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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극을 꿈꾸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고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이 책의 제목을 검색하였다. 나와 같은 작품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사람은 북극의 원초적인 아름다움, 자연 생태계의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곁들인 후기를 썼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북극의 아름다움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는 이 소설이 과연 지금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가?’

 

사실 따로 북극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아닌 이상 살면서 수시로 북극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북극을 상상하고 아름다움을 만끽할 만한 여유를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책을 통해 북극에 도달하려면 필히 상상력이 요구되지만, 이미 사회에는 직접 보고 감각할 수 있는 자극제들이 넘쳐난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를 때쯤 잊고 살았던 과거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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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적 북극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 여덟 살 당시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나에게 담임 선생님께서는 숙제 하나를 내주셨다. ’15년 후 내가 머물고 있는 장소'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숙제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당시 나는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그림을 가져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여덟 살 기준으로 가장 멀고도 신기한 장소를 떠올렸다. 그 순간, 문득 텔레비전에서 감상했던 북극이 떠올랐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때 봤던 북극을 그려냈다. ’북극만큼 넓은 곳에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세상을 탐험할 것입니다‘라는 추가 설명과 함께.

 

결국 나는 대상을 받았고, 그 그림은 아직도 우리 집 냉장고에 붙어져 있다. 그날 이후부터 나의 머릿속에는 '북극'이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세상 하나가 태어났다. 나만 알고 있는 북극에는 절대 녹지 않는 빙하가 존재했고, 그 위에서 나는 홀로 춥고 고독했으나 어떤 곳에서 받은 위로보다 제일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북극은 우리의 삶과 닮은 구석이 참 많았다. 북극의 빙하가 끊임없이 녹는 것은 내가 살아가며 무너져 내린 여러 순간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만큼 나의 마음속 북극은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었다.


이 작품은 여느 북극을 묘사한 작품과는 달리 북극의 서식지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이 거의 없다. 그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북극의 숨겨진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끔 서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런 점만 보아도 <북극을 꿈꾸다>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북극에 아름다운 면만 부각한 것은 아니다. 북극의 절경을 보여주는 수려한 문장 속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북극의 눈물이 서려 있었다. 이처럼 <북극을 꿈꾸다>는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거나 꼭 알아야 할 사실들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나에게 북극은 현실도피처이자 현실을 직면하게끔 만들어주던 곳이다. 일상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펼쳐본 북극에서는 절대 잊어선 안 될 자연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의 잔혹성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찾아온 곳에는 더 거대한 현실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북극은 거대한 슬픔을 머금고 있는 만큼 깊다.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말이다. 우리는 넓은 북극을 전부 헤아리진 못하더라도, 품을 수 있는 만큼 두 팔을 벌려야만 한다.


<북극을 꿈꾸다>는 북극의 절경을 묘사하는 책이지만, 나는 이 북극을 통해서 나의 어릴 적 유년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도서는 단순히 북극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장황하게 서술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북극을 통해서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게끔 하고 삶의 면적을 넓힐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 책의 부제가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 생각한다.

 

상상력이 부재한 세상 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대부분이 가 보지 못한 북극을 통해 잃어버린 상상력을 회복하고자 한다. 우리는 북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더 넓게 상상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곳 너머의 북극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모두가 각자만의 북극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북극 안에서 우리는 죽도록 시리지만, 그만큼 위로와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북극을 꿈꾸다> 덕분에 오랜만에 내가 잊고 있었던 먼 세상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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