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푹푹 찐다. 너무 더워서 가만히 있기도 힘들다.
에어컨과 내가 N과 S극이 된 것처럼 착 달라붙게 된다. 방학이라 학교 갈 일이 없으니,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니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해볼까 생각을 해보다 가도 용두사미로 끝났던 헬스장과 필라테스가 떠오른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 학기 콘텐츠 기획 수업 시간에 니체의 ‘걷기’가 생각났다.
별다른 건 없다. 그저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것. 딱 그 정도만 기억에 남았지만, 마침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고, 격주로 쓰는 글 소재가 떠오르지도 않았을 시점이었기에 산책이 제격인가 싶었다.
종종 봄, 가을엔 낮에 자주 걸었지만, 이 더위에 도저히 낮에는 걸을 자신이 서지 않았다. 매일 챙겨 듣던 라디오가 끝났을 땐 이 시간에 독서를 하자 싶었지만 제대로 지킨 적은 몇 없었다. 라디오로 채우던 빈 시간을 유튜브로 흘러 보내던 중, 결심했다. 밤 산책을 가보자.
이 더운 날 나가도 될까? 싶었지만 막상 나오니 여름밤 공기 내음이 가득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시키고 밤의 풍경을 보며 강변을 따라 쭉 걷는다. 생각보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그저 걷는다.
밤이지만 여름이긴 한지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평소에 땀 흘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나지만, 이 땀이 찝찝하지 않다.
땀 한 방울에 내가 쓸모없이 가지고 있던 잡생각들을 떨쳐내는 기분이다. 깜깜한 하늘 속 밝은 달을 조명 삼아 앞만 보고 걷다 보면, 주변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세상엔 나뿐인 기분이다. 그저 자연 속에서 나는 나와 개운한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도 분명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두할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자연 속에서 온전히 걷는다는 행위와 함께한다는 것은 사뭇 다르다. 공기청정기 공기가 아닌, 진짜 자연을 마시고 내뱉으며 걸음을 내딛으니 미처 해결하지 못한, 쌓아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내려놓을 것들은 두고, 땀 범벅이 되도록 쭉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렇게 오늘의 산책도 끝이 난다. 자연 속에 있으면 평소 잃었던 낭만을 되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한여름 밤, 눅눅하지만 시원한 이 공기와 함께 걷는다는 것 자체가 낭만 같기도 하다. 낭만의 힘인지 이렇게 홀가분한 땀범벅도 없다.
조금 더 시원해진다면 어느 정도 햇빛이 남아 있을 때 걸어보고자 한다. 우선 이 여름밤의 매력을 조금 더 맛본 후에. 오늘의 산책도, 내일의 산책도 기대가 되기보단 그저 산책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