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 외로움에 대해 말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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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기쁨, 슬픔, 분노, 억울함 등. 각 감정이 나타나는 상황이나 감정에 따른 현상 때문에 어느 감정은 긍정적인 것, 어느 것은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싶지만, 오로지 긍정적인 것도, 오로지 부정적인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 전에 전부터 보고 싶었던 드라마의 일부를 봤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이라는 드라마로,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의 공식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최현욱)와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
과거로 회귀하는 드라마가 최근 많이 방영되었고, 이 또한 그러한 소재로 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서 은결의 부모님은 농인인데, 은결은 과거로 감으로써 그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이 보고 싶어진 것은 드라마 OST를 접하면서였다. 어릴 적부터 농인이었던 청아(신은수)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노래들이 여럿 있는데 그게 참 좋다. 특히 와닿았던 것은 <외로움에 대해 말해>라는 곡이다. 드라마보다 이 노래를 먼저 알게 된 나는 이 곡을 들으면서 외로움과 서글픔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다.
이 노래는 1절과 2절로 나누어, 1절은 '나'의 관점에서, 2절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노래하고 있다.
난 외로움에 대해 말해
이걸 불어오는 바람 같은 마음일 거야
난 서글픔에 대해 말해
그건 비에 젖어가는 소매 같은 마음일 거야
넌 외로움에 대해 말했어
피할 수 없는 바람 같은 마음이라
넌 서글픔에 대해 말했어
가끔은 흠뻑 젖어도 좋은 마음이라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인 외로움과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인 서글픔은 연결되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을 느끼다 보면 서글퍼지고, 서글픔에 빠져 있다 보면 외로움도 느끼게 되지 않는가.
외로움과 서글픔을 느끼는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정도도 다르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 가지 알 수 있다. 다수의 사람이 그 상태를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 <외로움에 대해 말해>가 좋은 것은 각 감정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들과 화해하는 법, 그 감정을 상냥하게 맞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스히 손 잡아 줄 네가 있었더라면', '날 안아줄 네가 있었더라면'으로 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 외롭거나 서글프지 않다는 게 아니라 함께라면 외롭거나 서글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몇몇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 중에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너만 외로운 거 아니야."가 있다. 모두가 외롭고 때때로는 서글프다는 걸 알면서 왜 서로 그 잠정 같이 돌보려 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게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고, 내 이야기를 하면 상대에게 짐이 될까 봐,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우리는 그저 입을 다무는 행위로 무거운 시간을 일축해 버리는 듯하다. 그게 더 외로움과 서글픔으로 나 자신을 꽁꽁 감춰 버리는 줄도 모르고. 같은 세상 같이 살고 있는데 외로움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해결되지 않는 숙제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건 노래만을 들었을 때 했던 단상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이 노래는 또 다르게 들릴 것이다. (드라마의 내용을 따라가며 글을 쓰기에는, 청아의 외로움과 서글픔을 이해한다고 하는 건 다소 '감히'가 아닌가 싶어 피했다.)
어떤 상황이든, 누구든 느끼는 감정이라면 그걸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보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도 한다.
[박수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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