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세 의류를 사지 않는 이유 [패션]

글 입력 2024.02.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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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세 의류를 사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몰, 지하상가 쇼핑몰 등에서 되도록이면 옷을 사지 않는다. 오늘은 내가 보세 의류들을 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 한다.

 

 

 

'보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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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떤 ‘보세’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들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면,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뜻을 가진 단어가 어떤 옷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추축이 있다.

 

첫 번째로는 옛날 동대문 시장에서 제작된 의류들이 수출을 위해 ‘보세창고’에 보관되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보세 의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로는 1970년대 가공 무역이 활발했을 당시, 원자재를 수입하여 가공한 후 재수출한다면 외국 원자재를 수입해도 관세를 유예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이때 외국 원단을 수입해서 가공한 수출용 의류들을 ‘보세 의류’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1970년대 의류의 수출 장려를 위해 보세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이때 계약이 취소되는 등의 이유로 운영이 어려워진 일부 업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의류를 창고에서 빼돌려 택을 뗀 채 국내 시장에 팔았다.

 

이렇게 우리가 아는 보세 의류가 탄생한 것이며, 당시 수출용으로 만들어져 관세가 유보된 옷을 파는 일은 불법이지만 현재는 이때의 보세 상품을 뜻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흔히 ‘브랜드가 없는 저렴한 의류’를 일컫는 데에 사용한다.

 

 

 

보세의 문제점


 

우리는 흔히 보세 의류들을 지하상가, 인터넷 쇼핑몰, 시장과 옷 가게에서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옷들을 살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게 보세 옷을 사지 않을 만한 이유는 없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제목에서 말했듯 필자는 보세 의류를 사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하면 특별한 디자인 요소가 들어간 보세 의류들은 절대로 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보세가 가격이 저렴한 이유에 있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옷을 어떻게 만들지, 즉 디자인이 필요하다. 사실상 특별한 소재나 기법을 이용하여 만들지 않는 이상은 같은 종류의 옷을 만드는 데에는 금액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 반팔 티셔츠를 싸게는 1만 원 혹은 그 이하부터 비싼 의류들은 10만 원은 물론 몇십만 원에 달한다. 이런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디자인’이다. 하지만 보세 의류들은 가격 경쟁으로 치열한 시장이며, 유행에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야 하므로 이런 디자인 요소에 시간이나 돈을 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옷을 만드느냐? 바로 이미 시중에 나와 있고, 현재 트렌드인 옷의 디자인을 카피하여 옷을 만드는 것이다. 흔히 명품 의류나 인지도가 있는, 혹은 유행하는 한 아이템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서 만든다. 그래서 디자인에 들어가는 돈이나 시간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이고, 그로 인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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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엄청난 양의 카피 보세 제품이 만들어진 GCDS의 스웨터

 

 

보세 의류를 사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도 모르게 카피 제품을 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옷을 좋아하고, 다양한 브랜드들을 알아도 모든 디자인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라 생각해서 구매했는데, 나중에 카피 제품인 걸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옷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브랜드의 로고 혹은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한 제품이더라도 이를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소비자


  

하지만 모든 보세 의류들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특정 디자인이 들어가지 않은 기본 셔츠 종류나 베이직한 아이템들, 간편하게 입을 옷들은 보세 의류로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에게 보세 의류를 구매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단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디자인에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를 하는 것이 당연히 더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카피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다. 디자인 카피임을 모르고 구매한다면 피해자이겠지만 이것을 알고도 구매한다면 범죄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패션계에서 디자인 카피는 흔하게 일어나는 행위이며, 보세 의류뿐만 아닌 브랜드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하지만 패션산업 특성상 디자인 특허가 온전히 이루어지지는 못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힘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정직한 소비자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디자인을 카피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행위이지만, 그것에 동조하지 않는 소비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기고하는 이유이다. 보세 의류임에도 디자인 요소가 있다면 한 번 쯤은 찾아보며 혹시 카피 제품이 아닌가 하는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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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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