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억과 감정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 디어 마이 라이카 [도서]

라이카에게, 벨카가, 그리고 이 글을 유한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글 입력 2024.03.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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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문과였던 나는 학창시절 입시 점수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물리학을 참 좋아했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임을 입증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라는 미지 공간에 대한 법칙들은 상당히 흥미로웠고, 그것을 익히고 알아가는 것이 어렴풋하게만 느껴지던 세상 속 나의 좌표를 알게 해주는 길잡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범우주적 법칙이나 이론에 대한 흥미가 커질수록, 그것에 몰입할수록 삶에 대한 허무감이 드는 것이다. 이토록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거대한 이치에 의해 움직이는 만물의 세상에서 인간은 그저 한나절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그것은 여태껏 살면서 아직까지도 정의 내리지 못한 ‘대체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이 되어 되돌아온다.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를 관람한지 어느덧 일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나는 원작 소설 <디어 마이 라이카>를 만났고, 이 소설 속 라이카와 벨카, 박사 K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어떠한 지점을 통해 여태껏 찾지 못한 삶의 이유 앞에서 낙담하던 시간에 대해 어느 간 따듯한 위로를 받은 것만 같았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벨카가 라이카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은 온 인류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발견 같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 지 모르지만 응당 그의 삶을 내걸만큼의 가치가 있었고, 그렇게 전해진 아들 벨카의 진심은 광활한 우주를 떠돌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던 라이카의 혼란을 끝내고 그를 마침내 따듯한 집으로 인도했다.


어쩌면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대단한 진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평생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 채 지속된다. ‘나 자신’이라는 우주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만물의 이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이야기의 끝에 박사 K가 라이카의 마지막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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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류를 포함한 지구, 지구를 아우르는 우주의 진리에 대한 발견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해 라이카도, 벨카도 지구에 소중한 것을 남겨 두고 서라도 기약 없는 우주라는 바다 위의 항해에 뛰어들었으니까 말이다. 그 희생이 있었기에 인류는 지구의 환경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행성 아시모프를 발견해 지구가 멸망한 후에도 생존할 수 있었다.


현대의 우리 인류 역시 과학적 발견과 우주의 미지에 대한 끊임 없는 도전으로 현재 우리가 당연히도 누리고 있는 편의를 얻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도약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보다 더 정교하게 요구를 받아 들여 몇 초 만에 그림을 완성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쓴 희곡으로 연극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AI가 인간의 입지와 역할을 모두 앗아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그것이 곧 다가올 현실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게 된 이 상황에서 우리 인간은 이제 스스로의 가치와 쓸모가 무엇인지 증명해야 하는 위기 앞에 봉착했다.


그 인간다움의 가치는 이 소설 속에서 거대한 우주선을 마음껏 조종하고 제어할 수 있는 라이카의 지식보다 잊고 있던 벨카에 대한 애틋함,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라이카가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가진 그 어떤 생존 지식과 기술 보다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타인에 대한 사랑,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인류애적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라이카는 새로운 인류의 정착지인 아시모프로 향하는 박사 K의 우주선 대신 자신이 누구인지를 여실히 알려주는 집과 같은 야사B 행성의 기억의 방을 택했으며, 벨카는 기꺼이 멸망하는 지구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내기로 택했을 것이다. 라이카가 벨카에게, 벨카가 라이카에게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과 흔적이 남은 두 행성을 지킴으로써 그들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향해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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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새삼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삶은 한정적이고 우주적 관점에서 지극히 보잘 것 없으며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서까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감정과 기억은 나를 알고 있고 기억하는 이들에게 새겨져 나를 인간 답게 만들어줄 것이고, 그렇기에 나의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을 어느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살아내고 또한 타인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해주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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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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