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핀오프 뮤지컬이 넓혀 가는 이야기의 우주 [공연]

스핀오프 뮤지컬과 스토리텔링의 확장
글 입력 2024.05.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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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예술 장르에서는 하나의 작품과 스토리에서 다른 여러 작품들이 파생되며 다양한 ‘스핀오프’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특히, 마블의 히어로물은 각 영화들의 세계관이 중첩되고 여러 콘텐츠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표적인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뮤지컬 장르에서도 이렇듯 한 가지 작품의 세계관 또는 스토리라인에 기초해 파생된 다양한 스핀오프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하나의 세계관과 설정들을 공유하며 서사를 확장시키는 시너지를 발생시키며, 일종의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 뮤지컬 작품에 등장하는 일부 주변인물에 집중하여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를 제작하거나, 같은 사건과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공연되었던 뮤지컬 <스메르쟈코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속 등장인물 ‘스메르쟈코프’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해당 스핀오프 뮤지컬에서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서사 진행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모두 조명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스메르쟈코프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원작 소설에 드러난 캐릭터의 특성을 더욱 디테일하게 반영하며 ‘스메르쟈코프’라는 인물에 더 상세한 서사를 부여하고, 해당 인물에 대한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사용된 메타포를 그대로 가져와 서사 진행에 활용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스메르쟈코프>를 관람한 경험을 토대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내용과 메타포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뮤지컬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는 모두 발레뤼스의 창단자이자 불멸의 제작자로 알려진 인물 ‘디아길레프’와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의 이야기를 담고있지만, <디아길레프>는 디아길레프의 시점으로, <니진스키>는 니진스키의 시점으로 극이 진행된다. 때문에 유사한 스토리라인과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강조되는 사건이나 등장인물의 성격이 미묘하게 다르다. <디아길레프>에서는 제작자이자 니진스키의 연인으로서 디아길레프의 시점에서, 발레 뤼스의 성공과 실패,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때 니진스키의 내면적 갈등은 많이 축약되어 그가 다소 이기적인 이상주의자로 비쳐지기도 한다. 반면 뮤지컬 <니진스키>는 예술가로서의 니진스키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며 그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내고, 그의 아내였던 로몰라와의 로맨스적 서사를 설명하는 데 큰 비중을 할애한다. 특히, 뮤지컬 <디아길레프>에는 등장하지 않는 니진스키의 분신을 추가적으로 등장시켜 니진스키라는 인물이 겪는 예술적 고뇌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한 가지 사건과 서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는 독특하게도, ‘극중극’이라는 장치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확장시킨다.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뉴욕을 배경으로, 운영하는 바를 폐업할 위기에 처한 보드빌 배우 리차드와 오스카에게 마피아 스티비가 찾아와 마피아 보스의 자서전인 ‘미아 파밀리아’를 공연으로 올리라고 협박하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뮤지컬이다. 한편, <미아 파밀리아> 속 ‘자서전’이 쓰이게 된 전말을 밝히는 스핀오프 격으로 제작된 뮤지컬 <미오 프 라텔로>는 같은 시공간적 배경에서 마피아들의 이야기를 주요 플롯으로 하여 극이 진행된다. 즉, 이 두 작품은 <미아 파밀리아>에 등장하는, 마피아 보스의 일대기를 담은 ‘극중극’을 매개체로 연결되는 것이다. <미오 프라텔로>에서는 이들의 관계와 각자가 겪은 상황에 대한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미아 파밀리아>의 극중극에서는 평면적이고 단순한 선역과 악역으로 등장한 ‘치치’와 ‘써니보이’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해 낸다. 이로써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와 <미오 프라텔로>의 서사와 사건, 등장인물의 설정 등이 합쳐져 거대한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뮤지컬 장르에서도 영상 예술 장르에서와 마찬가지로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을 공유하며 전체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확장시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극중극’과 같은 장치로 여러 세계관을 연결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구별되는 극 장르만의 스토리텔링 및 세계관 확장이 발전해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연극, 뮤지컬 장르에서 또 어떤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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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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