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별이 전하는 사랑의 말 [음악]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한다
글 입력 2024.03.0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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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를 진득하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무언가를 ‘열정을 다해’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른다. 연예인에게 자신의 모든 애정을 바치는 친구의 모습도, 지방에 사는 애인을 위해 매주 긴 여행을 떠나는 친구의 모습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감정이 없는 사이보그나 인조인간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나도 평범한 20대처럼 아이돌을 좋아하고, 애인을 사귀고, 취향을 찾아 나간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빨리 끝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연예인에 대한 팬심은 서서히 식어가고, 좋았던 애인과의 연락은 귀찮아진다. 나는 무엇이든 그것에 몰두하다 보면 쉽게 지루해지곤 한다.

 

그런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한 가수였다. 한 가지를 꾸준히 좋아한 적이 없던 내 일상 속으로 그의 노래가 파고들었다. 매일 똑같은 노래만 듣던 나에게 다가오는 다른 멜로디, 다른 언어, 다른 이야기는 나를 그만의 음악 속 세계로 이끌었다. 노래를 들을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노래 속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노래와 함께라면 지친 하루도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되었고, 우울한 날도 즐거운 축제가 되곤 했다. 오늘은 나의 '최애' 가수, 오늘은 ‘후지이 카제’의 음악 속으로 당신을 초대하고자 한다.

 

 

후주이카제~~.jpg

 

 

후지이 카제(Fujii Kaze)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 재즈풍의 피아노를 가미한 R&B 음악은 물론, 올드스쿨 록이나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하고 있는 올라운더에 가깝다. 피아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후지이 카제는 2019년 싱글 앨범 < 何なんw > (Nan-Nan)으로 데뷔하여 2020년 정규 1집 < HELP EVER HURT NEVER >을 시작으로 일본의 라이징 스타가 되었다. 1집의 성공 이후에는 그의 최고 히트곡 < きらり > (Kirari)가 담긴 정규 2집 < LOVE ALL SERVE ALL >을 발매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내가 생각하는 후지이 카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가사’에 있다. 다른 언어로부터 오는 색다름과 어딘가 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의 가사는 참 아름답다. 그의 가사에는 항상 희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웃으면서 이별을 말하기도, 이기고 지는 싸움 속에서도 사랑만을 느끼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희망을 말하는 가사와는 달리 그의 음악은 어딘가 슬픈 느낌이 난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그의 노래를 정의하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즐거움 사이에 애틋함을 숨기고, 슬픔 사이에 희망을 담아낼 줄 아는 그의 노래가 좋다.

 

알 듯 말듯 오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후지이 카제의 노래는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그린다. 그래서 더 인간다운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곡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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さよならべいべ (Sayonara Baby), 잘 가 그대

 

정규 1집에 수록된 곡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슬픔뿐인 이별 역시 사랑이라고 말하는 가사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고 애써 괜찮은 척하는 듯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다. 웃으며 사랑의 끝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별일 아닌 듯 인사를 건네고 뒤돌아선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이에게 좋은 이별을 남겨주고 싶은 그의 진심이 돋보인다.

 

 

ならがあんたに捧ぐ愛の言葉

사요나라가 안타니 사사구 아이노 코토바

이별이 너에게 바치는 사랑의 말


わしかてずっと一緒におりたかったわ

와시카테 즛토 잇쇼니 오리타캇타와

나도 줄곧 함께 있고 싶었어


別れはみんないつか通る道じゃんか

와카레와 민나 이츠카 토오루 미치쟌카

이별은 모두 언젠가 지나는 길이잖아


だから涙は見せずに さよならべいべ

다카라 나미다와 미세즈니 사요나라 베이베

그러니 눈물은 보이지 말고 안녕 베이비


だから笑って手を振る さよならべいべ

다카라 와랏테 테오 후루 사요나라 베이베

그러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안녕 베이비


 

 

まつり (Matsuri), 축제

 

정규 2집에 수록된 곡으로, 독특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곡이다. 인생의 좋은 것, 나쁜 것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축하하는 이 노래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선물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은 축제’라고 이야기하는 이 곡을 듣다 보면, 긴 하루의 지친 귀갓길마저도 축제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후지이 카제는 좋든 싫든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축제니, 힘들게 생각하지 마!"

 

 

祭り 祭り

마츠리 마츠리 

축제 축제 


毎日愛しき何かの

마이니치 이노시카 나니카노

매일 사랑스러운 무언가의 

 

 

 

きらり (kirari), 반짝

 

6번째 디지털 싱글 <きらり> 에 수록된 곡으로 매일 삶 속에서 반짝 빛나는 순간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키라리, 호라리, 유라리 등 부사어나 의태어를 재미있게 이용한 노래로 소위 말하는 '라임'이 맞는 노래. 청춘 영화에 나올법한 청량한 가사와 노래, 애니메이션 OST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후렴구는 내가 인생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해 준다. '키라리'는 '삶'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사에는 적지 않았지만 두 번째 소절에 나오는 '무언가를 위해 싸운다면 동기는 사랑이었으면 해'라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荒れ狂う 季節の中も 群衆の中も

아레쿠루우 키세츠노 나카모 군슈노 나카모

미쳐 날뛰는 계절 속도 군중 속도


君とならば さらり さらり

키미토나라바 사라리 사라리

너와 함께라면 산뜻하게 산뜻하게


新しい日々も 拙い過去も 全てがきらり

아타라시이 히비모 츠타나이 카코모 스베테가 키라리

새로운 날도 어리석은 과거도 모두 반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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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돈을 모으고 있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이 카제의 콘서트에 가는 것이다. 나는 최근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티켓팅 연습도 해보고, 일본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좋아하던 연예인의 수상 소식에 행복을 느끼는 친구도, 애인을 위해 매주 먼 지방을 오가는 친구도 말이다.

 

후지이 카제의 노래는 직접적으로 사랑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의 노래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노래에, 나에게도 어떠한 사랑이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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