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을 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다 - 도서 '그림이라는 위로'

그림이 보내는 위로를 받아보기를
글 입력 2024.05.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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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을 때, 나는 주로 사진첩을 들여다본다. 요즘 날씨는 무척이나 맑고 푸르를 때가 많으므로 사진첩 속 사진들 또한 녹음을 가득 머금고 있다. 최근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사진은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볕뉘를 찍은 사진이다. 아이폰의 라이브 기능으로 찍은 사진은 잠깐 그 사진을 찍었던 순간을 보여주니까, 그 볕뉘의 움직임을 바라보기에 좋다. 그 움직임을 바라보는 동안은 잠시 아름다움에 취해 다른 것들을 쉽게 잊는다. 그렇게 나는 아마도 가만히 보는 대상, 감상하는 대상이라면 가장 먼저 사진을 떠올린다.


그러다 ‘사진이 없었던 시절, 사진이 회화를 복제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인식되던 시절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 아마도 사람들은 주로 그림을 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본 아름다운 풍경, 사랑하는 사람 등을 기억하고 남기기 위해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고 혹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그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린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고 그림에 담긴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명화들, 그 외의 수많은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그 그림들을 그렸을까. 그 시선을 담은 책을 찾아, 이다(윤성희) 작가님의 『위로의 미술관』(빅피시)을 펼쳤다.


 

그림이라는위로_표지.jpg

 

 

 

그림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문


 

이 책은 화가 19인의 생 일부를 조명하며, 100점의 그림을 함께 소개한다. 뭉크, 마티스, 고갱, 모네, 고흐, 세잔 등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작가부터 그랜마 모지스(그의 본명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다), 피에르 보나르, 조지 클로젠 등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까지. 100점의 작품을 담은 책은 독자가 그림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그림을 배치하고, 종이를 사용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감상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때, 이 책 한 권이면 방 안에서 손쉽게 그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펼침 면을 꽉 채운 그림들은 아무 페이지를 펼쳐 가만히 그림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한 작가의 대표작과 그 외의 작품들도 함께 다루어 그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묘미다. 텍스트 없이 그림을 보고 싶은 날에는 위로, 희망, 치유, 휴식이라는 4개의 주제에 따라 분류된 테마에 따르거나, ‘지나간 일은 흘러가도록 두세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지면 되니까요’와 같은 소제목을 보며 그날 내게 필요한 메시지를 따라가 그림을 보아도 좋겠다.


꼭지별로 다루고 있는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잘 몰랐던 미술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워지도록 해주었다. 거기에 더해 그림을 좋아해서 죽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을 화가의 생애를 읽는 일은, 내 삶의 태도를 살피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화가들은 자신이 공부해 온 것을 과감히 버리는 사람, 생계 등 타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버리고 그림 하나만 바라본 사람, 살아생전 자신의 그림이 유명해지지 않았어도 끝까지 그림을 그린 사람 등 좋아하는 일을 쫒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삶을 다룬 글 속의 행간에는 애정하는 대상(그림)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담겨 있다.

 

그림이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구원이 되었던 화가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작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평생 가족을 잃는 비극을 겪었고, 불안이라는 감정이 삶을 지배해 힘들어했던 그는 〈절규〉와 같은 작품으로 자신의 힘든 내면을 그리기도 했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태양〉이라는 작품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고자 노력했고 삶을 살아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두려움과 질병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29쪽)


그저 그림만 감상하는 일도 즐겁지만, 그림을 그린 이의 생애의 한 조각을 알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지 (감히) 짐작하며 그림을 다시 보는 일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그림은 사진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조금은 멀리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유명한 화가들도 삶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한 명의 인간이었음을, 그리고 그렇게 살다 간 이들이 남긴 그림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그림을 감상하는 독자에게 각자 다른 울림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림과 조금 더 가까워졌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싶은 날에 꺼내볼 수 있는 그림들도 생겼다.

 

 


‘정신을 위한 안락의자’ 같은 그림을 만나다 


 

[“화가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캔버스 안에 오롯이 펼쳐놓았습니다.”] - 프롤로그, 5쪽 

 

이 책을 읽으며 눈에 들어왔던 그림엔 인덱스를 붙여놓았다. 책을 한 번 다 읽고, 인덱스를 붙였던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평소 풍경을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여전히 모네의 그림이 가장 좋았고, 귀스타브 카유보트라는 화가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

 

앙리 마티스는 자신의 작품 중 하나인 〈삶의 기쁨〉을 두고 ‘정신을 위한 안락의자’라고 칭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귀스타브의 그림 중 하나인 〈예르: 비의 효과〉라는 작품은 내게 앞으로 내 몸과 마음을 위한 안락의자 같은 작품이 되어줄 것 같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분명 이러한 존재의 작품이 바뀌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


눈길이 가는 그림, 마음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그림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게 필요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평소 그림을 잘 보는 편이 아니었다면, 다양한 그림을 소개하는 이 책에서 한번 자신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그림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화가들이 자신의 인생을 그림과 함께 살아가며 남긴 말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삶에 든든한 위로를 전하고 용기를 줄 메시지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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