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영석, PD와 크리에이터의 경계를 논하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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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영석 PD가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에서 연출상이 아닌 예능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작년 나영석 PD는 tvN을 퇴사한 후 CJ ENM 산하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적했다. 현재 약 63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나영석의 나불나불’, ‘소통의 신’ 등의 자체 콘텐츠도 제작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영석 PD가 등장하지 않는 영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크리에이터로서의 입지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이 인기에 이어 최근에는 회사 자체에서 나영석 PD의 생일카페, 즉 ‘땡보이’s 생일카페’를 열었다. 생일카페 이벤트가 당일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전 수량이 조기 마감되는 등 아이돌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나영석이 PD를 넘어서 사람들에게 인플루언서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나영석 PD는 특히 '요즘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돌도 아니고 배우도 아닌, PD는 왜 덕질 대상이 되었을까? 이와 더불어, PD가 크리에이터로서의 입지를 넓혀감에도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땡보이, 영석이 형
“영석이 형, 왜 그래.”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출연자 안유진이 게임 도중 나영석 PD에게 했던 말이다. 우리도 이제 ‘영석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해진 것처럼, 나영석 PD는 예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의 경계를 허물었다. 또한 예능에서 등장하는 나영석 PD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갔다. 즉, 본래 ‘PD’는 카메라 뒤에 있는 직업이었지만 이와 달리 나영석 PD는 출연진만큼 자주 화면에 등장하고, 진행자로서 주도하며 시청자들에게 그의 존재를 알렸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나영석 PD는 최근 방영된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출연진(a.k.a. 지락이들)과의 케미가 돋보였다. 지락이들은 제작진이 출제한 신조어 문제에서 오타를 발견해 나영석 PD를 당황시켰고, 해외에서 길 찾는 미션도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수월하게 해내 나영석 PD의 예상을 뒤집었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나영석 PD는 항상 Z세대 딸들에게 당하는 '아빠' 역할이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오히려 출연진과 제작진의 케미를 돋보이게 했고, 이 부분만 SNS에서 숏폼으로 퍼지며 이들의 케미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요즘 세대와의 '소통'
권위적인 태도 없이 후배 PD의 말을 따르고,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나영석 PD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모습은 특히 유튜브 콘텐츠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채널 십오야’의 콘텐츠 ‘소통의 신’에서 나영석 PD는 후배 PD의 추천을 받아 힙하기로 유명한 압구정 도산에서 쇼핑을 하거나, 라이브 방송에서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는 등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나영석 PD는 요즘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특히 필자는 ‘소통의 신’ 콘텐츠에서 나영석 PD가 직접 직원들의 출근길을 운전하거나,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돼서 직접 직원들의 선물을 배송하는 영상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만큼 후배들에게 큰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나영석 PD만의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나영석 PD의 태도 덕분에 후배들도 잘 따르고,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영석 PD는 요즘 세대, MZ 등 최근 트렌드에 매우 관심이 많다. 최근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X세대인 재영 작가와 나영석 PD가 먹방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MZ음식’이라고 불리는 마라탕과 와플, 탕후루 등을 먹기로 한다. 하지만 X세대는 마라탕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다. 결국 라이브 방송을 보던 이영지가 마라탕 주문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명 'MZ대통령' 이영지를 통해 마라탕, 탕후루를 먹는 방법을 알아가고, Z세대와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유튜브 콘텐츠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X세대의 MZ음식 먹방’이 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일까?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요즘 문화’를 비난하지 않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나영석 PD는 마라탕을 먹고 난 후 “맛있는데?”라며, “영지야, 너무 잘 시켰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댓글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추천하는 방식대로 먹어 보기도 한다. 새로운 음식을 접했을 때의 반응도 뜻밖의 재미 포인트가 되었다. 배달된 탕후루와 같이 온 종이컵을 보고 “소주랑 먹으란 얘긴가?”라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여주었는데, 이 내용이 담긴 숏츠가 조회수 1200만회를 돌파하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PD와 크리에이터의 경계
나영석 PD는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포인트를 캐치하고, 대표 예능을 만들어 나가며 PD로서의 영역을 끝없이 넓혀가고 있다. 우리만의 크리에이터, 영석이 형은 다양한 게스트와 콘텐츠로 채널 십오야 구독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나영석은 현재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지향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나영석 PD를 보면 PD와 크리에이터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청자들 또한 이제 더 이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프로슈머(Prosumer)'가 된 지 오래다. 하루가 멀다하고 트렌드는 변화·발전하므로, PD와 크리에이터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항상 많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나영석 PD, 앞으로 그가 보일 크리에이터로서의 모습은 어떨지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정민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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