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가 구성되는 방법 - Cosmic Sensibility 展 [미술/전시]

페이스 갤러리 서울 《Cosmic Sensibility》 전시 관람 후기
글 입력 2023.12.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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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정보통신 기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간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로 우리의 두 발이 직접 땅에 맞닿아 있는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인터넷 및 각종 기기가 만들어낸 가상 세계 말이다.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 2023년 11월 22일부터 2024년 1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우주적 감성 Cosmic Sensibility》은 가상과 현실 세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코헤이 나와(名和晃平)의 작업 세계를 펼친다. 본 전시는 작가의 새로운 작업 〈Spark 스파크〉 연작을 포함하여 총 5개의 연작에서 가져온 회화, 조각 및 설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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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회화와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현실과 가상, 인공과 자연, 개별과 전체 등 상반되는 두 범주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를 위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그것들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한다.

 

이번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각 개별적인 삶이 우주적인 직조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10월 작고한 예술가 히토시 노무라(野村仁)로부터 비롯된다. 실험적인 과정 중심 작업을 해온 그는 나와의 멘토로서 작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갤러리의 2층에서 전시는 조각 연작 〈픽셀 PixCell〉의 신작들을 통해 관람자를 무수히 증식하는 셀(cell)의 세계로 이끈다. 각각의 작품은 오래된 가구나 기타 잡다한 사물들의 표면 위에 투명하고 크고 작은 구체들이 뒤덮은 형태다. 이 구체(셀)들은 우리가 본래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지각할 수 있게 하지 않고 시각을 왜곡, 변형시킨다. 이는 개인과 세계의 관계 맺기에 있어 디지털 기술이 주는 영향을 시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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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이라는 연작 제목의 발음도 화소(pixel)를 연상시킨다. 카메라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눈으로서 작동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카메라의 보급은 활성화되었으며 누구나 사진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산된 무수한 사진(이미지)들은 어떤 대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세계가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적용으로 카메라는 단지 있는 그대로 사물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자체 내장된 인공지능 기술을 피사체를 자유롭게 확대, 축소시킬 수 있으며 ‘더 나은’ 이미지를 위해 자동 보정 기능을 제공한다.

   

사물의 표면을 뒤덮은 셀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믿었던 디지털 기술에 의해 세계가 새롭게 조직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각각이 화소의 점들이 되는 크고 작은 구체들은 투명해서 안을 비출 수 있지만, 사물 이미지의 변형과 왜곡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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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도 〈픽셀〉의 신작 한 점이 설치되어 있으며 혼합매체 설치 작업인 〈바이오매트릭스 Biomatrix(W)〉(2023)도 만날 수 있다. 〈바이오매트릭스〉는 실리콘 오일로 이뤄진 캔버스 안에 각각의 셀들이 유동한다.

 

〈픽셀〉의 셀들이 디지털적인 시각의 화소를 나타낸다면, 〈바이오매트릭스〉의 셀은 유기적인 세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 혹은 기포가 올라오는 듯한 셀들의 움직임은 개별적이면서도 전체적인 흐름과 연결되며 신비로운 형상을 자아낸다.

 

유동하는 자연과 생명의 힘은 3층에 펼쳐진 연작 〈리듬 Rhythm〉과 연결된다. 벨벳으로 뒤덮인 크고 작은 다양한 오브제들이 2차원의 평면 위에 구성되어 있다. 넘치는 에너지와 순환하는 자연의 복잡계를 탐구하는 이 작업은 각 요소의 특유한 형태와 전체적인 구성으로 인해 수면 위로 거품이 올라오듯 요동치는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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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이전까지 보여진 적 없던 작가의 새로운 연작 〈Spark 스파크〉 시리즈 또한 선보인다. 단일한 검은 색으로 마무리된 각각의 오브제는 벨벳과 탄소섬유 막대로 이루어져 있다. 〈Spark 스파크〉는 전시장 중심에서 무리를 이루어 공간을 점유하는데, 바닥에 고정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듯 자유롭게 설치되어 전시장을 우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유영한다.

 

이번 전시는 개별적 요소와 세계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보여준다. 유동하는 각 요소가 모인 전체의 세계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지니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물리적인 세계와 이를 복제하고 재구성하여 탄생한 디지털 가상 세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주적 감성》은 우리를 비롯한 우주와 세계를 이루는 각 요소의 얽히고설킨 관계망과 구조를 드러내며 그것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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