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펄프픽션의 여성들은 왜 무지한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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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을 직접 감상하진 않았더라도 단발의 우마 서먼이 침대에 엎드려 응시하는 포스터를 접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다수는 그녀의 얼굴, 풍기는 분위기로 이 영화에 대해 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펄프픽션은 그러한 기대를 배반하는 영화다. 왜냐하면 정작 극중 주요한 사건들은 남성들에 의해 촉발되고 진전되고 종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성들이 극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우마 서먼이 연기한 미아 같은 여성 캐릭터들은 비중이 적고, 극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아가 특정 장면에서는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하는 역할 정도로 제한되기도 한다.
극의 초반은 커플 강도가 한 레스토랑에서 작전을 짜는 시퀀스다. 일명 ‘허니버니’라 불리는 여성 요란다는 남자가 늘어놓는 계획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결국 남자의 계획에 현혹된 요란다는 총을 들고 계획을 따른다.
이로부터 각인된 무지한 여성의 이미지는 극중 미아나 조디(마약 거래상의 아내), 코스튬 펍에서의 섹슈얼리티의 심벌인 마릴린 먼로, 부치의 피앙세 등으로 반복해 출현한다. 그녀들은 약물에 미쳐있거나, 남자에 미쳐있거나, 남성의 만족과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 복무한다.
한편 극중 미아에 대한 구설수도 이에 한몫한다. 극중 줄스와 빈센트는 보스인 마르셀러스가 자신의 부하를 창밖으로 던진 일을 두고 부하가 미아에게 발 마사지를 한 것에 대해 그것이 납득 가능한 것인지 긴 토론을 벌인다.
이때 대화의 화두는 오로지 상사의 아내에게 발 마사지를 하는 것이 납득 가능한지 아닌지, 그것이 단순한 발 마사지 이상의 의미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지일 뿐이며, 미아가 발 마사지를 받았다는 소문은 기정사실화된다.
그러나 이는 이후 빈센트와 미아의 대화에서 밝혀지듯, 사실이 아니다. 소문이 사실이 되는 과정처럼 극중 여성들은 만들어지는,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갱스터의 여자들이라 그런 걸까? 젊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들이 표지를 장식하는 잡지처럼 영화도 그렇게 꾸리고 싶었던 걸까? 창작자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둔하고 결여된 존재로 여성을 유형화하는 영화의 시도가 그리 달갑지는 않다.
[김민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