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타협하지 않는 북디자이너 지완의 세계

북디자인에 무한한 애정을 담는 지완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5.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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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북디자이너 지완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0년에서 15년 정도 북디자인을 하고 있는 지완이라고 합니다. 디자인 회사나 출판사 등에 있다가 최근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취향에 맞는 좋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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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지완이 북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왜 하필 '책'이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왜 하필이면 북 디자인을 선택했냐’고 물어보세요. 출판 산업 자체가 사양 산업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고, 최근 책을 읽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요. 그래서 왜 점점 작아지는 시장으로 갔는지에 대해 많이들 여쭤보시죠.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에는 문구가 유행이었어요. 그래서 MMMG 등 신생 문구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문구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이 되어서야 그 시장이 다시 돌아와서 육공 다이어리나 아날로그 콜라보 등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가 취업 시장에 나올 때쯤이 되었더니 문구 시장이 죽은 상황이었어요.

 

UI나 웹, 영상 쪽은 디지털 감성이 굉장히 강해요. 반면에 북 디자인은 아날로그 감성이 아직도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북디자인을 하면 그 안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디자인들을 다 경험할 수 있어요. ‘책’이라는 것의 감성 자체가 그렇죠.

 

또 책의 주제에 따라서 프로젝트의 주제가 계속 바뀌게 되어요. 덕분에 다양한 주제들과 프로젝트들을 접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소설 위주로 내는 출판사에 가면 소설책 위주로 하겠죠. 하지만 종합 출판사로 들어가게 되면 소설도 하고, 인문서도 하고, 다양한 책들을 하게 되니까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거에요.


사실 다른 디자인 업종에서도 이러한 성격은 비슷해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책은 그 주제가 심오했어요. 영상은 짧고, 임팩트 있게 다뤄야 해요. 광고도 굉장히 함축적으로 다뤄야 하죠. 그런데 책은 책 안에 있는 다량의 정보를 표지에 담는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이 책 시장에서도 굉장히 치열하게 마케팅을 해요. 그런데 그 안에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죠. 광고, 상세 페이지, 카드 뉴스, 북 트레일러 등 책 시장 안에 있으면 그런 것들을 다 조금씩 경험할 수 있어요. MD나 사은품을 만들면서 문구 디자인까지 할 수 있고요.

 

만약 제가 광고 디자인만 계속 했으면 굉장히 지루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계속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함축적인 임팩트 있는 것을 계속 짜내야 하니까요.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거든요. 하지만 책 시장에서는 보다 다양하게 참여하고 디자인할 수 있죠. 물론 이게 싫은 분들이 계실 수도 있어요 해야하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게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이 굉장히 독특한 곳이기도 해요. 열정 페이로 일을 할 수도 있고, 돈을 쫓으면서 일을 할 수도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제가 마음을 바꿔도 북디자인은 그것들을 다 수용해 줄 수 있어요.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벌 수 있고, 포트폴리오에 신경을 쓰고 싶으면 다시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수 있죠. 다양성에서 오는 즐거움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지완은 이렇게 북디자인을 합니다


 

- 북디자인은 다양한 디자인과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런다면 지금까지 하셨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이나 프로젝트도 있을까요?


정말 많이 있어요.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의 경우, 작가님께서 동성애자예요. 그래서 제목을 컬러풀하게 표현했죠. ‘삶이 납작하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입체적인 표현을 주고 싶었는데 동시에 동성애라는 키워드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담겨버렸죠. 다양한 시안들을 통해서 납작하지 않다는 것과 동성애라는 키워드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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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디자인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표현하게 되었어요. 작가님께서도, 편집자님께서도 많이 좋아해주신 디자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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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시리즈>도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민트초코를 책 표지에 표현할 때, 민트와 초코가 책에서 흘러내리듯이 디자인한 것이 재미있었죠. 사실 이것도 과감하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컨셉을 최대한 살려서 디테일을 살릴 수 있게 풀어주는 부분이 재미있죠.


아래의 책, <변호사 없이 이혼하기>와 <햇살은 물들기 전>은 둘 다 윤슬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했어요. 바다에 비친 윤슬이요. 그런데 둘이 다른 느낌의 윤슬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햇살은 물들기 전>는 행복에 젖은 윤슬이고, <변호사 없이 이혼하기>는 이혼하기 전에 씁쓸한 해질녘, 고민이 많은 눈물 담긴 윤슬을 표현한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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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디자인의 시안은 주로 어떻게 제작하시나요?

 

많은 분들께서 디자인을 의뢰할 때 표지 시안을 몇 개 제공해주는지를 여쭤봐주세요. 그럴 때 저는 콘셉트를 세 개 제안해드린다고 말씀드리죠. 비슷하 콘셉트도 약간만 다르게 하면 시안의 개수가 늘어나게 되니까요. 그런데 똑같은 콘셉트의 시안 세 개를 드리면 선택을 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는 주로 세 개의 콘셉트로 제안을 드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콘셉트는 모두 이 책 안에 넣거나 광고할 때 활용해죠. 오직 그 책을 위해 만든 그래픽이니까요.



- 북디자인 하면서 다른 것도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으셨던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건 그때그때 다른 편이에요. 카드뉴스도 어떤 것은 굉장히 잘 풀리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굉장히 안 풀리는 것이 있거든요. 귀여운 일러스트가 있을 때에는 카드뉴스도 굉장히 귀엽게 나오기도 하고, 상세 페이지도 귀엽게 나오는 편이죠.


사실 저는 의견 충돌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다 수용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은 의견이 충돌되어서 이 일이 힘들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저는 반대에요. 합이 잘 맞으면 좋지만, 안맞아도 크게 개의치 않죠.



-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많죠.

 

보통은 디자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가 저의 경험에서 우러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도 결국 제가 경험했던 범위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평소 다양한 경험을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도 있을까요?


제가 직접 무언가를 경험한다기 보다는, 결국 잘 만들어진 작품들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안목을 높이는 거죠. 똑같은 것을 봐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어요. 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레이아웃에 신경을 써서 봐요. 하지만 편집자들은 어떤 단어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집중해서 볼 수도 있죠.

 

결국, 각자 자신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똑같은 것을 봐도 느끼는 바가 달라요. 하지만 장 중요한 것은 그거랑 상관없이 아무튼 많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북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책만 보는 것은 아니거든요. 사실 일상에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디자인이니까요. 제가 특정한 책을 디자인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이 되는거죠. 그래서 저는 그렇게 계속 보고, 계속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은 바로바로 사진을 찍거나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죠.



- 그렇다면 최근에 받으셨던 영감 하나를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정말 사소한 것에서도 굉장히 많은 영감을 얻어요. 그래도 하나 소개해드린다면 공연이 있네요. 최근에 공연을 봤는데, 가수 10cm의 무대였어요. 조명이 그라데이션으로 나왔죠. 사실 그라데이션이 무지개 컬러잖아요. 그래서 잘못 쓰면 정말 촌스러울 수가 있는데, 이 공연에서 사용된 그라데이션은 정말 예뻤어요. ‘무지개 컬러가 이렇게 예쁠 수도 있나?’하고 굉장히 신기했죠. 또, 각 무대의 곡 제목마다 디자인이 들어가는데, 그 디자인들도 정말 좋았어요. 어떤 부분에서 작게 들어가고, 어떤 부분에서는 둥글게 표현되고, 이런 것들을 많이 보고 영감을 얻었죠.

 

 

 

북디자이너 지완이 이야기하는 북디자인


 

- 디자이너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북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그 책의 성격을 살려줄 수 있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죠.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그 부분이 굉장히 한 끗 차이에요. 서점에서 책을 봤을 때, 다른 조건이 다 똑같다면 디자인이 눈에 띌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디자인으로 승부를 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사실 개개인의 취향이 정말 많이 갈리거든요. 그 취향을 전부 맞출 수가 없어요. 


결국 전체적인 책이 주는 뉘앙스가 세련되면 된다고 생각해요. 빨간색, 검은색, 하얀색 표지가 있는데 이 중 어떤 책을 고르느냐는 결국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렸거든요. 강렬한 색을 좋아한다면 빨간 책을 고르겠지만,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면 하얀색을 고를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결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강렬한을 사용한 것보다는 ‘세련되었다’, ‘더 공들여 만든 것 같다’, ‘더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죠.


분명 눈에 띄는 색은 있어요. 매대에 놓았을 때 더 눈에 띄는 디자인, 눈에 띄는 색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런 부분들도 고려하기는 해요. 책을 다 만든 다음 서점 매대에 가서 올려보며 비교를 해보기도 하죠. 그래도 그 안에서 디자인은 최대한 세련되게 뽑아내야 합니다.


경제 경영서의 경우 정말 화려한 색들이 많아요. 형광색을 많이 쓰거든요. 그런데 다른 책들도 형광색인데 저도 형광색으로 디자인을 하면 눈에 안띄잖아요. 오히려 흰색으로 제작했을 때 더 눈에 띄죠. 그래서 그 시즌에 나와있는 신간의 색깔들도 다 파악해서 봐야 해요. 장르별로 주요하게 쓰는 색깔이 있으니까요.


물론 그 안에서 또 너무 벗어나면 그 성격에서 탈피되는 느낌이기도 해요. 무게감이 있는 인문서적에 갑자기 가벼운 색상이 사용되면 책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없어지거든요. 인문서는 깊이 있어야 하는 책이니까요.


그래서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다보니 북 디자인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저는 그 느낌을 최대한 맞춰주면서, 그 시즌에 나와 있는 신간이나 베스트의 색깔 등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색상을 고르고 디자인하는 편이에요.

 

 

- 요즘 북디자인의 트렌드는 어떤가요?

 

요즘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굉장히 세련되어져서 북디자인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어요. 옛날에는 클래식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 느낌이 강하죠. 예전에는 특정 장르에서만 지금과 같은 디자인이 많이 나왔었거든요. 예를 들어, 사회 과학이나 디자인 책 등이 그런 디자인 레이아웃이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인문서, 경제경영서 등 일반적인 책들에서도 그런 레이아웃이나 시도들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 앞서 함축적으로 책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즐겁다고 해주셨는데, 그래도 북디자이너가 모든 책을 읽고 디자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북디자인을 하기 위해 책을 파악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네, 그래서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요. 편집자는 책의 모든 부분에서 책을 다 읽잖아요. 그래서 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작가와 편집자죠. 그런데 그 두 인물 중 마케팅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은 편집자이기에 북 디자이너는 편집자랑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야 해요.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편집자에게 어느 포인트로 표지를 잡는 것이 좋은지, 어떤 타겟층을 생각하고 있는지, 마케팅 포인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등을 물어봐요. 이후 편집자에게 제가 읽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해달라고 말씀 드리죠.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 특정 챕터나 문장이 있으면 그 부분을 말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하고요. 

 

제가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해준 것 중에서 연출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편집자에게 자문을 구해요. 인문서, 과학서는 제가 마음대로 연출하면 오류가 생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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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작년에 상대성 이론에 대한 책,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을 디자인했어요. 그 책에 담겨있는 내용 중에서도 시간 왜곡을 표지에 담고 싶었죠. 그래서 행성이 있으면 옆에 원래 있어야 하는 별이 다른 위치로 치우쳐지는 등, 이러한 내용들을 인터넷에 검색하기도 하고, 편집자에게도 물어봤어요. 그런데 편집자도 잘 모르시는 거에요. 하하. 편집자께서 책을 읽었지만 상대성 이론의 심오한 내용을 다 이해하실 수는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미지가 작가님한테까지 갔어요. 이런 이미지를 표지에 넣어도 되는지,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왜곡해도 되는지,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작가님께 여쭤봤죠. 이 책의 경우 중력장, 일식, 4차원, 아인슈타인 등의 키워드 중에서 고민했어요. 아래의 디자인이 그러한 시안들이죠. 그런데 당시 제가 작업하며 10cm의 <코로나>라는 노래를 들었다보니 일식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선택되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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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나 과학서는 일반인이 읽는 책들이 아니에요. 주로 학도들이 읽거든요. 그러니까 표지의 내용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죠.



- 이처럼 편집자님과 자주 소통을 하며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조율은 어떻게 하시는 편이신가요?


그럴 때에는 편집자가 원하는 방향과 제가 원하는 방향, 둘 다 디자인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나서 투표를 올리거나 서점 MD에게 가서 선택을 해달라고 하기도 하죠. 왜냐면 편집자도, 저도 서로 확신이 없으니까요. 제가 원하는 방향은 저의 취향이고 편집자가 원하는 방향은 편집자의 취향이니까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작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 알 수 없으니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죠. 하지만 결국 북디자이너는 이 책을 가장 이 책 답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반영하는 편이에요.



- 작가님께도 작가님만의 취향과 스타일이 있으실텐데, 작가님의 개성과 소비자들의 마음에서 충돌하는 부분을 어떻게 메꾸는지도 궁금해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출판사 다닐 때는 소비자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출판사 SNS 계정에 표지를 올려서 독자님들께 투표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MD는 최전선에서 물건을 판매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분들께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니까 제가 그렇게 마케팅을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선택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서 저의 디자인이 먹히는지 안먹히는지를 알게 되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 세대는 SNS가 없었어요. 그래서 출판사별로 메일을 보내며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SNS가 있으니까 각자 개인 계정에 자신의 디자인을 올리잖아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들을 팔로우 했다가 나중에 의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죠. 그래서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지 않고 나 스스로만 열심히 PR하면 되는게 참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처음 인터뷰를 요청드렸을 때 아트인사이트의 ‘아트’라는 키워드에 많이 놀라고 의아해하셨다고 해주셨어요. 저는 디자이너가 당연히 ‘아트’라는 키워드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작가님께서는 북디자이너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이라는 분야 자체가 참 애매한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회사에서 작업할 때도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회사에서 실험적인 레이아웃을 하다 보면 ‘예술하느냐’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죠. 하하. 그런데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할 때는 예술가적인 퀄리티를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디자이너들도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헷갈려해요. 본인이 상업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인지, 예술가인지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충돌이 생기게 되어요. 만약 디자이너가 ‘나는 나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 사람들은 자꾸 나의 디자인에 간섭하는거지?’라고 생각한다면 클라이언트는 ‘내가 돈을 주고 고용했는데 왜 내 의견을 안 받아주지’라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디자이너는 예술가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예술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그걸 정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새로 있는거에요. 그렇지 않다면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안쓰고 예술가라는 단어를 썼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그 자체로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예술가이면서 돈을 받고 의뢰를 받으며 상업적인 행위를 하니까요. 

 

그래서 불운하다고도 생각해요. 디자이너들은 창작 행위를 많이 하지만 저작권이 없어요. 그렇게 많은 저작 행위를 하는데 저작권은 다 의뢰자에게 넘어가죠. 만약 자신의 것을 만들려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해야 해요. 그렇게 해야만 디자이너에게 저작권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저는 디자이너가 명예직이라는 생각도 해요. 디자인을 통해서 들어오는 수익은 없거든요. 인세를 받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참 슬픈 면도 있어요. 그래서 그냥 ‘아, 저 책 디자인은 내가 했지’ 생각하며 좋아하기만 할 수 있으니까요.



- 그렇다면 디자이너님께서는 디자이너님만의 브랜드를 런칭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물론 있죠.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예술가적 성향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창작 행위를 하고 싶어하죠. 아마 이 부분은 일러스트 작가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일러스트 작가들은 지금 대우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일러스트 작가들도 그림의 저작권을 의뢰자에게 넘겼었는데, 지금은 사용권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들께서는 그림이라서 가능한 거에요. 그림을 표지, 영상 등등 다양한 사용처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디자인은 책 표지에 사용한 것을 다른 곳에다 쓸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권을 양도하기가 애매하죠. 


그러다보니 우리가 사용권 양도를 하려면 개인 브랜드를 런칭해서 고유한 작품 같은 것들을 만들어야 해요. 일러스트가 아니더라도 그래픽 포스터 같은 것들을 만들어야 하죠.

 

그런데,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어요. 즉, 영업이 제일 문제입니다. 판매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기도 하고 초기 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러니까 애초에 시도 자체를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해서 무료로 배포하기도 해요. 자기PR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아래의 <해바라기>의 경우, 처음 작업실에 입주했을 때 현관문 앞에 해바라기 사진이나 그림을 두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다 클래식한 느낌이 강해서 저의 인테리어 취향과는 맞지 않았죠. 그래서 직접 해바라기 포스터를 제작해서 배포하기도 하고, 개업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던 포스터입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들며 만족하고 있어요.

 

해바라기 포스터.jpg

 

 

마무리 지으며


 

- 북디자인을 하며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을 소개해준다면?

 

지하철이나 카페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보이잖아요. 그러면 그때 저 책을 만드는 데에 내 손이 닿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그 때 오는 뿌듯함도 굉장히 커요. 물론 제가 쓴 책은 아니지만, 제가 그 책을 만드는 데에 관여를 했으니까 저의 자식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가수들이 지나가다 자신의 노래가 들리면 느끼는 기분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제가 한 작업물을 대중들이 소비하고 있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끼죠. 하하.

 

 

-  앞으로 작가님께서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말씀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조금 흔하고 뻔한 말일수도 있는데. 하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업적인 일을 하다 보면 자꾸 타협하게 되거든요. 정해진 기한이 있고, 제가 하는 일을 돈의 가치로 매기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시간이 부족하거나 금액이 적을 경우에는 자꾸 타협을 하게 되는거죠. 분명히 제가 더 노력하고, 더 고민하면 더 좋은 디자인,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시간이 없으니까 여기서 끝낼까’ 생각하게 되어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 일을 먹고 살기 위해 업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일은 좋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요.


자꾸 고비가 올 때가 있어요. 시간이 너무 촉박할 때가 있죠. 그러면 조금만 더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가도 마음을 다 잡고 조금 더 힘을 내보자고 노력하게 되어요. 그래서 제가 중심을 잡고 나 스스로가 가려는 길을 우직하게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죠.



- 앞으로는 어떤 작업들을 하고 싶으세요?


사실, 저의 꿈은 일러스트 작가가 되는 거예요. 하하. 그런데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네요. 어떻게 일러스트 작가는 하루에 하나씩 그림을 그리시는지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작가님들께서는 다 그림 스타일이 있으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뚜렷한 그림 스타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작가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의 꿈은 그거에요.

 

 

반려견 시리즈_구경중.jpg

 

일러스트_얼죽아.jpg


일러스트_마이웨이.jpg

 

 

위의 일러스트를 소개해 드리자면 <마이웨이> 라는 일러스트입니다. 꽤 오래전에 그린 그림이고, 제가 SNS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림이기도 해요.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다보니 많은 분들이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은  '어쨌거나 마이웨이'라는 책 표지를 위해 작업했던 그림이에요.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저는 타협하고 싶지 않아서, '주변에서 나를 유혹하거나 방해하는 것들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60대, 70대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림을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도 하는 멋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백발의 할머니가 컴퓨터, 맥 앞에 앉아서 디자인을 하는 거죠. 정말 멋있을 것 같지 않나요? 하하.

 

 

- 오늘 작가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작가님의 눈이 정말 반짝였어요. 작가님의 디자인 사랑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디자인 일이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좋아하지 않은데 어떻게 창작을 할 수 있겠어요. 하하. 발전적인 생각, 기획적인 생각은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발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아하거나 ‘내가 무언가를 꼭 이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모두들 책을 많이 소비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디자인하고 있으니, 인테리어로도 사용해주시는 등 책을 많이 소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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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빛나날
    • 와아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도 있어서 끝까지 읽엇어여 그 북 디자이너셨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역시 눈이 반짝반짝 하나봐요. 좋은걸 많이 봐야 역시 좋은 작업물이 나오나봐요. 같은 창작자로서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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