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미디, 웃음을 넘어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4.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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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붙잡고서 유튜브 시청 기록을 들여다보면, 십중팔구 이 유튜버의 이름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떠오르고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이미 너무 떠오른 뉴 코미디. 그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Pisick Univ.

 

피식대학 채널은 2019년 4월 1일에 개설되어 오늘로써 5년째 활동하고 있는 코미디 유튜브 채널이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가 299만 명으로, 채널 초기부터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히어>, 등 많은 콘텐츠를 꾸준히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저스틴 비버의 peaches를 각색하여 부른 영상이 국내외로 큰 인기를 끌었고, 유명한 해외 토크쇼를 패러디한 <피식쇼>가 그 입지를 굳히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 했다. 작년에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피식대학 피식쇼>가 유튜브 채널 최초로 TV 예능 부문의 작품상을 받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그들의 코미디가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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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idn’t fit in the box that was already created. We made out game by ourselves to our comedy. We’re not gonna stop taking risks or breaking barriers or challenging ourseleves.”

 

“우리는 기존에 짜여 있는 판에 어울리지 못했고, 우리의 코미디를 하기 위해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절대 위험을 감수하거나 벽을 부수거나 한계에 도전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식대학 맏형 이용주의 수상 소감에서 그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이 줄줄이 폐지되며 설 곳을 잃은 코미디언들은 그들만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타인이 만들어낸 무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뽐내며 자유자재로 활동한다.

 

물 만난 물고기가 바로 이런 것일까. 단순한 킬링타임용 유머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예술로 자리 잡은 그들의 코미디... 대체 그들의 코미디가 어떻길래? 뭐가 특별하길래? 라는 물음을 내세워 콘텐츠 '속'의 것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메이드 인 경상도


 

울산 토박이 김민수와 부산에서 태어난 이용주. 이용주는 본인이 부산 사람이라 주장하며 정체모를 경상도 사투리 구사한다. 그러나, '진짜' 경상도 토박이 김민수와 이를 지켜보는 경상도 네티즌들은 이용주의 터무니 없는 사투리가 그저 웃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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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호소인 이용주' 캐릭터의 시작은 <피식쇼, 강동원에게 유퀴즈에서 안 물어본 걸 묻다> 에서였다. 경상도가 고향인 강동원과 김민수가 서로 사투리를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공유하던 중, 이들 사이에 끼고 싶은 이용주가 구사한 엉터리 사투리가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해당 장면이 쇼츠로 편집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접하였고, 관련된 밈이나 패러디 영상이 끊이질 않았다.

 

피식대학은 이를 기회로 삼아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특별히 정해진 형식이나 콘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경상도 지역에 가서 그 동네의 음식을 먹고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브이로그 영상이 소소한 웃음을 안겨준다. <피식쇼>, <나락 퀴즈쇼>가 비교적 엄격한 형식 아래에서 진행되는 콘텐츠라면, <메이드 인 경상도>는 오히려 즉흥적이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된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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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이드 인 경상도>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투리 자체를 콘텐츠화 시킨 아이디어이다. 한국은 심각한 서울 공화국이다. 서울 공화국이란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의미하는데 교육, 교통, 여가 시설 등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음을 뜻한다.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은 계속해서 인구가 많아지고 정부의 충분한 지원으로 발전해 나갈 테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

 

이처럼 서울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시대에 지역 방언을 보존하는 일은 중요하다. 단순히 중요하다기보다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언어 보존에는 '화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방에 거주하더라도 젊은 세대는 표준어를 주로 사용할 뿐더러 지방에 거주하는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지역 방언에는 중세 국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기에 한국어 연구 자료로써 큰 가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전통과 역사성을 담고 있는 정체성 그 자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함이 분명하다.

 

<메이드 인 경상도>는 사투리 보존과 지역 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음에 분명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사투리 자체의 고유성에 대하여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더 나아가, 경상도 곳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지역 사회의 분위기와 전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지방 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 사회들이 각자의 특색을 살려 균형있게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나락 퀴즈쇼


 

<000, 당신도 나락에 갈 수 있다>의 제목으로 올라오는 약 15분간의 동영상. 재생 버튼을 클릭하면 가장 먼저 ‘나락’의 정의에 대한 자료화면이 나온다.

 

 
Cancel Culture :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중의 공격을 받고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캠페인의 대상이 되는 현상, 즉 나락
 

 

유명인을 섭외하여 퀴즈를 내는 평범한 퀴즈쇼의 형식이다. 단, 그 퀴즈의 내용이 심상치 않을 뿐이다. 나락 퀴즈쇼 초반의 영상을 보면 역사교육학과를 전공해도 맞출 수 있을까 말까 한 난이도의 역사 관련 퀴즈가 메인을 이룬다. 당황하는 유명인들과 눈을 부릅뜨며 연기하는 피식대학 패밀리를 보며 정신없이 웃다가도, 자연스레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역사를 되새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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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관련 퀴즈 뿐만 아니라, 정치와 종교 혹은 사생활에 관련된 민감한 주제도 가리지 않고 콕 집어 질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 퀴즈쇼는 정답을 위한 퀴즈쇼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락 퀴즈쇼의 기획 의도에 대해 피식대학 이용주는 사회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나락, cancel culture를 비꼬고자 기획을 하였다고 밝힌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그 실수가 사람을 대변하진 않습니다.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동네 친구,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의 삶을 너무나 쉽게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연예인이나 공인의 일상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동경하고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기쁨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쉽게 내다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삶을 타인에게 쉽게 노출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한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입식 교육과 이분법적 사고의 훈련. 그를 바탕으로 설계된 거대한 교육 체계 속에서 자라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한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고, 타인의 작은 행동과 말까지 신경 쓴다.

 

이토록 가까운 사회 속에서, '실수'는 치명적이다. 단 하나의 실수가 그 사람 자체만큼이나 커지고 부풀려진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진 실수는 모두를 위협한다. 실수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그를 비판하는 대중들에게도 무겁다.

 

빡빡해진 사회 속에서 등장한 <나락 퀴즈쇼>는 어쩌면 '나락 별거 있나?'라고 되묻는 듯하다. 끊임없이 실수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마땅한 장소를 마련해주었달까. 대중들은 수많은 실수들을 목격하고 지켜보면서 조금씩 둔감해지고 유연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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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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