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크리스마스가 좋은 이유 [만화]

글 입력 2023.12.3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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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네 시쯤 되면 해는 거의 저물어 깜깜해지고 이제 거리를 밝히는 건 전구들이다.

 

작고 알록달록한 전구들이 건물 사이로 주렁주렁 맺혀 예쁘게 장식한다. 그 아래에는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쌓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을 찍거나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춤을 추기도 하면서. 가장 추운 한겨울의 12월에 가장 따뜻한 이날은 크리스마스다.

 

나는 어려서부터 생일이나 설날보다 크리스마스를 더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에는 1년 동안 착하게 산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에 설렜고, 요즘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건 받지 않지만 그때의 기억이 몽글몽글 되살아나는 날이라 더 기다려진다.

 

크리스마스엔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온갖 도화선이 있다. 어릴 때 즐겨 듣던 크리스마스 캐롤와 고등학교 전야제 공연의 커튼콜에 항상 흘러나왔던 노래, 좋아하던 핫초코와 쿠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이 모든 것들이 크리스마스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12월이 되는 순간부터 기분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좋은 이유는 그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 누구나 합법적으로 어린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베리의 말처럼, 어른은 누구나가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다들 바쁘고 차가운 도시에서 겨우 하루를 버텨내다 보니 마음속의 어린이를 잊고 살기 마련이다.

 

하지만 12월의 유일한 빨간 날인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기다리고 트리에 장식을 달며 두근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투박하고 순수했던 모습이 시각, 후각, 청각, 온몸의 감각을 통해 전해지니 마음은 몽글몽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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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작가의 <산타 스카우트>에는 그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녹아있다.

 

이 만화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거친 펜과 질감이 살아있는 채색과 명암, 그리고 다채로운 색감이라고 하겠다. 이것들은 딱딱한 전자기기 스크린에서 마치 스케치북 위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을 연상시켜 따뜻한 감성을 자아낸다.

 

거기에 전체적으로 굵은 선화, 컷선, 말풍선 그리고 굵으면서도 둥근 글씨체까지 더하면 따뜻한 색연필 감성을 넘어 투박한 어린아이 같은 느낌까지도 받을 수 있었다. 조현아 작가의 <산타 스카우트>는 마치 아이가 종이 위에 펼쳐 놓은 그림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고, 몽글몽글한 겨울 냄새가 난다.

 

만화는 시각에 의존한 매체다. 그런 만화가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BGM이나 OST를 활용해 청각에까지 범위를 넓혔고, 진동 등의 전자기기 기능을 활용한 촉각적 감상까지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후각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만화에서 청각을 지원하는 기술은 없다. 하지만 조현아 작가는 만화적 연출을 통해 완벽한 겨울의 분위기를 자아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없는 후각도 있는 것마냥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웹툰의 매체적 한계를 뛰어넘은 사례이자 웹툰의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

 

 

[박상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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