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력분 500g에 감성 10g, 그리고 와장창 5g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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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를 본격적으로 시청하기 시작한 초, 중학생 시절, 내 유튜브 알고리즘을 지배한 건 요리 채널들이었다. 맛있는 걸 좋아해서, 먹는 것을 좋아해서인 것도 있지만 제일 큰 요인은 요리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껴서였다. 재료들이 가지런히 보울에 담겨있는 장면이 좋았고, 그 재료들이 차근차근 모습을 바꾸며 하나의 완성된 접시로 탄생하는 과정이 좋았다. 특히 잔잔한 베이킹 콘텐츠를 좋아했다. 밀가루가 체에 스치는 소리, 주걱이 반죽과 만나 내는 귀여운 소리가 전부 나에게는 힐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힐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요리 유튜버가 있다. 바로 ‘yedy101(이하 예디)’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홈카페, 베이킹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예디는 2024년 6월 기준 42.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나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채널이다, 활동은 2018년부터 시작했지만 2019년 7월에 업로드한 ‘분노의 홈카페 영상 모음 1탄’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딱 봐도 기존 홈카페 유튜버들과는 다른 감성이 있다. 어떤 ‘감성 유튜버’가 주먹으로 유리잔을 깨고, 소맥처럼 카페라떼를 말겠는가. 감성 넘치는 예쁜 소품과 배경에 비해 상당히 과격한 액션으로 순식간에 입소문을 탄 뒤로는 본인도 텐션을 올려서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첫 시작인 홈카페에서부터 베이킹 영상까지, 예디의 거의 모든 영상에는 예디만의 거친 감성이 녹아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예디만의 감성을 향해 사람들은 ‘감성은 인스타, 행동은 트위터(현 X)’라고 부른다. 냅다 반죽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나, 어딘가 묘하게 예상을 뛰어넘는 부분들이 엉뚱하고 괴짜스러운 ‘X’ 특유의 분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X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예디의 영상 하나만 보면 감성이 중요시되는 ‘인스타그램’과는 다른 행동 양식인 걸 알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찐 한국인 감성이다’ 라고 말하기도.
이렇게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예디의 킬링 포인트를 꼽자면, 언제 급발진 할 지 모르는 집사의 옆을 묵묵히 지키는 고양이들이다. 빈티지한 공간 속에서의 베이킹과 고양이라니, 영상을 보지 않으면 얼핏 유럽의 한 가정집이 생각나는 조합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디는 반려묘에게도 범상치 않은 컨셉을 부여한다. 순디, 힌디, 부디 총 세 마리 반려묘와 함께 지내는 덕분에 영상 속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특히 순디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자신의 반려묘들을 일명 감독님이라고 부르며 거의 50대 부장님 같은 말투를 자막으로 붙여주곤 한다. 몇몇 재료들을 넣을 땐 허락까지 받으며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예디야말로 완벽한 집사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집의 고양이들은 집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놀라지 않는 침착함까지 보유함으로써 더 많은 구독자들의 심장을 가격했다. 이런 고양이들과의 귀여운 케미도 예디 채널만의 소중한 킬링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으로 예디의 영상들은 색감과 소품, 공간이 감성적일 뿐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게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 오기도 했다. 무언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바로 주먹부터 나가는 급한 성질이나 이상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자막이 바로 그런 포인트다. 과정이 어찌됐든 멀쩡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는 한국인의 성미를 더욱 돋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씩 실수하는 모습이나 2% 부족한 모습이 보일 때면 어딘가 하나 부족한 NG 콘텐츠의 묘미도 있다.
여기에는 현 대중들이 즐겨보는 콘텐츠 요소가 다 담겨있다. 이러한 요소에 빈티지한 감성이 가미된 예디의 영상들은 예디가 사용하는 장비들이 조금 특이한 탓에 ‘나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정석적인 콘텐츠들은 아니지만, 언제나 가벼운 마음으로 가만히 바라보기에는 좋은 콘텐츠가 된다.
구독자들도 이런 예디의 독특함에 빠져 여러가지 재미있는 댓글들을 남겼다. 유튜브 콘텐츠의 장점은 영상 바로 밑에서 다른 사람들과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건데, 구독자 애칭인 ‘예끼’들의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친근한 댓글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같이 웃음 포인트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가.
예디가 구축한 베이킹 세상은 유쾌하면서도 고소하고,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친다. 오늘 하루가 조금 팍팍했다면, 예디가 선사하는 조금은 거친 빵맛과 귀여운 고양이 감독들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김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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