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컬렉터에 스며들다 - 컬렉터처럼, 아트투어

도서 '컬렉터처럼, 아트투어'를 읽고
글 입력 2024.01.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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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을 다니다 보면, 일정을 마친 뒤,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을 가끔씩 다녀올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는 우리가 익히 듣고 봐왔던 유명한 명작들이 전시 되어있다. 반 고흐, 밀레, 르누아르, 로댕, 마네 등의 고귀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출장의 여독을 풀곤 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내게는 꽤 긍정적인 기운을 선사했다. 그래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크던 작던 전시회를 찾게 되고, 사진전을 보러 다니며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이자, 그 안에서 내 일에 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컬렉터처럼, 아트투어>는 저자이자 케이아티스츠를 이끌고 있는 변지애 대표를 통해 현대 미술을 너무 어렵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포함하여 좀 더 쉽고 재밌게 작품들을 감상하며 좋은 안목을 가질 수 있는 마인드를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컬렉터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국내외 아티스트 각각10명씩 소개를 하며, 1월부터 12월까지 각각의 달과 계절마다 어울릴 만한 나라와 도시를 소개하며 그곳에 들렀을 때 반드시 가봐야 할 아트 스팟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챕터에 나오는 여러 아트 스팟은 평소 들어본 곳과 전혀 들어보지 않았던 생소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많은 곳을 설명하고 있어 직접 인터넷 서치를 통해 더 많은 풍광의 사진을 보기도 했다.

 

컬렉터는 전 세계 미술 시장의 트렌드와 방향을 가장 먼저 읽어내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작가들과 작품, 전시관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정도의 설명을 하려면 과연 이 저자는 얼마나 큰 내공을 쌓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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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명의 작가중에서 유독 관심이 갔던 작가가 있다. 검은 피카소, 거리의 피카소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작가 "장미셸 바스키아"이다. 살아생전 20세에 이미 세계 아트 컬렉터들에게 인정받았던 천재작가 바스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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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시를 통해 "앤디워홀"을 만났고, 그와 함께 승승장구를 이어갔지만, 결국은 자신의 예술세계를 위해 그와 결별을 택했던 그는 여러의미에서 자신의 작품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작가이다. 그러나 결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앤디워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결론적으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다채롭고 화려했던 그의 오리지널 색감은 ‘죽음’이란 주제를 만나 더욱 어둡고 황폐한 분위기로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그의 우울증은 더욱 깊어졌다. 

 

이러한 그의 변화는 유명세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며 결국은 그의 그림처럼 피폐해지고 지친 상태가 되어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요절하게 된다. 그저 푸르고 창창할 것만 같던 그의 앞날은 8년이란 시간을 지나 너무 빨리 막이 내렸다. 천재들은 일찍 죽는다는 말이 다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년이란 시간동안 3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남기고 떠난 "바스키아"를 보며 그는 단연코 천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난 뒤, 좀 더 찾아본 그의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시기적으로 짓누르는 흑인 화가라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향한 선입견을 두려워하거나 흑인으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삶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흑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더 풍족하고 다채로운 감성을 그의 작품에 진하게 녹여내는 능력이 탁월했고, 이를 통해 현대미술의 상징과 기술을 통합하고 기여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만의 방식과 기법으로 뉴욕의 미술계에 당당히 새로운 양식을 선포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27세의 나이로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미국예술계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를 통해 그래피티 예술가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수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고, 많은 흑인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위대한 작품들이 남겨졌고, 그는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 받는다.

 

여러 구설수 중 그가 특히나 괴로워했던 것은 자신은 이미 이른 나이의 성공으로 유명인사들과 어울리며 부족함 없이 성공한 삶을 누렸음에도, 날마다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대한 크고 작은 뉴스는 끝이 없었고, 그의 노력에도 여전히 인종차별은 좁혀질 수 없는 문제라는 괴리감이었다.

 

어떠한 상황이던,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그려나갔고, 그래서 그를 떠올리는 세가지 키워드 ‘거리, 영웅, 예술’이 너무 애석하게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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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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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 on money 1981)

 

 

이 책에서 "장미셸 바스키아"의 이야기가 쓰여진 페이지수는 단 4쪽이다. 그 4페이지 안에서 짧고 굵게 설명되어진 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그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더 많이 찾아보게 되었고, 그의 수많은 그림 중 나도 알고 있었던 ‘무제’라는 그림이 그렇게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었는지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아티스트 중 "비욘세"의 남편이자 유명 래퍼이기도 한 "제이지"가 "바스키아"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정도면 저자의 의도대로 매우 적합하게 부합하는 독자이지 않을까?

 

“나에게 그리고 수많은 미술 애호가에게 예술은 언제나 힐링의 수단이자 영혼의 안식처였다. 예술의 본질은 감상과 향유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예술을 일상처럼 접하게 된다면 좋겠다. 현대 미술이 주는 행복과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더 많은 이가 예술 애호가이자 컬렉터로, 한평생 그들의 행복의 기저에 안식처로서 예술을 가까이에 두기를 바라며.”

 

예술은 언제나 힐링의 수단이자 영혼의 안식처라 일컫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하루의 스트레스 끝에 간단한 독서가 주는 힐링의 힘은 꽤 크고 유익하다. 나는 훌륭한 작가를 좀 더 농밀하게 알게 되었고, 그의 이야기와 그림속에서 나와 부합하는 점은 없는지를 찾게 된다. 우리의 인생에서 예술을 통해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는 참된 의미를 찾는 법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행복의 기저에도 예술의 안식처를 벗삼아 힐링의 순간이 필요할 때 두고두고 꺼내어보는 건 어떨까.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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