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와 닮아있는 철학 - 해법 철학

글 입력 2024.02.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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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렇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총 12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정리한 책.” 12가지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판단’, ‘외적인 것’, ‘관점’, ‘죽음’, ‘욕망’, ‘부와 쾌락’, ‘타인의 생각’, ‘가치 판단’, ‘감정’, ‘역경’, ‘덕’, ‘배움’이 그것이다.


 각각의 키워드가 나열된 것만 봐도, 우리의 삶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에 각주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학술적인 책은 각주를 달고 있고, 각주가 책에 쓰인 문장의 원출처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많은 학습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많은 경우에 독서 장벽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철학”이라는 학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임에도 각주를 달지 않고, 주로 스토아주의자나 그들의 친구들이 언급한 고대 인물을 짧게 소개하는 식으로 본문에 넣어서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서술방식이 이 책의 굉장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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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워드 판즈워스(Ward Farnsworth)는 텍사스 오스틴 법학대학원 교수이자 W. 페이지 키튼 학과장이다. 보스턴 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15년간 가르치며 부학장을 지냈고, 2012~2022년까지 텍사스 법학대학원 학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법률 분석가The Legal Analyst], [고전에서 배우는 영어 수사학Classical English Rhetoric], [소크라테스의 방법The Socratic Method] 등이 있다. 법경제학과 헌법, 법률해석, 법리학, 인지심리학을 다룬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이 책의 옮긴이 강경이는 영어교육과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옮긴 책으로 [문학의 역사], [불안의 변이],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컬러의 시간], [길고 긴 나무의 삶] 등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3부분이다. 차례로 소개해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1장, 판단이다. “우리는 사건에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건에 대한 우리 판단에 반응하며 판단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1장에서 스토아철학의 기본 생각을 위의 문장으로 소개한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떤 사건에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판단한 사건에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스토아주의는 세상에 대한 우리 경험은 세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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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슬픔이란 현재의 불운을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게 여겨 마땅한 것으로 보는 견해라네. 기쁨이란 현재의 행운을 마냥 행복하게 여겨 마땅하다고 보는 견해지. 두려움은 다가오는 불운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 여기는 견해라네. 욕망이란 다가올 행운에 대한 견해로, 그것이 이미 여기에 와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지.(41쪽)”


이렇게 우리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원효대사 해골물 일화 역시 이러한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감명 깊었던 이유는,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정말 그렇게 믿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러한 주장과 사실을 접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내가 무언가 힘들고 속상하면, 상황을 탓하게 되니까.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5장, 욕망이다. 가장 재미있었던 그리고 공감했던 문장은 141쪽의 이 문장이다. “스토아철학은 우리 불행의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 현재의 쾌락과 고통에 관계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이 장에서는 욕망을 자연적 욕망과 비자연적 욕망으로 구분하고, 한계가 있는 자연적 욕망과 달리 비자연적 욕망은 한계가 없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한다. “우리는 대개 갖고 있지 않거나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어도 우리가 상상하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등의 문장을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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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점 역시 우리가 살면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한 교수님의 과목에서 단 한 번이라도 4.5점을 받는다면, 여한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결과는 받았으나, 여전히 나는 바라는 게 많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욕망은 채워지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스토아주의는 욕망의 상대성을 논한다.


“욕망하던 것을 성취했을 때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과 자신이 가진 것을 비교하면서 만족을 측정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154쪽)”


이에 관해 스토아주의는 비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나보다 잘사는 사람 혹은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나를 비교하며 고통을 느낀다면, 반대로 나보다 못 사는 사람 혹은 내가 가진 것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과 가진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거나,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낫지.’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만족하는 것을 자기만족 혹은 자기 위안이라고 부르며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스토아주의는 이렇게라도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비교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이 점이 가장 인상 깊었고 어딘가 위로가 되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현재의 불행과 고통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였기에.


마지막으로 이러한 스토아주의의 철학은 역경에서도 역경은 누구나 맞이할 수 있고, 피할 수 있는 역경이 아니라면, 역경을 자신을 증명할 기회나 혹은 새롭게 무언가를 배울 기회로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역경에 적응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논한다.


“스토아학파는 결국 역경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326쪽)”

 

책을 읽고 나서 사실 삶의 문제가 산뜻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천 철학으로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방법을 찾는 스토아철학이 완전무결한 행복에 언젠가는 이를 것이라는 희망고문이 아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작고 많은 행복을 목표로 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이미 많은 것이 레드오션이고 어딜 가도 심지어는 시험을 보고 싶어도 선착순에 밀려 다음 달에 봐야 하는 이런 세상에서 스토아철학이 알려주는 삶의 자세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기에 위안이 된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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