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이 지킨 꿈의 이야기,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글 입력 2024.02.07 21: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너를위한글자_포스터.jpg

 

 

2019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작품으로 자리 잡았던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가 2024년 1월 개막 소식을 전하며 다시금 돌아왔다.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 ‘마나롤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너를 위한 글자>는 오는 2024년 1월 16일부터 3월 31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에서 공연된다.


*


남들의 비난에 갈피를 잃은 이를 위로하고, 재능이 있지만 잃어가는 시력에 꿈을 포기하려는 이를 응원하고, 남들이 함부로 성공의 기준을 재단하는 이에게 꿈꿀 기회를 만들어준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우정이든 동경이든 그 순수한 마음은 애정이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가 첫사랑이었고 사랑에 보답하고 사랑으로 응원하는 이야기. 사랑이 지킨 꿈의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꿈’을 간직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눈물이 나도록 간절하게 바랐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 꿈을 향해 이러저러한 길로 걸어가는 중에 비난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면, 확신할 수 없는 길처럼 보였다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꿈이 부합하지 않았다면 공감할 것이다. 투리와 캐롤리나, 도미니코의 꿈과 고민에 자신을 투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빛이 잘 어울리는 캐롤리나에게 어둠이 찾아왔다. 글을 쓰는 것이 꿈인 그녀에게 시력을 잃게 된다는 사실은 꿈을 앗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꿈을 포기해야 하는 그의 상황이 빠르게 밀려와 다가왔다. 과거를 건드렸다.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시간이 생각났다. 그것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며 존재를 부정당했고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 당시 응원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공간에 나를 가둔 채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캐롤리나가 다짐했던 것처럼 원하는 것을 간직하기만 한 채로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갔을 듯하다. 도미니코에게 도움을 청하며 캐롤리나의 꿈을 위한 발명품을 만든 투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탁하고 응원한 도미니코. 그들의 진심이 캐롤리나의 꿈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간 나의 과거까지 위로해준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이 작품이 아직 어둠에 있는 사람에게 빛이 될지도 모른다.


시력을 잃고 꿈이 짓밟히는 상황을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임에도 <너를 위한 글자>는 무겁지 않다. 투리와 도미니코는 온 마음을 다해 싫어한다기보다 티격태격하는 관계에 가깝다. 그리고 그 아웅다웅한 모습에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그렇게 많은 관객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웃음소리가 흩어진 자리는 훌쩍이는 소리로 메워지지만, 이내 다시금 웃음소리가 섞여든다. 이것이 <너를 위한 글자>의 또 다른 매력이다.


‘타자기’라는 분명한 오브젝트로 끝맺는 이야기다. <너를 위한 글자>는 19세기 초, 이탈리아 발명가 ‘펠리그리노 투리’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고 한다.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확실한 끝맺음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말은 관객이 희망을 얻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과 불투명한 미래가 다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막이 내릴 때쯤 그 위로와 응원은 아주 소중해진다.


*


소리에 예민한 투리가 수다쟁이에 쿵쾅거리기까지 하는 캐롤리나를 미워할 수 없었던 것과 같다. 이미 지나간 꿈이라고 할지라도 꿈을 간직하기에 그쳤던 이들은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다. 꿈을 꺼내볼 수밖에 없다. 그를 삼켜야 했던 지난 시간이 아프더라도 꿈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캐롤리나의 꿈을 응원하게 되는 투리처럼 묻어두었던 꿈을 다시금 사랑하게 된다. <너를 위한 글자>는 말한다. 설령 그 형태가 달라질지라도 당신이 사랑하는 꿈을 잃지 말라고, 그렇게 우리의 꿈을 응원한다. 결국에는 언젠가 다시 사랑하게 될 꿈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박서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2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