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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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베토벤을 만나라>라는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베토벤이 궁금해서였다. 책을 열고, 들어가는 글을 읽는 순간 필자는 베토벤보다 책의 작가에게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단어에 들어맞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작가일 것이다. 책에 들어간 모든 활자 하나하나에는 작가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다. 진정 예술을 사랑하고 베토벤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의 표지에서 그리고 책의 내용에서 작가는 ‘베토벤 음악은 어떻게 소진된 일상을 감동으로 물들이는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필자는 이 말이 마음에 가득 들어왔다. 공연예술 즉 그때 그 시간, 그 장소가 아니면 사라지는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공연이라는 것이 대중들의 일상에 감동으로 남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이런 부분에서 이 책은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악보처럼 ‘악장’으로 표현된 책은 책 자체로 하나의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어떤 부분은 잔잔하게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것처럼 읽어졌고, 또 어떤 부분은 강렬한 박자에 맞춰 숨 가쁘게 읽었다. 중간중간 [들으면서 읽는 베토벤] 부분에서 함께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실제 베토벤의 악장을 들으며 책을 읽으면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잊게 된다. <3악장 –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 <월광>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긴장감속에서 천천히 피아노 선율에 맞춰 책을 읽다, 점점 빨라지고 긴박해지는 피아노 박자에 그대로 빠져든다.
["음악을 학습하며 자신만의 미적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시인이 글을 모으는 사람이라면 음악가는 소리를 모으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 p25
시인은 글을 모으고, 음악가는 소리를 모은다는 구절이 마냥 좋았다. 공연을 전공하는 나는 무엇을 모으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흔적에서 도전을 앞둔 한 인간의 불안과 떨림의 전이를 느낀다. 그러나 그 불안과 떨림은 두려움과는 사뭇 다른 기분 좋음이다. 불안은 도전의 다른 이름이고 떨림은 긴장감 넘치는 불굴의 의지일 테니 말이다."] - p33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베토벤의 악보를 이야기하며 책의 작가가 덧붙인 말이다. 두세 번 찍찍 그은 흔적에서 도전을 앞둔 한 인간의 불안과 떨림의 전이를 느낀다는 표현이 어쩌면 베토벤의 작곡 능력을 인정하는 가장 훌륭한 칭찬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불안은 도전의 다른 이름이고 떨림은 긴장감 넘치는 불굴의 의지라는 말은 베토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이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전능하신 신이시여, 숲 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이곳에선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곳은 얼마나 장엄합니까 (베토벤의 메모 중) / 그리곤 “나의 귀는 이곳에선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라고 베토벤은 고백한다. 괴팍한 사람이라 낙인찍힌 자의 모멸감, 날개를 꺾인 가장 높이 날던 새의 수치심은 적어도 이 숲 속에서만큼은 베토벤을 괴롭히지 못했다. 베토벤은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며 위로받고 또 심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슴의 귀를 선물 받게 된 것이다."] - p163
베토벤이 어떠한 심정으로 홀로 외로웠는지, 그 외로움 속에서 어떤 음악을 했는지 공감을 넘어 내가 베토벤이 된 느낌이었다. 또한 ‘날개를 꺾인 가장 높이 날던 새의 수치심은 적어도 이 숲 속에서만큼은 베토벤을 괴롭히지 못했다.’라는 작가의 말이 베토벤이 된 나를 너무 위로했다. 베토벤이 어떤 마음으로 산책을 했는지, 그 산책의 의미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마음 가득히 느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클래식을 제대로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베토벤의 악장을 들어보았다. 왜 클래식을 클래식이라 하는지 고전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보다는 하나의 교과서를 읽은 느낌이다. 클래식이 궁금하지 않아도, 베토벤이 궁금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예술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그 입문이 이 책이길 바란다.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한 작가가 표현하는 베토벤. 그리고 그런 베토벤을 배우며 예술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 빠져드는 누군가가 되길.
[차윤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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