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법은 언제나 나다울 것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도서]

떨어진 자존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노력 이야기
글 입력 2024.02.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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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전통 놀이와 현대 사회를 그대로 녹여 한국적인 특징을 잘 나타낸 두 작품은 오히려 전 세계에 새로움으로 다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은 굳이 남을 흉내 낼 필요 없다는 것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남을 따라 하다가는 결국 내가 다치거나 나의 정체성이 사라진다. 그러니 언제나 나다울 것. 내가 나다울 때, 거짓 없이 솔직해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솔직한 사람에게 끌린다. 솔직한 사람 앞에서는 저 사람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기에.

 

그리고 여기, 누구보다 나다움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보다 나다움 실천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책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의 저자 윤수훈 씨다. 생각이 많은 우리에게 자존감 지킴이 슌이 보내는 응원이라는 표지 속 카피처럼 이 책은 끊임없이 나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와 나다울 때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졸업 이력에 걸맞게, 책은 귀엽고 감성적인 만화 90%, 각 챕터 마지막에 수록된 에세이와 채색된 그림일기 세트 10%로 이뤄져 있다. 한 쪽에 세 컷이라는 통일된 구성과 컷마다 문장이 간결한 만화의 특성 덕분에 출퇴근 길에 가볍게 완독하기 좋은 책이다.

 

저자는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사춘기, 고등학교 시절 스스로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남들보다 못나 보이는 자신이 미워 항상 스스로를 꽁꽁 싸맸다.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며,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 특정 캐릭터를 연기하는 만큼 내가 될 필요가 없어 시작한 연기는 오히려 내 안에 있던 감정과 생각을 끄집어 캐릭터와 동화되어야 하는 과정으로 바뀌어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군대에 간 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매일매일 기록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그냥 보내지 않고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각각에 라벨을 붙인다. 아, 나는 이래서 기분이 좋았구나. 내가 이럴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걸 보니, 과거 행동이 다시 보인다. 그렇게 저자는 미웠던 과거까지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돌아보기 싫은 과거조차 예쁘게 보듬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나다움이 제일 좋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장점을 발견하는 법> 파트에 따르면, ‘장점이란 햇살을 반사하여 빛나는 달과 같아 태양 같은 눈으로 바라봐 주는 이들이 있어야 밝게 빛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용기내 나를 드러낼수록 나의 장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꺼내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나다움을 드러내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태양 앞에서 밝게 빛날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삶의 소소한 행복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즐거운 순간, 힘든 감정들을 보며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보고 나면 나 역시 아는 감정, 해봤던 생각인데 나는 평소에 그런 부분들을 그냥 넘겨버려 세상과 나의 싱크로율을 낮춘 게 아니었나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나 또한 일상 속 즐거움과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과 취향에 더 집중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하게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때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방학 사이 급작스럽게 불어버린 몸무게에 나와 낯가리게 된 것인지, 밖만 나가면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아 바닥만 보고 다녔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 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다시 밝은 성격으로 돌아와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마이쮸를 주며 먼저 반갑게 말을 거는 아이가 되었다.

 

해결 방법은 저자와 똑같다. 나다울 것.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줄 것. 오글거림을 참고 매일 화장실 거울 앞에서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를 여러 번 외쳤다. 밖에 나갈 때는 안경을 벗어 흐릿해진 시력을 응원 삼아 눈싸움하듯 정면만 빤히 쳐다보며 걸었다. 동네 하천을 산책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나를 인정하고 나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은 나를 더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가꿀 수 있는 내가 되게 만들었다. 운동도 해서 살도 빠졌지만,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나의 정신건강이었다. 내 힘으로 우울한 감정을 이겨냈다는 건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나의 큰 성공 이력이다. 이처럼 나다움은 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치트키다.

 

만약 최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거나, 삶에 있어 회의감이 느껴진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다움 외로도 친구, 가족, 성공, 건강 등 인생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참고하기 좋은 가이드를 알려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울 것’.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나다움으로 자존감 장인이 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잠들어 있던 우리의 자존감도 다시 꺼내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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