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침의 공허함을 지우는 방법 -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영화]

글 입력 2024.05.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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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이즈카’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영화는 사실 ‘공허’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그저 주인공이 매일 일상적인 사건을 반복할 뿐이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 라면을 먹고 편의점으로 알바를 간다. 저녁은 편의점에서 사온 오뎅.

 

이이즈카는 몇 달 전 직장을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아직도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다.  이이즈카는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어째서 눈을 떠야 하는지 어째서 이 습관 같은 행동들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이이즈카의 무기력한 일상 속에 작은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시작은 그의 일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중학교 동창생 ‘오오토모’ 였다. 오오토모는 문득 이이즈카에게 만나서 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너와 놀아서 조금은 설레기까지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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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토모는 이이즈카에게 어렸을 때의 설렘을 선사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볼링공을 굴리고 볼링공이 제대로 들어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채, 술에 취해 골목에서 고성방가도 한다. 어른은 이래야만 한다, 저래야만 한다. 수많은 압박들에 부딪히다 갈 길을 잃어버렸던 이이즈카는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에는 그녀보다 나이가 어린 아르바이트생 둘이 있다. ‘아야노’는 꾸미는 걸 좋아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안경 쓴 남자친구가 범생이 같다고 하면서도 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아야노는 돈을 벌어 여행을 가는 게 꿈이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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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를 이이즈카가 부럽게 쳐다본다. 아야노는 그런 이이즈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알바를 하며 돈을 버는 것! 그건 정말 대단해요!”라고.


이이즈카는 사실 아침에 일어나 밥도 챙겨 먹고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자기가 돈도 번다. 이 정도면 열심히 산 것 아닐까? 그럼에도 이이즈카가 매일 공허하게 아침을 맞았던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그 마라톤의 끝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일테다.


이이즈카가 엄마에게 알바를 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것을 숨기는 것은 은연중에 사회에서는 알바를 해야 하는 시기와 직장을 들어가야 하는 시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시기가 왔음에도 알바를 하고 있는 건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행위라고 느끼게 된다. 열심히 사는 데도 이이즈카는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사회가 정한 시기를 벗어났다는 사실은 이이즈카를 점점 공허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이즈카의 베란다 커튼은 영화 시작 부분에서 고장이 난다. 계속해서 나오는 이이즈카 집 거실의 풍경에는 고장난 베란다 커튼 봉이 보인다. 이이즈카가 자신의 고장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처럼 베란다 커튼 봉도 고쳐지지 않은 채 매일을 맞는다.


수많은 압박들 속에서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이이즈카. 우리는 이이즈카가 일어나기만 해도 밥을 먹기만 해도 돈을 벌러 가는 것만 해도 장하다고. 정말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시대의 청춘을 대변한다.


강제로 주어진 인생이라는 길을 걷는 청춘들에게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꾸짖을 게 아니라 생을 이어가는 행위라면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옆에서 북돋아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다보면 매일 찾아오는 아침의 해가 더 이상 지겹지 않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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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일정한 템포의 리듬감과 롱테이크로 찍은 반복적인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잔잔한 이이즈카의 일상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품과 의상들이 그녀를 더욱 친근하게 만든다.

 

영화의 절정에서 이이즈카는 오오토모의 집에 놀러 간다. 둘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소녀처럼 웃고 또 운다. 어쩌면 이이즈카는 아주 오래 울음을 참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오오토모와 펑펑 울고 서로를 안아주고 잠에 든다.


후련한 울음 뒤 이이즈카는 엄마에게 직장을 그만뒀다고 솔직히 털어놓게 된다. 엄마는 이이즈카에게 그저 고생했다고, 늘 보내주던 야채를 또 보내주겠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공허해진다는 건 속이 텅 비어버린 기분이라는 것. 공허해졌다는 건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것. 매일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멈춰있는 기분이란. 반복의 안정성 속에서 문득 어지러워진다.

 

영화는 섣부른 조언을 건네기보다는 그동안 잘 참았다고. 잘 살아왔다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위로를 전한다.

 

이이즈카는 다시 아침을 맞는다. 그 아침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테다. 그리고 영화를 본 우리들도 어쩌면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웃으며 해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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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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