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찌질이가 쓴 사랑책 3권 [도서/문학]

글 입력 2024.12.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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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벌써 크리스마스. 추운데도 바람을 맞으며 두 손을 잡고 있는 커플과 따뜻한 주머니 사이로 두 손을 지키고 있는 솔로들. 이맘때쯤 눈에 들어오는 거리 풍경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괜히 사랑에 관해 생각해 본다.

의식하고 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모두 사랑을 갈망한다. 노래를 들어도 영화를 보아도 책을 읽어도 사랑이라는 소재는 흔하게 보인다. 사랑은 인간에게 이리도 친숙한 것일까.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세상은 사랑 이야기 천지지만 막상 나에게 사랑은 친숙하면서도 어렵고, 좋으면서도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개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자기 자신에게 어느 정도 확신이 있고 망설임이 없는 소위 쿨한 사람이 사랑도 거침없이 잘하는 것 같다. 반면에 부족한 자기확신에 알 수 없는 답답함을 가진 소위 찌질이들에겐 사랑이 참 쉽지 않다. 하지만 나 역시 찌질이라서 그런 걸까? 망설임과 후회와 민망함으로 가득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 재밌게 느껴진다.

남들은 쉽게 잘만 하는 것 같은 사랑. 유독 내게만 쉽지 않은 것 같다면 오늘 추천할 책 3권을 읽어보라. 도움이 되진 못할망정 재미는 있을거라 확신한다.
 
 
 
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유명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이 23살에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와 클로이가 만나고 헤어지는 연애 과정을 다루지만, 연애소설보다는 철학소설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다양한 철학자를 인용한다. 말랑말랑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소설 속 주인공이 실제로 겪으면서 가지게 되는 철학적 고민은 나름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 역시 우리와 같은 찌질이일 뿐이다.

사랑의 마음이 싹 트는 순간, 당장 상대에 적극적인 구애를 해도 모자를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좋아서 만나고 있는 눈앞의 상대를 나는 과연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일까', '내가 무엇이기에 저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감히 사랑해도 되는 것일까' 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에게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연애 경험과는 상관없다.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연애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이 책은 공감하기 쉽고 재밌게 읽혔다. 아마 연애라는 상황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대단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저자의 찌질하고도 참신한 통찰력으로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쉽게 드러나지 않던 우리의 망설임과 찌질함을 유쾌하게 겨냥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인 알랭 드 보통 역시 사랑에 관해서는 답답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는 한편 그런 그가 풀어나가는 사랑 이야기에는 미치도록 흥미를 느낀다.

 
 
2. 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이제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석원이 쓴 책이다. 픽션은 아니고 개인적인 일을 풀어낸 산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대부분의 연애에서 처음과 달리 식어 버리고 마는 자신의 마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관계의 끝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해 표현을 자제하고 마음을 감추며 나름의 방법을 터득한다.

그러다 계속 만나고 좋아해도 마음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사랑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응시하게 된다.

저자는 사랑과 두려움이 동의어일 정도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점차 그는 함께하는 순간을 근거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려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굉장히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그의 기질이 때로는 스스로를 힘들고 지치게 하지만 그가 마지막에 내린 나름의 결론이자 책의 제목인 '순간을 믿어요'는 나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만약 우리에게도 그런 망설임과 방황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큰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더불어 책을 읽고 언니네 이발관의 '순간을 믿어요'라는 동명의 노래까지 들어주면 더욱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 사랑의 단상 - 롤랑 바르트

 

프랑스 철학자이자 기호학자로 유명한 롤랑 바르트가 쓴 사랑에 대한 단편적인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기다림과 질투, 마음 등 사랑하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관해 철학, 심리학, 문학, 정신분석학을 넘나들며 정리한 책이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와 같은 문장으로 유명한 책이지만 이 문장 말고도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다. 또한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도 편하다.

철학자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게 사고하면서도 정작 사랑, 그중에서도 에로스에 관한 생각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롤랑 바르트와 같은 굵직한 철학자가 사랑에 관해 설명하는 책이 있다면 흥미롭지 않은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분석적이고 똑똑한 사유가임을 체감하는 한편, 그 역시 사랑을 갈구하는 유한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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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세 사람이 쓴 사랑에 관한 책 3권을 알아보았다. 책의 저자와 책 내용은 모두 다르고 고유하지만, 그들 모두 사랑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갈구한다는 점만은 같다.

나는 인간으로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욕망이 내재되어있다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진 모르겠으나 제아무리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사랑 앞에선 혼란스럽고 방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면 사랑 앞에서 조금은 모지리 때로는 찌질이였던 사랑 선배들의 책을 읽어보자.

사랑, 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만약 지금 이 순간, 망설여지는 사랑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느껴보고 도전해 보자. 비록 찌질할지라도 말이다.

나는 그런 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사랑이 넘치게 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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