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심청전 Dive 편'의 예술성에 대한 고찰 [만화]

조르주 바타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글 입력 2024.0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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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Dive 편〉 소개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은 LG에서 제작한 1분 분량의 광고로, 시간당 2만 명이 시청하여 총 조회수 16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영상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심청 OST는 한인 하버드 재학생 줄리아 류(Julia Riew)가 작곡한 음악이다. 그녀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고전 소설 <심청전>을 모르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고전 소설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작곡 동기를 밝혔다. 이때 그녀는 OST를 직접 부른 후 SNS에 해당 영상을 게시했는데, 그것이 인기를 얻자 LG 그램이 줄리아 류 측에 협업을 제안하였다. 그 결과 위의 영상과 같이 애니메이션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완성되었다.

 

본 광고의 주된 목적은 <심청전>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애니메이션은 장애물을 마주한 심청이 그 장애물들을 차례대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내어, 용감하고 능동적인 여성상으로서의 심청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심청과 바타유의 연관성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은 <심청전>의 플롯 중에서 심청이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을 활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다. 이때 각각의 작품에서 심청이 바다에 뛰어드는 행위가 지닌 목적이 상이한데, <심청전>의 경우 마을 공동체 및 아버지를 위해 몸을 바치는 심청의 희생을 그려냈다면, 본 광고는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해 능동적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심청의 진취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그러나 목적이 어떠한지에 관계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행위 자체는 죽음에 가까워지는 행위이며, 동시에 사회가 지정한 금기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청은 금기를 위반하는 행위자로서 바타유의 철학에 부합하는 성격을 지닌 인물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바타유가 정의하는 금기는 노동과 생산에 방해가 되는, 다시 말해서 유용성에 어긋나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러한 금기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인간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경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본래 인간의 경제 일반은 소비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류가 도구를 활용하면서부터 생산과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제한 경제 체제가 등장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위계질서 및 이해타산의 논리에 복속되었다. 이에 유용성을 해치는 무용한 것들은 사람들로부터 배척되어 금기로 설정이 되었는데, 이러한 금기의 대상은 공포스럽고도 불결한 동시에 신성하고 매혹적이라는 양가성을 지녀 금기의 위반을 낳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위에 제시한 바타유의 이론을 활용하여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을 비평하고자 한다. 광고 속에서 심청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각각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광고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해당 광고물이 현대인에게 각광 받은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광고의 그림체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바타유의 이론에 기반하여 이해하고자 한다. 더불어 이를 원작 <심청전>과 비교하여 두 작품이 지니는 차이를 분석하려고 한다.

 

 

 

사회 위계질서의 극복: 광고의 예술적 면모


 

애니메이션은 심청에게 가해지는 장애물과, 이를 용감하게 이겨내는 심청의 모습을 주된 플롯으로 삼고 있다. 영상 속 심청에게 첫 번째로 가해지는 장애물은 인간, 그중에서도 남성이다. 애니메이션은 두 남성 사이에 서 있는 심청의 이미지로 시작된다. 이때 두 남성은 심청에 비해 유독 덩치가 크고 살이 쪘으며, 험상궂은 인상을 지닌 채 심청의 팔과 어깨를 붙잡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있는 심청은 전혀 기죽거나 겁먹지 않은 채 덤덤하게 앞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남성들이 신경쓰인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이들의 손길을 당당하게 뿌리치며 앞으로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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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니메이션 속 심청에게 가해지는 두 번째 장애물은 자연환경으로, 뱃머리보다도 높이 올라오는 파도의 이미지가 심청의 방해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파도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청은 오히려 갑판에서 회전하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통해 심청은 거센 파도가 자신을 위협할 수 없다는 듯한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심지어 그녀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자연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전부 극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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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상황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위계질서, 그리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위계질서를 극복하는 심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기존의 <심청전>은 위에 제시된 두 가지 위계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소설이다. 기존 <심청전>에서의 심청은 가부장적 사회 질서에 순응하는 여성의 이미지로 비추어졌다. 해당 인물은 남성 중심적 사회 속에서 아버지를 위해 모진 수모를 겪는 순종적이면서도 희생적인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심청이 제물로 바쳐진 원인이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함이었다는 점, 그리고 소설 속에 용궁과 용왕이라는 바닷속 초월적 존재가 등장하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당대의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꼈으며 자연을 인간보다 우위에 위치한 대상이라고 인식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위계질서가 발생하게 된 기원을 바타유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그 시작은 인간이 도구를 활용하던 시점으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은 도구와 노동을 자신의 삶에 도입하면서 사물들을 구분짓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연속적이고 직접적인 세계에 단절과 구분의 비연속성을 도입하였다. 이는 결론적으로 통제하는 자와 통제되는 대상의 설정을 유발했다. 그러나 바타유는 이러한 세계의 구분을 비판하면서, 해당 질서로부터 벗어나 제한 경제 체제로부터 탈피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LG gram 360 X 줄리아 류 : 심청전 Dive 편〉은 다음의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바타유의 논의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고의 제작자는 심청의 양옆에 체격 차가 많이 나는 남성들을 배치하여 심청과 남성 사이에 대비 효과를 자아냈고, 이를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힘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러한 억압에 굴하지 않는 심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심청의 용기를 제시하였다. 이는 성별에 의한 힘의 논리에 복속되지 않은 채 오로지 주체정신으로 남성에 의한 외압을 극복해내는 반항적인 여성상의 표출이다. 유사한 원리로 제작자는 심청의 키보다도 훨씬 큰 파도를 배치하여 자연이 주는 위협을 강조한 후, 춤을 추는 심청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인간상을 표현했다. 이 또한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위협을 정신적으로 극복해내는 심청의 용기를 상징한다.

 

이와 같이 사회에 존재하던 위계질서로부터 탈피하고자 시도한 것은 해당 광고와 <심청전>이 지니는 두드러지는 차이점임과 동시에, 이 바타유로부터 그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제한 경제 체제로부터 비롯된 힘의 논리를 극복함으로써 비연속적인 세계에 거부의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고은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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