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함이 감도는 북유럽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북유럽에 가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북유럽 미술
글 입력 2024.04.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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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국립미술관 한국에 처음 상륙했다.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원화전>은 국내에선 거의 볼 수 없었던 북유럽 화풍의 전시다. 이번 전시는 스웨덴 대한민국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스웨덴국립미술관과 마이아트뮤지엄이 협업한 전시로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 혁신적인 여성화가 ‘한나 파울리’, ‘앤더스 소른’, ‘칼 비렐룸손’ 등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를 대표한 예술가들의 원화 79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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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Courtesy of Anna Danielsson/Nationalmuseum,Mattias Ek/Stadsmuseet  

 

 

전시명은 ‘새벽부터 황혼까지’이다. 19세기말 북유럽에서 일어난 예술적 혁신이 ‘동이 트며’, 예술적 성숙을 거쳐 민족 낭만주의로 무르익어 ‘황혼기로 접어드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대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예술가들이 일으켰던 예술의 혁신, 국제무대에서 연마했던 표현법, 그 표현이 모국인 북유럽과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북유럽 특유의 예술이 확립되는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기존의 아카데미에 반대하는 반대파


 

19세기말 북유럽에서는 예술적 혁신이 일어났다. 당대의 북유럽에는 역사화와 풍속화만을 고집하는 스톡홀름 왕립 미술 아카데미 위주의 전시만 이루어졌다. 이러한 보수적인 예술계에 반기를 들고 파리로 떠난 예술가들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국제예술의 중심지로 사립 미술 아카데미와 개인 예술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 자유로운 예술이 가능해 그들에겐 기회의 땅이었다.

 

1880년대 프랑스와 스칸디나비아를 오가던 스웨덴 화가들은 야외에서 빛을 관찰하며 그리는 외광회화에 매료되었다. 그들은 자연주의와 인상주의를 수용하면서, 모국의 일상생활과 노동 장면을 그리며 북유럽의 정경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특히 회색빛 안개가 감도는 스카겐 정경을 많이 표현했는데, 이는 북유럽 특유의 회화로 굳혀졌다.

 

1885년에는 스페인 예술 개혁이 구체화 된다. 그 중심엔 ‘에른스트 요셉손’이 있었다. 그는 스웨덴 예술가 84명과 ‘반대파 선언’을 하며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반대하며 <반대파 전시>를 개최한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신작들을 선보이며 개혁을 본격적으로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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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프레데릭 아가르드 <봄의 아침, 새비 숲 구주회 경기장> (1882)


 

칼 프레데릭 아가르드는 <봄의 아침, 새비 숲 구주회 경기장>에서 활엽수가 가득한 덴마크의 숲을 그렸는데, 숲 풍경 묘사가 탁월하다. 단란한 한 가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 색 변화를 섬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연주의 경향으로 자연이 변화하는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확인할 수 있다. 숲 풍경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마치 숲 안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생동감과 초록빛과 흙 자연이 가득해 두 눈이 편안했고, 숲 속에서 가족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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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릴리에포르스 <꽃이 핀 목초지 위의 고양이> (1887)

 

 

브루노 릴리에포르스는 야생동물을 그리는 스웨덴의 화가다. 그는 자연이나 동물의 드라마틱한 상황을 포착해 시적인 일화로 그려낸다.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적인 표현을 담아냈다. 프랑스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향을 받았으며 야생에 대한 전문지식과 관찰력, 묘사력을 겸비했다.

 

 

 

북유럽 여성 화가들의 활약


 

북유럽의 혁신적인 예술계의 변화는 여성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북유럽 여성화가들도 프랑스로 떠났으며, 많은 미술 교육과 전시기회를 가진 그들은 살롱전에도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중 한나 파울리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스톡홀름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음에도 파리에서 공부하며 예술가로서 식견을 넓히고 경력을 쌓았다. 그는 개인의 성취에만 머무르지 않고 모국의 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파울리를 비롯한 다수 북유럽 여성화가들은 자국 소녀들이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사립 예술 마카데미를 설립했으며 미술수업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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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파울리의 <아침 식사 시간> (1887), ©Nationalmuseum Stockholm


 

한나 파울리의 <아침식사 시간>은 야외의 태양빛을 그대로 포착한 인상주의 작품이다. 풍경화, 정물화 그리고 초상화를 모두 탁월하게 담아낸 그림이다. 평화로운 아침식사 시간을 볼 수 있으며, 나뭇잎 사이로 드리운 빛과 그림자가 식탁보와 식탁 위 정물들에 그대로 표현된 점이 인상적이다. 빛에 비춰 반짝이는 정물들이 참 이뻐서 오랫동안 지켜봤던 그림이다. 뒷 배경엔 푸르른 자연과 식물들이 생생한 색감으로 인상적으로 표현되었고 식사를 준비하는 듯한 인물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따사로운 햇빛 아래의 아침식사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1887년 살롱전에서는 파울리의 빛 표현과 경쾌한 붓터치가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파격적이다’며 큰 비판을 받았고 이는 당대 스웨덴 예술계의 보수성이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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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보베르크 <산악, 노르웨이 에서의 습작> (1900)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성화가들은 결혼 후 커리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도 ‘안나 보베르크’는 결혼 후에도 예술가로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왕성한 예술 활동을 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한다. 그는 스스로를 극지탐험가이자 북극 화가로 묘사하며 노르웨이 북부지역의 다양한 극지와 험지를 묘사한다.

   

 

“나는 로포텐의 자연에 푹 빠져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싶었다.”

 

- 안나 보베르크

 

 

 

북유럽의 정신, 민족 낭만주의


 

1890년 프랑스에선 ‘상징주의’라는 새로운 예술 흐름이 등장했다. 정확한 형태와 묘사보다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예술가들은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느냐보다 관람자에게 전달될 분위기와 느낌을 가장 중요시했다. 새롭게 등장한 이 예술 흐름은 북유럽 예술에서 초상화부터 풍경화까지 폭넓게 적용되었다. 특히 황혼을 모티브로 한 대형 작품들에서 이러한 상징주의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작품에서 인물은 없으며, 고요하고 고립된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당대 유럽 예술가들을 포함한 스웨덴 예술가들은 신비로우면서 단순한 스타일, 담대한 색채를 사용한 폴 고갱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는 북유럽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바르베리 화파’를 만들어 냈다. 이 화파는 사실주의 풍경화에 반대하며 폴 고갱이 주도한 종합주의,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아 스웨덴 풍경화의 특징적 화풍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북유럽 예술인 민족 낭만주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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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얀센 <오월의 밤>

 

 

 

아늑한 빛이 감도는 북유럽 가정


 

19세기말 실내는 인기 있는 모티프가 되었다. 이 시기 예술가들은 촛불에 비친 동료, 사교장면, 실내풍경 등을 많이 묘사했다. 실내에 비친 희미한 조명은 아늑한 분위기를 냈고, 어두운 실내에 대비되어 외부경치를 강조하는 효과를 냈다. 19세기 중반에는 민족문화와 역사를 중요시 여기는 ‘국민국가’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농민의 소박한 삶, 지역 특수성이 잘 드러나는 집을 많이 표현했다. 집이란 모티프는 민족 낭만주의 운동에 부합하는 요소였다.

 

‘칼 라르손’은 민족낭만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1890년대 초 자신의 가정생활을 주제로 수채화를 그렸고, 전통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혁신적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는 ‘칼 라르손’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자신의 정신적 뿌리라고 언급한다. 칼 라르손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인테리어는 북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실내 장식의 트렌드를 바꾸었다.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국민화가로 아내와 함께 순드본에 있는 별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고, 그곳은 작업장이자 놀이터가 되었다. 라르손은 작품에 건물, 가구, 인테리어, 카펫, 수공예품 의복, 음식과 식기 등 다양한 디테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아늑하고 따뜻한 집을 그려내어 이상적인 삶을 보여주기도 한 것이다. 당시 19세기말에서 20세기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했는데, 라르손은 빈부의 차이를 보여주는 ‘집’을 행복한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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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지하실 엎에서>, ©Nationalmuseum Stockholm


 

“나의 예술은 나의 집을 닮았다. 근사하고 화려한 가구가 아닌, 그 어떠한 과정도 없이 심플하고 조화로우며 내구성 있는 가구처럼 말이다.”

 

- 칼 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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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에 맞춰 찾아온 따뜻한 풍경과 색감에 힐링되는 북유럽 인상주의 전시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이었다.

 

포근하고 가족적인 인물들, 북유럽 특유의 고요한 웅장함이 담겨있는 회화, 규모 있는 캔버스로 북유럽 풍경을 생생히 즐길 수 있는 커다란 풍경화, 보수적인 시대에 등장해 북유럽 예술을 이끌고 사회에 환원한 여성 화가들, 이케아의 정신적 뿌리가 된 그림까지.


전시 내 작품들의 풍경이 너무 평화롭고 이뻐서 꼭 북유럽에 가봐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들로 힐링하고 싶으신 분들, 북유럽의 풍경과 북유럽풍 인상주의가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관람을 꼭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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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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