 단어를 나는 그리고 우리는 3년 넘게 ‘레퍼런스’라는 말을 고집한다. 확실히 뭔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지금 이렇게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인식하고 보니 참 뭐한거지라는 회의감이 든다.

 

[마치 레스토랑에 들어가 오늘 추천 메뉴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리소토 버섯 크림 타르투포 스테이크랑 트러플 쿨리 파게티가 맛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듣는 기분이랄까. ‘타르투포’와 ‘쿨리 파게리’가 뭔지 모르는 나는 그저 ‘리소토’를 먹을지 ‘스테이크’를 먹을지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니. - 88p]

 

얼마 전 시상식을 보는데 상 이름이 ‘베스트 어덜트 컨템포러리’였다. 정말 같이 시상식을 보던 친구랑 저게 뭐지 싶어서 검색을 했던 기억이 있다. 컨템퍼러리.. 동시대의 현대의라는 패션 용어라는데 이걸 굳이 사용했어야 하나...? 음악 시상식에서...?라는 의문이 끝없이 든다. 상 이름을 바꾼다면 ‘베스트 어덜트 나우’, ‘베스트 이어 어덜트 송’이 정도면 그냥 모두가 바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음악 시상식에서 수여되는 상이 가수들의 이력에 남고, 그걸 기반으로 전 세계로 나아갈 것이니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 같이 한 번에 이해하고 그 자리가 잘 맞는 영단어를 사용하면 더 좋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통의 대화가 너무나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이 책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 정도면 대화 잘하는 편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생각조차 하는 않는 사람들이 읽고,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평소 본인의 대화 습관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이미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발전을 원한다면 웃으며,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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