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가이기 이전에 아버지였던 -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작가의 <칼 라르손 -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글 입력 2024.04.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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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jpg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야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듣던 아이는 자라서 일상적인 행복을 그리게 된다. 빈민가의 아기와 세계적인 작가. 모두 칼 라르손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그렇다면 대체 중간에 어떤 과정이 있었던 갈까? 이소영 작가는 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853년 5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빈민가에서 칼 라르손이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여관을 운영하며 잘 지내는듯했지만, 아버지 쪽에서 문제가 생기고 만다. 술에 빠져서 사촌들에게 돈을 빌린 뒤 사라져버린 것이다. 남은 빚은 어머니의 몫이 됐다. 칼 라르손은 순식간에 어머니와 함께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 신세가 된다.

 

그런 와중에 칼 라르손은 미술에 재능을 보인다. 화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재능이 손자에게 씨앗처럼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었던 야콥센은 미술로 진로를 택하라고 추천했고, 친구인 코보랄 아트만은 오래된 연필과 노트를 구해주며 칼을 응원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를 위했던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도 어머니는 끊임없이 누력하고 성실하게 후원하였고, 그는 결국 스웨덴 왕립예술 아카데미의 기초 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꾸준히 학교에서 회화 과정을 공부하고, 1875년에는 처음으로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이 시기부터 칼은 책, 잡지, 신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고통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노력, 릴라 히트나스


 

불행했던 유년 시절을 보낸 칼 라르손은 자신의 불행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의 노력을 물질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누구보다 사랑하던 아내 카린과 함께 직접 꾸며나간 공간, 바로 릴라 히트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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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ttage

 

 

그들이 처음 집에 도착했을 때는 집과 자작나무 숲, 그리고 감자밭뿐이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바꾸고, 조금씩 집을 넓히고, 이어 붙이고, 수정했다. 자식들이 태어날 때마다 집을 증축하는 큰 공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총 8명의 아이가 안정된 보금자리인 릴라 히트나스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게 된다.

 

그리고 이소영 작가는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는 릴라 히트나스에 직접 찾아가 봤다고 한다. 어느 여름 날, 스톡홀름에서 차를 빌려 한참을 운전해서 도착한 그곳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실제 그림만 봤을 때는 '100여 년 전에 이렇게 예쁜 집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실제로 가서 본 집 안 풍경은 그림과 너무 똑같아서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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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y Corner

 

 

그림으로 대신 감상하는 집의 내부는 충분히 감탄할 만하다. 소파와 의자에는 같은 천으로 덮개를 만들어 씌우고 벽에는 띠 몰딩으로 마감한 액자를 만들어 걸어두었다. 창문에서 자라는 넝쿨 식물도 인상 깊다. 카펫 모퉁이에는 또다른 가족인 카포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다.

 

이와 같은 집의 인테리어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도 좋아 보였다. 실제로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는 공공연하게 칼 라르손과 그의 아내 카린이 꾸민 집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자신들의 정신적 뿌리라고 언급한다.

 

뿐만 아니라 릴라 히트나스는 스웨덴의 디자인과 가구 문화를 발전시켰고,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스칸디나비아식 스타일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가이기 이전에 아버지였던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그린 아이들을 보는 것이다. 칼 라르손은 자녀들을 아주 사랑했다. 칼과 카린이 결혼한 지 1년 후인 1884년, 처음으로 수잔이 태어나자 칼은 이런 기록을 남긴다.

 

["8월 11일 카린이 딸을 낳았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다. 너무 기뻐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118p)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거지 같은 날이라는 말을 들었던 남자가, 첫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 준다. 두 아버지의 대비가 꽤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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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f and Pontus

 

 

칼 라르손이 그린 자식들의 그림에는 사랑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작품 「울프와 폰투스」는 장군처럼 꾸민 첫째 아들 울프와 폰투스가 주인공이다. 그중 폰투스는 장난이 가득한 얼굴로 형인 울프를 바라보고 있다.

 

아기들은 그냥 봐도 귀여운데 자신의 분신이라면 얼마나 더 사랑스러울까. 심지어 여럿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라면.

 

*

 

몇백만 화소를 자랑하는 사진기들이 줄지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림에는 작가의 눈동자가 담긴다.

 

특히 칼 라르손과 같은 화가들은 자신이 본 것을 주관적으로 담아낸다. 그래서 우리는 물감에 묻어나는 사랑과 애정을 듬뿍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 그 모든 것이 함께하는 사소한 일상들을 소중히 할 줄 아는 그의 마음가짐. 우리는 그림에서 그런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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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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