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대 안의 무대, 발레리나 뒤의 사람 - 더 발레리나

우리를 매료시키는 아름다움과 노력에 대하여
글 입력 2024.06.1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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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한 마디 없이 오롯이 몸짓과 동작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여타 다양한 장르의 무용과 비슷한 결의 특별한 매력을 발레는 가지고 있다. 오직 몸의 표현만으로 무언가를 전하는 예술, 물 흐르듯 흐르는 음악과 하나 되어 흘러가는 인체의 극한의 아름다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 때문일까. 그 중에서도 유독 고전적이고 우아한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장르이기도 하다. 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영하기 위해 잔잔한 물 아래로는 힘차게 물장구를 치고 있을 한 마리의 백조는 한 마리의 발레리나를 연상시킨다.
 
유니버셜발레단의 창작발레 <더 발레리나>는 무대 안의 무대라는 특별한 액자식 구조를 취한다. 아직 채 관객석의 불이 다 꺼지기도 전 하나 둘 무대 위로 등장하는 연습복 차림의 발레리나들에 이것이 공연의 시작인지, 무대 뒤 발레리나들이 잠시 잘못 나온건지 긴가민가할 무렵 연습가방을 든 발레리나들이 연습실에 모두 도착하며 공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무대 위 발레리나들의 이야기이자 무대 뒤 발레리나들의 이야기이다. 언제나 깍듯하고 완벽히 자로 잰 듯 준비된 무대 위 발레리나들에게 익숙한 관객들에게 기본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때때로 실수하며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무대 뒤 발레리나들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대사 한 줄 없는 장르라는 발레의 틀을 깨고 중간중간 짤막한 나레이션이나 대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빠르게, 더 부드럽게!라며 무용수들을 격려하는 발레 코치와 부상당한 메인 발레리나 대신 당차게 제가 해보겠다며 손을 드는 무용수까지.
 
처음 발레를 접하는 일반인들에겐 간혹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문 발레 용어나 극의 흐름까지도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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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연습한 무용수들, 공연 바로 전날 부상으로 교체된 메인 무용수까지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발레 공연 – 공연 안의 공연 – 은 시작된다. 무대 뒤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갈고 닦은 연습과 노력을 무대 위에 전부 펼쳐놓으며 무용수들은 잘 벼려진 예술 그 자체가 된다. 여기서 더 재미있었던 점은 무대 옆에 사선으로 막을 쳐 두어서, 공연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편에선 무대 뒤에서 몸을 풀고 대기하며 연습 중인 발레리나들을 비춘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공연을 관람하는 동시에 그들을 응원하게도 되었다.

무대 안의 무대, 극에는 총 4개의 작품이 오른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신고전발레 작품 <맥도웰 피아노 콘체르토(협주곡)>, <파가니니 랩소디>부터 ‘코리아 이모션 – 정(情)’에도 수록되었던 한국적인 애상감과 아름다움이 담긴 <미리내길>, <비연> 무대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좋았다. 중간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점도 좋았는데, 아는 만큼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고 전하고자 했던 무언가의 몸짓과 발짓이 더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처음 발레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또 그만큼 즐거운 발레 입문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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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무대를 마치고 장면은 다시 무대 뒤, 연습실의 발레리나들을 비춘다. ‘호두까기 인형 무대가 40회나 잡혔어’라는 누군가의 투덜거림 뒤로 ‘사실 난 어렸을 적 그 공연을 보고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어’라는 또 다른 누군가의 작은 추억이 얹어진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그 공연이 처음일테니까, 힘들겠지만 우리 또 최선을 다하자’라는 따뜻한 결론에 도달한다.

발레는, 무용은 대사 한 줄 없이 오롯이 몸의 동작만으로 감동을 전하는 예술이다. 무용수들은 무언가를 전하고 담을 그릇이자 도구인 몸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다.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어떤 동작 하나를 배우기 위해 매일, 매 순간 몸이 부서지도록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하는 무대 뒤 그들의 노력과 끝내 그들이 전한 무언가는 그 자체로 완결된 멋진 이야기가 된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거나 설득시키려 하지 않아도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우리를 매료시킨다. 무대 뒤 무용수들이 흘린 땀방울과 그렇게 갈고닦아 완벽히 공연을 마친 무대 위 발레리나들의 공연은 ‘아름다웠다’.
 
발레라는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었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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